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베트남서 딸기 생산?”…농업판 뒤집은 ‘AI 농부’ 정체
“로봇을 연구하던 기계공학도였습니다.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사람 생계에 닿기를 바랐죠. 흙 한번 만져본 적 없던 공대생이 농업에 뛰어든 건, 그곳에 가장 절박한 ‘결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규태 어밸브 대표는 자신을 ‘스마트팜 사업가’가 아닌 ‘문제 해결사’로 소개했다. 2019년 어밸브를 설립해 베트남 스마트팜 시장을 평정한 그지만 시작은 현장의 막막함이었다. 개발도상국 현장을 돌며 기후 변화와 기술 격차로 생계를 위협받는 농민을 목격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그는 “농업을 데이터로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만들어 누구나 농사 고수가 되게 하겠다”는 독특한 비전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단순히 데이터만 많은 것이 아니다. 숙련된 농업 마이스터가 내리는 복잡한 판단 과정을 98개 핵심 로직으로 내재화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AI는 카메라를 통해 작물 잎 색깔, 생장 속도, 스트레스 신호를 실시간 감지한다. 이를 통해 병해충 예측 정확도는 98.2%에 달하며 생산 비용을 20% 이상 절감했다.

베트남 현지 딸기는 당도가 들쭉날쭉하고 무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밸브 AI 스마트팜에서 자란 딸기는 365일 당도 10브릭스(Brix) 이상을 유지한다. 마치 공산품을 찍어내듯 균일한 고품질 딸기를 생산해낸다.

반응은 뜨겁다. 현지 호텔과 베이커리는 단순 구매를 넘어 유통 파트너십(MOU)을 체결하며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린다. 농업 불확실성이 기술로 통제된 셈이다. 박 대표는 “어밸브 스마트팜은 단순한 농장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작물을 찍어내는 ‘식물 공장’이자 인프라”라고 정의했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 국제기구와 협력한 ODA(공적개발원조) 프로젝트가 마중물이 됐다. 단순한 원조를 넘어 현지 농가가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자립형 모델을 구축했다. 어밸브는 하노이와 호치민 인근에 100동 이상 스마트팜을 짓고, 이를 묶어 거대한 ‘애그리 클러스터(Agri-Cluster)’를 만들 계획이다.

이어 “어밸브는 단순한 설비 수출이 아니라 AI 기반 재배 운영 표준을 현지에 정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코리아스타트업센터 하노이는 기술 검증과 현지 파트너 연계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이 베트남에서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어밸브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힘을 실었다.
가장 큰 우려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역으로 전선을 넓히며 하드웨어 구축(CAPEX)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AIGRI), 하드웨어 구축, 농산물 유통, ODA 프로젝트까지 사업 영역이 방대하다. 물리적 시설 기반 사업을 빠르게 스케일업하는 건 자금 흐름에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자칫 ‘속도 조절’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운영 리스크 관리도 숙제다. 아무리 AI가 뛰어나도 현지 인력 운영 미숙이나 예기치 못한 기후 재난은 변수다. 기술로 자연을 통제하겠다는 비전이 ‘이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양한 변수 속에서도 안정적 수익률을 증명해야 한다. 초기 정부 지원이나 ODA 자금 없이도 독자 생존 가능한 수익 모델을 안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박 대표는 “10년 뒤 어밸브는 단순한 스마트팜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농업 인프라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7년 매출 목표 80억원. 베트남을 넘어 글로벌 유니콘을 꿈꾸는 어밸브가 하드웨어 확장 리스크를 씻고 ‘농업계 안드로이드’로 안착할 수 있을지 시장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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