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파트" 고3에게 이 노래는 금지송?
[유정렬 기자]
운전 중에 항상 음악을 듣는다. 플레이 리스트에는 유행이 한참 지난 옛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요즘 노래들 같은 힙함은 덜해도 나름의 감성이 있다. 엔진음 사이로 내 귀를 울려주는 멜로디를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곤 한다.
가을바람 때문인지 최신 차트를 재생했다. 21일 기준 인기 1위 곡이 흘러나왔다. 곡명은 'APT.' 블랙핑크의 메인 보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이다.
▲ APT. 뮤직비디오 갈무리 |
ⓒ 더블랙레이블 |
"채영(로제 본명)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 눌러 라디오라도 튼 줄 알았다. 그런데 로제의 명랑한 목소리로 외친 구호였다. 노래의 시작이라고 말하기에는 엉뚱한, 우리가 흔히 게임을 할 때 소리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계속되는 충격의 연속. 아주 정직하게 또박또박 한국식 발음으로 '아파트'를 반복해 노래한다. 곡 속에서 언급한 아파트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의 한 종류라고 한다. 여러 사람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라는 구호를 외친다. 양손을 포개 높이 쌓아 올린 후 술래가 외친 층수(숫자)에 따라 맨 아래 손부터 하나씩 빼는 놀이다. 간단하면서 흥겹기 때문에 분위기 띄우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 노래는 로제가 자신의 스태프들에게 아파트 게임을 알려주는 과정 가운데 만들어졌다고 한다.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노래를 만들어 내다니 대단한 창의력이다.
이 노래는 곳곳이 킬링포인트다. 먼저 '아파트'가 계속 반복되는 파트는 코러스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중독성이 상당하다. 멜로디 역시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르기 쉽다. '게임 구호와 랩'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면서 노래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다.
처음 내레이션만 제외하면 노래 가사 전부가 영어다. 그런데도 '아파트'가 언급된 부분만큼은 한국식 발음으로 정직하게 '아파트'라고 발음하며 노래한다. 이는 팝의 전설 브루노 마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파트먼트'가 아닌 '아파트'라고 정확하게 발음한다.
▲ APT. 뮤직비디오 갈무리 |
ⓒ 더블랙레이블 |
뮤직비디오 안에서 로제는 발랄하면서도 브루노에 전혀 기죽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브루노 역시 여유 있는 퍼포먼스로 로제와 위화감 전혀 없이 어울리면서 특유의 잔망미를 유감없이 발휘해 낸다.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고 있는 그들은 나이 차이 나는 남매 혹은 친한 삼촌과 조카처럼 보였다.
자신의 랩파트에서 브루노는 '건배, 건배'를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내뱉으며 작은 태극기를 힘차게 흔든다. 장난꾸러기같이 해맑은 그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무장해제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둘의 조합이 이렇게 환상적일 수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유명 팝가수와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가 듀엣을 했다는 사실을 넘어 나이와 성별, 인종과 문화를 초월해 함께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 APT. 뮤직비디오 갈무리 |
ⓒ 더블랙레이블 |
두 아티스트의 협업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팬들까지 열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들은 노래들 중 제일 좋다. 펑키함과 키치함으로 무장한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흡사 90년대 팝송 분위기를 살리며 감성까지 더한 노래 'APT.' 팝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발휘하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 이 둘의 조합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아 감사할 정도다.
12월 발매될 로제의 정규앨범이 무척 기대된다. 어떤 노래들로 우리를 또 놀라게 해 줄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만 노래의 중독성 때문에 '수능 금지송'이라 불릴 정도니 우리나라 고3은 유의해 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얼룩소, 블로그, 페북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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