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생선·벌초 다 피하라” 의사 없는 추석, ‘웃픈’ 조언들

김진욱 2024. 9.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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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추석 연휴 응급실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번 추석 연휴의 최대 목표는 '안 아픈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 고향인 지방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하면 상황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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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추석 때 난리 날 것이다. 우리는 전공의 없이 추석을 맞아본 적이 없다. 교수들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려워한다. 우리끼리도 ‘추석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중략) 의료 체계가 하루빨리 정상화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는다.”(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SBS 인터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추석 연휴 응급실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조차도 ‘큰일 터지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을 언급한다.

이렇다보니 이번 추석 연휴의 최대 목표는 ‘안 아픈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당하면 큰 일이나 먼 길 귀성도 떠나지 말고 생선 전도 먹지 말라는 조언까지 나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최근 JTBC에 출연해 “(이미 현장에서는) 의료 인프라가 모두 무너졌다. 저도 제 가족에게 하는 이야기가 ‘멀리 이동하지 마라. 교통사고가 났을 때 치료받을 병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벌초도 자제하면 좋겠다. (목에 가시가 걸려 다칠 수 있으니) 생선 전 같은 것을 먹지도, 아이들을 혼자 두지도 마라’일 정도다. 지금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찾았다가 의사를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최근 급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올해 119 구급대가 환자를 네 차례 이상 재이송한 건수는 17건으로 상반기(1~6월) 동안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연간 기록을 넘겼다.

두 차례 이상 재이송한 사례는 78건으로 지난해 연간(84건) 기록을 거의 따라잡았다. 지난 12일에도 아파트 계단에서 넘어진 70대 남성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18시간 동안 뺑뺑이를 돌다 의식 불명에 빠졌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 고향인 지방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하면 상황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추석 당일인 17일 문을 여는 의료기관 10곳 중 4곳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7일 운영되는 의료기관 1785곳 중 40.1%인 716곳이 수도권에 있다. 충남(98곳)과 경북(96곳), 부산(93곳), 충북(79곳), 대구(78곳), 강원(64곳), 광주(62곳), 대전(55곳), 제주(38곳), 울산(23곳), 세종(21곳)은 17일 문을 여는 병원이 100곳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경증 환자의 병원·약국 이용을 자제시키기 위해 본인 부담금을 높이기로 했다.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평일 야간·토요일·공휴일 의료비 가산제’가 실시된다. 이때 대형 병원을 찾으면 기본 진찰료와 마취료, 처치료, 수술료에 30~50%를, 약국은 조제 기본료와 조제료, 복약 지도료에 30%를 더한 금액을 내야 한다. 동네 의원과 약국에서는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진료를 받거나 약을 지어도 30%를 더 낸다.

시민들의 명절 준비도 한층 위축됐다. 먼 길 떠나는 이들은 상비약을 챙기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A씨는 1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가인 부산에 내려갈 예정인데 감기약과 소화제, 지사제 등 여러 종의 상비약을 가족 몫까지 챙겼다. 가벼운 증상은 약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분당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B씨도 “괜히 모였다가 단체로 코로나19에라도 걸릴까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이번 추석 연휴에는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상비약만 미리 갖춰두시라고 말씀만 드렸다”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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