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되는 진료비, 펫보험이 대안될까?” 1300만 반려인 시대, 펫보험 심층분석

우리나라 인구 중 약 1,262만명이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인구수가 약 5,00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4명 중 1명은 반려인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반려동물보험, 즉 펫보험 가입률은 1%에 불과하다. 펫보험 가입에 대한 공감대가 낮은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펫보험의 유익한 점,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고령화와 1인 가구 확산, 가입률은 1% 미만

경제성장에 따라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전체 인구의 25%를 넘는 시대이다.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반려동물에 대한 월평균 양육비는 평균 15만원이며 이중 병원비는 6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비용으로, 실제 반려동물 진료비는 비급여로 고가인 경우가 허다하다. 반려견의 감기 치료의 경우 약 8만원의 고가의 진료비가 청구되기도 하며, 흔한 질환인 슬개골 탈구 수술의 경우 약 100~150만원가량의 병원비가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현재 동물병원 질병코드와 진료 항목이 표준화되지 않다 보니 병원마다 진료비가 제각각으로 많게는 병원마다 7~8배 이상의 편차가 있다.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병원비 부담과 경제적 손실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하여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관심은 최근 상승하는 분위기이고, 실제 보호자의 67%는 반려동물보험 가입 의향이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반려동물보험에 대한 양육가구 인식조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하지만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22년 말 기준으로 1% 이하로, 미국(약 10%), 일본(약 9%), 스웨덴(약 40%) 등의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펫보험이란?
반려동물(반려견, 반려묘)의 질병 또는 상해 발생 시 입·통원비와 수술비 등을 보장하는 실손보험을 의미한다.

펫보험, 아쉬운 점

현재 펫보험은 손보사(11개사)가 판매 중이나, 반려동물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보장 한도나 보장비율 등만 일부 다르게 운영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수술 건당 보장금액이 최대 얼마인지, 보장비율이 최대 몇 프로인지 등 기본적인 조건의 차이만 존재할 뿐, 반려동물의 연령이나 종에 따른 질병 특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종에 따라 유달리 슬개골 탈구에 취약하기도 하고, 유전병에 잘 걸리기도 하며, 암이나 심장 수술 등 중증질환에 쉽게 노출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반영은 아직 미비한 것이다. 게다가 반려견이 취약한 슬개골이나 고관절 이형성과 같은 관절질환은 1년이나 되는 면책기간이 발생하며, 유전질환은 아예 보장이 안 된다. (회사에 따라 보험기간 중 최초 발견시에는 보장해주는 경우도 있다.) 질병의 경우 전 보험사 동일하게 가입 후 30일은 지나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반려동물 보험은 보장 범위가 좁다는 편견이 생기게 된다.

보상금액에 비해 보험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보통 자기부담금을 1~3만원으로 책정하고, 전체 병원비에서 이 자기부담금을 제한 후 보상비율을 50~70% 정도에서 선택하는데, 하루 입•통원 한도(15만원~30만원)와 수술비 한도(200만원~250만원)를 어떻게 세팅하냐에 따라 월 보험료는 약 4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 선까지 정해질 수 있다. 자기부담금 3만원, 보상비율 70%로 가입했을 때, 수술비가 200만원이 나왔다면 자기부담금 3만원을 제한 197만원의 70%인 약 138만원 정도를 보상받을 수 있다. 물론 자기부담금을 낮추고 보상비율을 높이면 그만큼 보험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보상금액이 높아지겠지만 이에 따른 보험료 부담은 커지게 되니 생각보다 보상금액이 적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3년 주기로 보험료가 갱신되므로 반려동물이 노령이 될수록 보장은 절실하나 보험료는 급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펫보험이 필요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펫적금(매달 일정금액을 모으는 금융상품)보다는 펫보험이 여러모로 유익하다. 반려인이라면 동물병원에 한번 방문할 때마다 5~10만원은 기본적으로 나간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노령의 반려동물의 경우 월 약값만 30만원 이상 든다는 이야기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여기에 1~2일 입원이라도 하거나 슬개구 탈골 등의 수술이라도 한다면 병원비가 100만원은 훌쩍 넘는다. 모든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고령이 되어가면서 여러 사고나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것을 생각할 때 결코 적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점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평생 반려인으로 살게 된다면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반려동물로 인한 배상책임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사고가 안 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나의 반려동물로 인해 혹시나 모르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펫보험에서는 배상책임을 최대 1천만원까지 보상해 준다. 이러한 점이 적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보험의 본질적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나이가 이미 많고 치료한 질환이 여럿 있다면 펫보험 가입이 어렵겠지만, 반려동물의 나이가 아직 어리고 특별한 질환이 아직 없으며, 같은 종의 반려동물을 고려해 볼 때 크고 작은 질환으로 6개월에 1~2회 이상 동물병원에 갈 것이 예상된다면 펫보험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펫보험은 보통 연 20회 보장이다.)

정부의 향후 과제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치료가 증가하면서 정부에서도 펫보험 제도개선에 대한 방안을 내놓고 있으며 관련 움직임을 시작했다. 먼저, 반려동물보험의 합리적 요율 확보를 위해 반려동물 의무 대상을 반려견에서 반려묘까지 확장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하여, 동물병원의 진료 서류 발급을 의무화하고 질병이나 진료행위 명칭 등을 통일시켜 정확한 통계관리를 하며, 보험업계와 수의업계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펫보험 가입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현행 보험상품에 대해서도 반려동물의 연령이나 종의 특성, 질병 특성을 고려하여 보장범위와 보험료를 다양화하고, 과잉진료 방지장치를 마련하여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을 위한 노력도 기울일 예정이다.

[정부의 보험상품 개선 방안]
1. 보장범위의 다양화 : 연령, 동물별 특성, 백신 접종 여부, 건강검진 인력 등을 감안한 보장의 다양화
2. 보험료 산정방식 개선 : 매년 의료 이용량에 비례한 보험료 할인 혜택
3. 반려인-반려견 연동 상품 : 반려인은 상해·질병, 반려견은 돌봄비 암진단비 입원치료비 보장

관련 제도와 법이 체계화된다면 펫보험은 보다 실효성 있게 활용될 것으로 보여진다. ‘1,300만 반려인 시대’에 걸맞은 괜찮은 펫보험 도입으로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복지가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유나 재무심리 전문가
※ 머니플러스 2024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