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키움 송성문의 MLB 진출설. 그의 진심은?

시작은 지난 6월 26일, 고척돔에서 열린 기아와 키움의 경기 9회말이었습니다.
점수는 4:4, 9회말 2사 2루에 타석에는 키움의 캡틴 송성문 선수가 들어섰습니다.
기아의 투수는 마무리 정해영 선수였습니다.

'붙어보자!' Pist BUMP! 기아 마무리 정해영에게 보낸 송성문의 메시지. <사진 OSEN>

이튿날, 6월 27일 고척에서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송성문 선수와 잠깐 마주쳤을 때, 정해영 선수와의 주먹 맞부딪히는 '🤜🤛' 퍼포먼스에 대해서
“실패했어도 멋있었어요! 연장에 가서는 11회에 동점 3루타도 쳤으니까 그래도 본인에게는 좋은 결과 아니었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송성문 선수는 표정은 웃고 있지만 하소연하는 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요. 저 완전 하(下)남자였어요. 제스처는 상남자로 해놓고 안타도 못 치고. 쳤어야 했는데요. 아! 정말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창피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송성문 선수는 저와 그 대화를 나눴던 그날부터 이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에서 홈런을 4개나 때려냈으니까요. 그야말로 상남자 같은 타격이었습니다.
그 시점부터 송성문 선수의 ‘MLB 진출설’이 불거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삼성과의 3연전이 끝난 6월 29일 저녁부터 6월의 마지막 날까지 송성문 선수와 메신저를 통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난 시즌 했던 인터뷰의 이어지는 느낌도 있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래 링크는 지난 시즌 송성문 선수와의 인터뷰입니다.)

처음 묻고 싶었던 게 있었습니다. 시즌 개막 이후 한 달쯤 지나고 중계방송 전 인터뷰에서 팀이 2할대 승률에 허덕이는 이유를 물었을 때 송성문 선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금 저희 팀이 야구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는 30경기 가량 지났을 때였습니다.
각 팀은 이제 80경기 안팎을 소화했고, 지금 송성문 선수의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는 0.325의 승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는 6승 1무 3패로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송성문 선수는 키움이 야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잘한다. 못한다. 딱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좋아진 점은 있습니다. 시즌 초반에 비해서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있습니다. 또 어린 야수들도 출전 경험이 쌓이면서 수비력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홈런 치고 더그아웃에서 토르+장군이 된 키움 송성문 <사진 OSEN>

그렇게 팀이 발전하는 가운데서 캡틴으로서의 본인의 역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주장의 역할은 아직도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걸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사실 저희 팀 전력이 아직 강하지는 못하다 보니까 팀원들이 경기 중에 저를 믿고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줘야 경험이 적거나 어린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부담감이나 짐을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장 밖에서는 모범적이고 운동 열심히 하는 거 말고는 사실 크게 역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키움 히어로즈의 캡틴 송성문 <사진 OSEN>

26일 경기에서 정해영 선수와의 ‘ ’에 대해서도 뒷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프리미어12 때 같이 지내면서 해영이가 성격도 좋고 그래서 친해졌는데 그 상황이 딱 1루가 비어있었고 자동 고의사구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제가 타석 들어가면서 기아 벤치를 봤는데 이범호 감독님께서 해영이에게 승부 의사를 물어보시더라고요. 이후에 해영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저와 승부하는 걸 고민하는 거 같아서 붙어보자고 그 제스처를 했습니다”

송성문 선수를 9회말 2사에 범타 유도하고 작은 제스처로 세리머니를 하는 기아 타이거즈 정해영 <사진 OSEN>

시즌 극초반에 만났을 때, 송성문 선수는 ‘야구가 너무 어렵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초반에는 기록상으로 부진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다시 지난 시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믿음과 의심 사이를 조금 헤맸습니다. 개막하고 3~4월은 자신에게 실망하고 팀 성적도 안 좋다 보니 한 편으로는 의심도 들었고요. ‘작년에도 초반에는 부진했었으니까 크게 의미를 두지는 말자’는 생각이랑 왔다 갔다 했어요. 결국 평정심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매일 제가 하는 루틴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몸관리를 꾸준히 했던 게 좋아진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송성문이 28일 8회말 2사 이후 역전 홈런을 치고 홈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 OSEN>

데뷔 초창기에 ‘가을 성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다가 지금처럼 언제나 강한 타격을 보여주는 ‘봄여름가을 성문’이 될 수 있었던 건 또 어떤 이유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난해 기량의 폭발에는 ‘몸의 변화’를 최고 원인으로 꼽았었거든요.
"일단 올시즌 타격에서는 메커니즘의 변화가 가장 큽니다. 이전에는 팔로만 치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몸통의 회전력이나 하체의 중심 이동이 좋아졌고 이게 전반적인 기량 향상의 이유입니다."

저는 이전보다 공을 잘 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건 그저 제 느낌었을까요?
“2024년을 기준으로 전과 후를 비교하면 확실히 변화구와 직구, 이런 궤적을 구분하는 판단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도 타격할 때의 밸런스가 일정해지면서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29일 경기 역전 3점 홈런 후 홍원기 감독과 더그아웃 하이파이브 <사진 OSEN>

사실 저는 송성문 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 기사를 보면서 크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같은 키움에서 진출했던 선수들의 예를 봐도 그렇고요. 그렇다면 메이저 진출에 대한 솔직한 마음은 뭘까요?
“아직 마음을 굳힌 것은 아직 아닙니다. 제가 사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른 선수들처럼 KBO리그를 지배를 했다거나 꾸준하게 오랜 기간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선수도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 무대에 대한 생각은 사실 없었습니다. 그런데 좋게 봐주신 분들도 계시다고 하고, 미국에서 성공을 경험한 하성이 형이 또 힘을 실어줬거든요. 그렇다면 만약에 올 시즌을 끝마치고 제 자신과 다른 누가 봐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성적을 거뒀다면 포스팅 신청은 해볼 것 같습니다.”

27일 역전 투런 홈런의 순간 <사진 OSEN>

네. 지금까지 송성문 선수와 야구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럼 이제 웃으면서 대화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송성문 선수는 2024년 올스타전에 처음으로 출전했습니다. 그 첫 올스타전에서 교체로 6회말에 수비로 투입돼서 7회초 공격에서는 ‘키스성문’ 퍼포먼스까지 보여줬죠. 과연 올해 송성문 선수는 이번 올스타전에 어떤 계획을 하고 있을까요?

“작년에 ‘키스 성문’ 퍼포먼스를 팬분들이 예상보다 너무 좋아해 주셔서 기뻤는데 막상 올해가 되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사실 너무 무리수를 두지는 않고 무난하게 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처음 올스타전에 나가보고 ‘나도 나중에는 베스트12에 뽑혀서 나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도 제가 비록 대체 선수(나눔 팬투표 1위 3루수 김도영 선수의 부산)지만 베스트12 멤버들과 함께 스타팅으로 나갈 생각을 하니 정말 설렙니다!”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