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소용없다…한화·교보생명 여전히 보험료 카드납부 '절대 사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정감사에서 매해 지적을 해도 소용없다. 여전히 납입 보험료의 신용카드납 비율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와 보험사 운용자산 수익률 간의 함수가 얽혀있는만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생명‧손해보험협회가 각 보험사별 지난해 4분기 신용카드납 지수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4.0%, 손해보험사 30.7%로 집계됐다. 생보사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각각 0.1%포인트, 0.4%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형 생보사로 분류되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카드결제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의 경우 계열사인 삼성카드로 결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카드납 비율이 0.5%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보장성 보험의 경우에도 6.8%에 머무르고 있다.

생보사 중 카드납 비율이 10%를 넘긴 곳은 외국계 보험사인 라이나생명(34.2%)과 AIA생명(16.7%)이 유이하고 나머지 생보사는 모두 한자리 수를 기록 중이다.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의 카드납 비율이 80.1%에 이르는 영향으로 생보사에 비해 카드납 비율이 높은 편이다. 모든 손보사가 최소 10% 이상은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수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보험만 판매하는 캐롯손보의 경우 94.2%로 대부분의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수령하고 있다.

그러나 손보사의 절반 이상의 보험료 비중을 차지하는 장기 보장성보험은 전체 15.6%에 불과했다. 손보사도 에이스손보(71.6%), AIG손보(48.8%), 악사손보(46.5%) 등 주로 외국계 보험사가 카드납 비율이 높은 편에 속했다. 한화손보(9.6%)와 MG손보(9.8%)는 10% 미만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보험료의 신용카드 납입 비율이 낮은 것은 하루이틀 겪어온 문제가 아니다. 계속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긴 했으나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까지 관련 내용으로 법안 발의를 할 정도로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여왔다.

이정문 의원 등이 2020년 9월 발의한 내용에는 신용카드 사용을 강제하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신용카드 등을 통한 보험료 수납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보험상품이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금융상품으로 보험료 납입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험료 납입을 소비 개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보험사가 소비자의 카드납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매월 카드납을 허용할 경우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는 반드시 사업비가 추가될 수밖에 없고 이는 보험료에 전가돼 고객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카드납은 수수료만큼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되며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며 "수수료 외에도 고객이 카드대금을 미납할 경우 계약해지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보험료 납입 여력이 안되는 소비자가 고액의 보험료를 카드로 납입한 후 카드대금을 정산하지 않고 보험금만 수령해 이미 사용했다면 미납된 카드대금을 누가 책임지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어 "보험 해약 시 해약환급금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물건 구매와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국정감사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카드사가 보험사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은 결제금액의 2%선이다. 카드사는 다른 업종에서 받는 통상적인 수수료라며 보험료 납부도 예외를 적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에서는 수익을 저해한다며 1%대까지 낮춰야한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가 희망하는 1%대 수수료는 카드사의 업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카드사 업황은 현재 여신전문금융채 조달금리 상승과 낮은 가맹점수수료로 최근 몇 년 동안 전반적으로 악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카드 수수료 원가인 적격비용 원칙 하에서 협의해서 책정한 것"이라며 "합당한 원가에 기반해 책정한 것인데 지금보다 더 낮추는 것은 원가 이하의 수수료를 받으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카드수수료 원가라는 개념의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마케팅비용, 밴(결제대행업체) 수수료 비용 등을 토대로 산정된다. 이를 근거로 카드사 수수료율이 결정된다. 지난 2012년 적격비용 기반 카드수수료율 체계 도입 후 3년 주기로 4차례 카드수수료율을 재산정했는데 모두 수수료율이 떨어진 바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보험료 결제수단 문제는 보험사, 카드사, 보험계약자 등 경제주체 간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와 카드사 간 가맹점수수료율은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만큼 보험계약과 관련해 법률에서 특정한 결제수단을 의무화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