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녹원 딥엑스 대표 "삼성 2나노 수율 70% 자신…4년 내 매출 100배"

김진영 2026. 6. 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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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메카 대만 상륙한 K팹리스 국가대표
컴퓨텍스 2026서 글로벌 빅테크 진열장 점령
글로벌 2·3위 반도체 유통망 타고 세계로

세계 반도체·AI 하드웨어의 메카인 대만 '컴퓨텍스 2026' 현장에서 전 세계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국 기업이 있다. AI 반도체 원천 기술로 무장한 딥엑스(DEEPX)다.

올해 컴퓨텍스에서 딥엑스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대만 현지 유력 매체인 디지타임스 회장이 직접 딥엑스 한국 본사를 찾아 "대만 기업처럼 브랜딩을 밀어주겠다"고 약속했고, 어드밴텍·MSI 등 글로벌 산업용 PC·AI 하드웨어 메이저 기업 25~30여 곳이 자사 부스에 딥엑스 칩 탑재 데모를 배치했다.

삼성 2나노 파운드리 수율 논란 일축…"70% 넘긴다"

김녹원 딥엑스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센터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향후 5년 내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할 피지컬 AI 시장으로 로봇·드론·공장 자동화를 꼽으며, 자사 칩 기술력으로 해당 시장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딥엑스가 독자 개발·양산 중인 칩은 데이터센터용이 아닌 엣지용 NPU(신경망처리장치)다. 스마트 팩토리 로봇, AI CCTV, 가전제품, 드론 등이 클라우드 서버 없이 실시간으로 사물을 인식·판단·구동할 수 있도록 돕는 '지능형 두뇌' 역할을 한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부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손에 든 제품은 대만 디지털 스토리지 업체 어페이서가 딥엑스의 DX-M1M 칩을 탑재해 만든 인공지능(AI)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김진영 기자

딥엑스의 주력 제품 'DX-M1'은 지난해 8월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5나노 공정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3~5W의 초저전력으로 초당 최대 25조 번 연산(25TOPS)을 수행한다. 최대 130~140W를 소모하는 엔비디아 '젯슨 토르'가 대량 양산형 로봇 적용에 한계를 보이는 틈새를 파고든 제품이다.

딥엑스는 내년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칩 'DX-M2' 양산에 나선다. 김 대표는 "양산 초기 수율 70% 초반에서 출발해 1년 내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 5나노 공정에서 퀄컴 등 글로벌 대기업도 고전한 초기 수율 문제를 90% 이상으로 돌파한 이력이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다.

김 대표는 "선단 공정은 버그 덩어리다. 공장에서 나오는 패턴 특성을 설계 단계에서 완벽히 분석해 대응하면 스타트업도 최상위 수율을 뽑아낼 수 있다"며 이 기술 가치만 해도 조 단위에 달한다고 짚었다.

어드밴텍이 '컴퓨텍스 2026' 부스에서 선보인 저전력·저발열 기반 로봇 제어 및 인식 플랫폼. 딥엑스의 'DX-M1'칩이 탑재돼 로봇이 주변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피지컬 AI 연산 인프라를 제공한다. 김진영 기자
최근 딥엑스에 퇴사·이직 인원이 없는 이유?

딥엑스의 실적 성장 속도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3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 수주 금액으로만 이미 1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 4월 신규 수주가 지난해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

김 대표는 "사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실적 가도가 훨씬 빠르다"며 "직원들에게 늘 올해 우리 매출이 최종적으로 얼마가 찍힐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딱 2년 지나면 올해 매출의 10배, 4년 후에는 100배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기하급수적 성장이 가능한 이유를 팹리스 비즈니스의 특성에서 찾았다. 고객사가 처음 칩을 가져가면 위험 검증을 위해 전체 볼륨의 10%만 채택하는 '파일럿 제품' 단계를 거친다. 필드에서 안정성이 검증되는 2년 뒤부터는 볼륨이 100%까지 확대되는데 이때 매출이 10배로 뛰고, 순차적으로 수백만 개 단위의 대형 고객사 칩 주문까지 들어오면 4년 뒤에는 100배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실제로 기술력을 알아본 개발자들이 스톡옵션 가치 상승을 확신하며 지난 1년간 연구개발(R&D) 인력 퇴사자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딥엑스가 현대자동차그룹, 어드밴텍과 함께 개발한 피지컬 AI 컴퓨팅 플랫폼이 '컴퓨텍스 2026' 전시장 부스 방문객들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애플 'A11·M1' 핵심 개발 주역과 글로벌 유통 거인의 만남

딥엑스가 자신하는 성공 가도의 배경에는 김 대표의 독보적인 이력과 인재 풀이 있다. 김 대표는 과거 애플 아이폰에 NPU가 처음 탑재되던 시기 3000명 규모의 개발팀을 이끌던 8명의 핵심 리더 중 한 명이었다. 이후 애플 자체 PC 칩인 'M1'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글로벌 최첨단 칩 양산의 전 과정을 몸소 겪은 핵심 설계자다.

여기에 LG전자에서 수십 년간 디지털 TV 대량 양산을 성공시킨 장인들과 삼성전자 출신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해 '원팀'을 꾸렸다. 딥엑스가 실험실 연구에만 그치는 타 스타트업과 달리, 철저하게 시장에서 작동하는 '양산형 반도체 기업'을 지향하는 근거다.

세계 시장을 단숨에 장악하기 위한 유통 고속도로도 뚫었다. 딥엑스는 연 매출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2위 반도체 유통사 'WT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글로벌 3위 유통사 '애브넷'과 전략적 총판 계약을 마쳤다. 딥엑스의 기술력과 거대 유통망이 결합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 난강전시센터 1관에 마련된 딥엑스 부스. 김진영 기자

김 대표는 "딥엑스의 실적 상황을 부동산에 비유하면 아파트를 사놨는데 근처에 지하철이 뚫리고 현대백화점이 들어선다는 게 확정된 상황"이라며 "실적 퀀텀 점프는 향후 1년 안에 수십억원짜리 구매주문이 2개 이상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현재 시장에서 8000억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진입을 눈앞에 둔 딥엑스는 나스닥, 닛케이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로부터 상장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딥엑스 본사를 이전할 경우 법인세는 물론 소속 임직원들의 노동 관련 세금까지 전면 면제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상태다.

다만 김 대표는 회사의 뿌리를 통째로 바꾸는 이른바 '플립'(본사 해외 이전) 우려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싱가포르 측에는 회사 자체의 국적을 바꾸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며 "해외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옵션은 열어둔 채 기업공개(IPO) 로드맵을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타이베이(대만)=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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