도시농부, 무성한 잡초 베고 배추 심어 '가을농사' 짓다

오영록 / 도시농부

열대야로 밤잠을 설친 게 엊그젠데, 바야흐로 가을농사를 준비하는 시기가 왔다.

주말농장 가을농사의 백미 배추농사를 위한 배추모종. / 도시농부 오영록

농사는 크게 봄농사와 가을농사로 나뉘는데 가을농사는 김장을 위한 농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을농사는 대개 8월15일 광복절을 전후로 시작된다.

봄에 심었던 도시농부의 전략 작물인 상추는 이제 다 녹아 내렸다. 토마토, 가지도 이제 그 힘을 잃었고 오이는 시들시들 하다. 한 켠에 심어 둔 호박은 여전히 그 기세가 대단하고 고추는 아직 빨갛게 익어가지만 나머지 대부분 작물은 대부분 기운을 다하는 시기다.

전업농이 아닌 도시농부는 농업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 농사를 짓는 모든 행위에 인생이 담겨있고 지혜가 담겨 있다. 농사를 통해 많을 것을 배우지만 그 첫 번째 교훈은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그 시기를 잘 맞춰야 후회가 없다는 것이다. 즉 작물을 심는 시기를 잘 지켜야 나중에 풍성한 산물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업에 쫓겨 농사활동을 못하게 되는 때에는 마음이 급해지기도 한다.

농사의 첫번째 교훈..."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그 시기를 잘 맞춰야 후회가 없다"

주말농장에 무성한 잡초를 베고 있다. / 도시농부 오영록

여름에 현장업무에 쫓겨 농장에 소홀했더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이게 농장인지 정글인지, 초원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된다. 일단 예초부터 해야 한다. 예초기가 열일을 한다. 난 예초의 달인이 되어 간다. 이번에는 예초를 배우고 싶다는 운동 후배가 있어서 손을 보태 큰 힘이 되었다. 예초를 마쳤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잡초의 뿌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제 관리기가 출동할 시간이다. 화석연료의 막강한 힘을 앞세운 관리기가 지나갈 때마다 잡초가 초토화되고 서서히 농사를 짓는 밭 다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땅을 몇 번을 갈아 엎고 나서야 두둑을 만들었다. 관리기에는 두둑을 만드는 기능도 있지만 내 관리기는 그런 옵션이 없어 땅 가는 기능으로 두둑까지 만들어 내야 한다. 그 덕분에 이제 난 관리기의 달인이다.

관리기로 밭을 갈고 있다. / 도시농부 오영록

두둑 성형을 마쳤으니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노동의 시작이다. 농기구를 써서 두둑의 잡풀과 돌멩이를 제거해야 한다. 두둑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을 때도 있다. 이 일에 반나절을 매달렸다. 난 이제 농기구의 달인이 되었다.

이제 비닐 멀칭 차례다. 귀찮다고 비닐멀칭을 안하면 또 다시 잡초와의 전쟁을 치뤄야 한다. 난 평화주의자라 전쟁이 싫어 비닐멀칭을 한다. 뜨거운 태양아래 도 닦는 심정으로 비닐멀칭 하는데에 또 반나절을 보내야 한다. 이제 나는 비닐멀칭의 달인이 된다.

비닐 멀칭작업. / 도시농부 오영록

농사를 통해 배우게 되는 두 번째...'인내심과 체력'

작물을 길러 내는 데에는 길고 긴 지루한 작업을 묵묵히 견뎌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은 필요충분 조건이다. 의지란 체력이 바탕이 될 때 제 빛을 발할 수 있다. 삶이 수련 그 자체라는 믿음으로 살아온 필자는 농사 또한 그러한 자세로 짓는다.

이제 드디어 작물을 심는다. 가을작물의 대표주자는 배추·무·알타리무·적갓·쪽파 등 김장을 위한 작물들이 대부분이다. 배추는 모종을 심고 나머지 작물들은 씨앗으로 길러낸다.

비닐 멀칭한 두둑에 배추 심을 구멍을 뚫고 물을 주는 모습. / 도시농부 오영록

배추를 심기 위해서는 먼저 비닐멀칭한 곳에 구멍뚫기와 관수를 동시에 하는 기구를 이용해 배추 모종 심을 자리를 확보한 다음 모종을 넣어 주고 자리를 잘 잡아 심어주면 된다. 말로 하면 쉽지만 실제 해 보면 지리하다. 배추를 심기위한 오리걸음만 족히 두어 시간 해야 한다. 내 다리는 강철이 되어간다.

배추에 비하면 나머지 작물들 파종은 일도 아니다. 호미로 씨 뿌릴 자리를 만들고 씨앗을 골고루 뿌린 다음 흙을 살살 덮어주면 끝이다.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은 다음에는 가장 재미있는 작업인 물 뿌리기를 한다.

무성한 잡초를 베어내고 배추를 심은 주말농장. / 도시농부 오영록

힘은 들었지만 마침내 올해 가을농사 준비를 마쳤다. 이제 시기적절하게 웃거름도 해야 하고 유기농 자재도 만들어야 한다. 심은 작물이 타 죽지 않도록 관수 문제도 신경써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하늘이 도와 적당한 햇빛과 비를 허락하고 자연재해를 피해야 풍년이 든다. 필자는 올 가을농사도 풍년이 되리라 확신한다. 내 배추와 무를 한번 맛 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전업농이 아닌데도 배추를 예약하는 사람도 생겼다.

올 가을 김장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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