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고 깔끔하게, 돌데크로 정원 리모델링

박진영의 정원이야기 11

의뢰 현장이 다양하지만 모두가 화려하고 풍성한 정원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이나 타운하우스에서 적은 관리와 노력으로 심플한 정원을 가지고 싶어 하는 클라이언트도 많다. 꽃과 나무는 좋아하지만 관리는 자신이 없다든가 최대한 손이 덜 가는 정원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이번 호를 주목해 보자.

진행 남두진 기자┃글 자료 박진영(화랑조경 대표)

이번 프 로젝트는 동탄 에 위치한 타 운하 우스 정원이었다. 3대가 함께 거주하 는 주택으로 기존 정원은 식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관리가 어려웠는지 어딘가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클라이언트의 요
구는 깔끔한 정원을 1순위로 꼽았고, 다음으로 식물을 최소한으로 식재하길 바랐다. 공간 자체가 넓지 않았기에 심플하게 레이아웃을 나누고 전부 잔디였기 때문에 일부를 돌데크로 교체해 시공하기로 결정했다.

시공 전 온통 잔디로 식재된 정원 모습

라이프스타일 맞춘 잔디
아름다운 정원을 떠올리면 보통 초록 잔디가 펼쳐진 모습을 그릴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정원을 가꾸는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잔디는 면적이 좁을수록 좋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관리가 번거롭고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 반려견을 키우거나 다른 이유로 잔디를 시공하는 분 들이 있다. 이번 프 로젝트 역시 아이와 반려견이 함께 놀 공간이 필요했기에 잔디를 유지하기로 했다.

배수에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토양 개량작업을 위해 기존 잔디도 전부 들어냈다.

잔디 관리법 몇 가지
잔디는 물주기, 비료·배토, 예초 관리가 어렵다. 물을 자주 안 주면 뿌리가 강하게 자랄 수 있고 비료도 일반적으로 봄과 가을에 잔디 상태를 고려해 준다. 한여름이나 겨울은 식재 후 경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웬만하면 피해서 시공한다. 매번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시공 시에는 엣지를 꼭 신경 써야 화단이 아름답게 유지된다. 배토는 시공하자마자 바로 작업하고 이후 잔디가 뜬다고 느낄 때마다 작업하면 된다. 중요한 예초는 줄날보다 칼날로 하는 편이 좋다. 잔디 잎이 끊어지면 절단면이 누렇게 뜨기 때문이다. 줄날로 잎을 찢는 것이 아닌 칼날로 싹둑 잘라내는 것이다.

토양 개량작업을 마친 후 레아이웃을 나눠 돌데크와 잔디를 함께 시공했다.

리모델링에서 중요한 것
지난 4월 호에 정원 리모델링을 내용으 로 기고한 적이 있다. 정원 리모델링은 신중한 고려와 계획이 필요한 작업인데 가장 첫 번째로 기존 정원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구역에 따라 어떤 상태이고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 지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부를 돌데크로 교체하기에 잔디 영역은 남겨 둬야 했는데 잘 살펴보니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클라이언트와의 얘기를 나눈 후 어쩔 수 없이 기존 잔디를 모두 제거해야 했다. 새로 구배를 고치고 토양을 개량 한 뒤 잔디를 다시 식재했다.

기존 우드월에 잘 어우러지는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와 화산송이석

기존 요소와 새로운 요소
기존 나무도 전부 제거하기를 바랐으나 타운하우스 조경 규정 상 스타일이 어느 정도 통일돼야 했다. 이를 반영해 공작단풍은 교체하지 않고 이식하는 것으 로 조정했다. 나무 는 정면에 있던 기존의 우드 데코월과 어우러지는 밝은 수피의 자작나무로 선택했다. 밝은 수피에 대비되는 흑색의 화산송이석으 로 적절한 포인트를 줬다.

각각 다른 소재를 적용해 좁은 영역을 나눴다.

여러모로 실용적인 돌데크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클라이언트는 여름에는 수영장, 겨울에는 파이어피트를 놓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에 일부를 돌데크로 시공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돌데크는 여름 수영장은 물론 겨울 파이어피트를 설치할 때도 화재 위험이 적은 장점이 있다. 잔디 정원에서는 어려웠던 바비큐 파티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돌데크는 잔디에 비해 관리가 쉬운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끼나 먼지가 쌓일 수 있다. 주기적으로 잘 살피면서 청소하고 필요시에는 레벨을 조정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각각 다른 소재를 적용해 좁은 영역을 나눴다.

돌데크 선택 후 고려할 점
돌데크는 합성목재데크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자연스러운 컬러 또한 웬만한 디자인과 무난하게 어우러진다. 다양 한 기후 조건에 강 하며 최소한의 유지 보수로 오래 사용할 수도 있다. 건식으로 시공하는 경우엔 추후에 디자인을 교체하거나 변경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대신 시공에는 숙련된 기술 을 요한다. 설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데크 가 흔들리거나 불안정해 크랙이 생기는 등 파손되기 십상이다. 무게로 인해 운반 및 설치가 어렵기에 장소에 따라 비용이 증액될 수도 있다. 하중을 고려해 설치하는 곳의 기초나 기반 확인도 필수다. 침하나 균열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존 요소를 재사용해 리모델링한 정원 입구

리모델링의 기타 요소
차폐 식물로는 문그로우를 고려했는데 예산 문제로 큰 사이즈를 선택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신 빠르게 자라는 수종의 문그로우를 선택해 차폐 역할을 부여했고 자연적으로 수형이 아름답게 자라기에 따로 관리할 필요도 없었다. 텃밭 요구에 맞춰 사구석으로 작은 공간을 마련했고 정원 입구에는 돌을 재사용해 화산송이석으로 깔끔한 첫인상을 부여했다. 화단에는 철쭉을 식재하고 깔끔하게 전지했다.

부정형 판석을 이용해 시공한 모습

이번 프로젝트처럼 돌데크에는 현무암 정형 판석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가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현무암 정형 판석과 부정형 판석도 시공 후 그 느낌이 다르기에 기존 요소와의 색상 조화나 내구성, 유지관리 등을 고려해 대상지에 맞는 것으로 선택하는 편이 좋다. 이처럼 잘 관리한 잔디와 꼼꼼하게 시공한 돌데크의 조합은 작은 공간에도 깔끔한 인상을 부여할 수 있다. 꽃과 나무가 풍성한 화려한 정원이 아니더라도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나만의 정원을 만든다면 그 만족도는 기대 이상으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