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방송 성적표만 보면 조용했다. 그런데 플랫폼 반응은 전혀 달랐다. JTBC 새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방송 2회 만에 넷플릭스 코리아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에 오르며 예상 밖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날 2회 시청률은 2.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1회와 동일했지만, OTT에서는 가장 먼저 선택받은 작품이 됐다. 본방 시청률과 체감 화제성이 완전히 엇갈린 셈이다.

<모자무싸>는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와 <동백꽃 필 무렵> <웰컴투 삼달리>의 차영훈 감독이 손잡은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구교환, 고윤정, 오정세, 박해준, 강말금 등 믿고 보는 배우진까지 더해지며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다. 그래서 2%대 시청률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넷플릭스 1위는 전혀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강한 사건을 몰아치는 드라마가 아니다.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뒤처졌다고 느끼는 인간의 시기와 질투, 열등감과 외로움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속도보다 감정, 반전보다 여운에 무게를 둔 서사다. 이런 결의 작품은 본방에서 즉각 폭발하기보다 OTT에서 몰아보기와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힘을 받는 경우가 많다. <모자무싸> 역시 정확히 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극의 중심에는 20년째 감독 데뷔에 실패한 황동만(구교환)이 있다. 친구들은 모두 영화계에서 자리를 잡아가는데 자신만 제자리걸음인 듯한 현실 속에서 동만은 허세와 독설로 스스로를 지킨다. 남의 성공에 흔들리고, 초라함을 감추려 더 요란해지는 인물이다. 구교환은 이 복합적인 캐릭터를 밉상과 짠함 사이 어딘가에 세워놓으며 쉽게 눈을 떼기 어려운 존재로 만들었다.

여기에 고윤정이 연기하는 변은아는 작품의 공기를 바꾼다. 업계에서 ‘도끼’라 불릴 만큼 날카롭게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영화사 PD지만, 모두가 외면한 동만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인물이다. 냉정한 얼굴 뒤에 상처와 불안을 감춘 채, 무너진 사람에게 조용히 손을 내민다. 고윤정은 절제된 표정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변은아의 입체감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2회 후반부는 두 배우 조합의 힘이 선명하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8인회에서 사실상 왕따를 당하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주던 공간에서도 밀려난 황동만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를 다시 일으킨 사람은 변은아였다. 동만이 자신을 모멸한 세계를 향해 “내 무가치함의 끝에서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릴 거야. 나의 빛나는 스토리를 기대해라”라고 외치는 장면,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은아의 표정 변화는 이 드라마가 결국 누구의 이야기인지 또렷하게 보여줬다.

시청자 반응도 나뉜다. “호흡이 느리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요즘 가장 현실적인 드라마”, “구교환 연기가 미쳤다”, “대사가 마음을 후벼 판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박해영 작가 작품들이 늘 그랬듯 초반엔 조용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감과 해석이 쌓이는 흐름과 닮아 있다.

지금의 2.2%는 성적표의 전부가 아니다. 이미 넷플릭스 1위에 오른 순간부터 <모자무싸>의 진짜 승부는 시작됐다. 느리지만 깊게 스며드는 이야기, 구교환과 고윤정의 강한 시너지, 그리고 “당신은 이미 충분히 가치 있다”는 메시지가 입소문으로 번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숫자는 아직 작지만, 반응은 결코 작지 않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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