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도시'의 색다른 얼굴, 마카오가 변하고 있었다
예순이라는 나이, 누군가는 그저 숫자일 뿐이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나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아내와 함께 지난 세월을 기념할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중국 광둥성 선전, 홍콩, 마카오였다.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체제가 다른 세 곳을 잇는 8일 동안 여정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개혁·개방의 성과와 사회주의 중국의 또 다른 얼굴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일정 내내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역동적인 현장을 확인하는 한편, 정체성 혼란을 겪는 홍콩과 마카오의 단면을 엿보았다. 그 여정을 선전, 홍콩, 마카오로 세 차례로 나누어 정리한다. <기자말>
[임병식 기자]
|
|
| ▲ 카지노 리조트단지 코타이 카지노 리조트 단지 전경. 대규모 호텔과 카지노 도박장을 갖춘 이곳은 연중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밤이면 화려하게 빛을 발한다. |
| ⓒ 임병식 |
마카오는 포르투갈 제국의 마지막 식민지였다. 1999년 12월 중국으로 반환됐지만,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2049년까지 자본주의 제도를 유지한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체제와 법, 행정권을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반환 26년째를 맞는 지금, 마카오 시민들은 중국 본토와 긴밀한 연결 속에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홍콩과 마찬가지로 정체성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유럽 성당과 포르투갈 전통 음식, 포르투갈어 간판은 과거를 말해주지만, 붐비는 카지노 도박장과 물량 위주 소비 패턴은 자본화된 사회주의 단면이다.
|
|
| ▲ 워터댄싱 공연 시티오브드림의 상설 공연 워터 댄싱은 매회 공연 때마다 2000석 좌석이 매진될 만큼 인기가 높다. 마카오 정부는 도박 도시에서 복합 문화관광도시로 변화를 위해 관련 법을 강화하고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
| ⓒ 임병식 |
화려한 이면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아른댄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본토와 국경이 봉쇄되자 카지노 매출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마카오 정부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카지노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이다.
그래서 2023년 10년짜리 카지노 운영권 계약을 갱신하며 사업자들에게 '비(非)카지노 분야 투자'를 의무화했다. 6개 운영사는 총 1200억 파타카(한화 2조 1360억 원) 이상을 공연, 컨벤션, 스포츠, 의료 관광 등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마카오는 '도박 도시 1.0'에서 '복합 관광 도시 2.0'으로 변신 중이다.
현지에서 변화를 실감했다. 한 리조트에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House of Dancing Water)'를 관람했다. 13만원~50만원대 티켓 가격에도 관람석 2000석은 꽉 찼다. 화,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2회 공연이 만석이라니 대단했다. 물을 무대 장치로 활용한 공연은 이야기와 시각 효과, 기술까지 3박자가 어우러져 1시간 30분이 훌쩍 흘렀다. 공연은 마카오 관광객을 유인하고 카지노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 젊은 층을 겨냥한 e스포츠 대회와 한류 콘서트도 잇따라 열려 가족 단위 관광객과 여성 고객이 늘었다. 마카오에서 카지노는 여전히 핵심 경제이지만, 새로운 성장축을 찾으려는 시도는 진지했다.
|
|
| ▲ 바울성당 화재로 불에 타 앞면만 남은 바울 성당에 오르려면 좁은 골목 길을 통과해야 한다. 육포 골목으로 유명한 이곳은 인심이 푸짐하다. |
| ⓒ 임병식 |
|
|
| ▲ 세나도 광장2 마카오 구도심은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포르투갈 식민지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세나도 광장과 주변 골목은 유럽 정취를 느끼려는 이들로 넘친다. |
| ⓒ 임병식 |
여행자로서 나는 다른 장면에 눈길이 갔다. 본토에서 온 젊은 연인들은 카지노 대신 미슐랭 레스토랑과 미술관을 찾고, 유럽풍 골목에서 인생 사진을 찍었다. 성당과 사원에서 기도하는 노년층도 눈에 띄었다. 도박의 도시라는 선입견 속에서 마카오가 보여주는 다른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마카오는 변함없는 세계 최대 도박 도시다. 동시에 도박 너머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곳이다. 마카오를 떠나며 카지노 수익으로 세운 문화 시설과 공연, 복합 관광 전략은 성공할지 생각했다. '식민의 그림자'와 '도박의 빛' 사이에서, 마카오는 또 한 번의 정체성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중국 탕산해운대학 초빙교수이자 순천향대학교 대우교수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집값 잡히다 1년 뒤 폭등... 노무현 정부의 패착, 이재명 정부가 배울 점
- 섬뜩한 경고... '윤석열 내란'은 AI 알고리즘과 어떻게 연관됐나
- 이 대통령 "수사-기소 분리 거대한 변화... 경찰, 민생에 유능해야"
- 민주당 사법개혁안이 놓친 것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장하다
- '25평 50억' 서울 아파트값 형성의 법칙... 문제는 가격이 아니다
- 참사 후 세 번째 '주인공 없는' 생일, 웃음·눈물 이어진 딸 친구의 질문
- 사법리스크 벗은 카카오... 법원 "SM 주식 매입, 시세조종 아냐"
- 5년 만에 바뀐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부부도 '배우자'로 인정
- "우리 군 일부가 내란 가담" 한마디에... 지상작전사 국감서 또 여야 설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