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여성 속옷이 왜 없지"…마약왕 박왕열 잡은 형사의 촉

김홍범, 박건 2026. 3. 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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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더중플 - 뉴스페어링 팟캐스트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필리핀에 수감 중이던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한국으로 전격 송환됐습니다. 박왕열은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으로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6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해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잡는다”고 강조했는데요. ‘동남아 3대 마약왕’ 등으로 악명을 떨치던 그를 처음 검거한 경찰이 있습니다. 바로 필리핀 앙헬레스의 첫 코리안데스크로 활약한 이지훈 경감입니다. 더중앙플러스에서는 이 경감의 인터뷰를 자세히 전합니다.

2016년 10월 11일, 필리핀 북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지훈 경감(왼쪽 둘째)이 현장 감식에 참여해 사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 이지훈 경감


" 사탕수수밭에서 시신들이 발견됐는데, 중국인 같아. 혹시 아는 중국인 있어? " " 알아볼게. 근데 왜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 중국인처럼 생겼잖아. " " 뭐라고? 시신 지금 어디에 있어? 바로 확인해야겠어. "
별생각 없이 말하는 듯한 필리핀 경찰의 말을 듣고,
이지훈 경감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곧 현장에 도착한 그는 사건 현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람 키보다 높은 사탕수수밭, 땅을 파다 포기한 흔적, 그리고 혈흔.

" 어라…? " 피해자들이 입었던 옷 상표에 선명한 한국어가 보였다.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머리에 각각 한 발씩 총을 맞고 사망한 세 명.
총기 범죄가 흔한 필리핀 사회까지 시끌벅적해진 이 사건이 바로 자신의 사건이 될 것을.

2016년 필리핀 북부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3명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이 경감은 한 달이 넘는 기간, 하루에 2~3시간을 자며 범인 추적에 매진했죠. 그러나 수갑 하나 없는 코리안데스크의 한계, 기상천외한 필리핀 수사 문화는 번번이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습니다. 심지어 범인은 초동 수사에 나선 이 경감을 만나 거짓말을 하고 유유히 사라지기도 했죠.

그러나 결국 범인은 그의 손에 잡혔습니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디즈니+)의 에피소드로 각색되기도 했는데요. 그가 잡은 범인은 25일 한국으로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이었습니다. 이 경감은 그를 어떻게 잡았을까요?

동남아시아 범죄 전문가인 이지훈 서울 양천경찰서 경감을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그는 2015~2017년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 첫 코리안데스크로 근무했으며, 이후 2023년까지 경찰청 외사국(현 국제협력관실) 인터폴국제공조과에서 동남아 국제공조반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 코리안데스크 활동 당시 사건 기록을 담아 책 『악은 성실하다』를 썼다. 김경록 기자


더중앙플러스 ‘뉴스페어링’ 팟캐스트에선 2015~2017년 필리핀 앙헬레스의 첫 코리안데스크로 활약한 이 경감을 만나 동남아에서 발생한 범죄가 어떻게 수사되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들었습니다. 이 경감은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 동남아 국제공조반장을 역임한 ‘동남아 범죄 전문가’입니다.


📌수사권 없는 경찰? 코리안데스크란

Q : 코리안데스크는 어떤 제도인가
한국 경찰청에서 해외 경찰 당국에 직접 경력을 파견하는 제도다. 한국인 대상 주요 사건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시 합동수사도 진행한다. 2007년 경기도 안양시 환전소에서 한국인 여직원이 피살된 사건이 있었다. 용의자들은 필리핀으로 도주했고, 이후 필리핀에서도 여러 납치 살인 사건을 자행했다.

해당 사건 수사 당시 필리핀 경찰과 공조가 쉽지 않아 한국과 필리핀이 업무협약(MOU)을 맺고 파견을 시작했다. 이후 2012년 필리핀 마닐라에 처음으로 코리안데스크가 파견됐고, 나 역시 2015년 필리핀 앙헬레스의 첫 코리안데스크로 파견됐다.

보통 경찰관은 해외 대사관에 파견돼 전반적 재외국민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데,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경찰과 수사 공조에 특화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한국인 대상 강력 사건 수사도 공조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 수배자를 검거하는 일도 한다. 필리핀 경찰 당국 내에 공식적인 자리와 역할이 부여된 독특한 보직이라고 보면 된다.

Q : 위험한 보직인가?
위험의 기본 단위가 높다. 동남아에는 총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갔던 필리핀은 미국이나 중남미에 버금갈 정도로 총기가 많이 보급돼 있다. 불법 총기만 100만 정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에서도 사제 총기를 만들 정도니 관련 범죄가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또 청부 살인이 실제로 이뤄진다. 수사에 대한 보복 위험성도 크다. 내가 체포해서 수용소로 보낸 사람이 청부살인 업자 고용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경고를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식당에 가도 늘 출입구가 보이는 곳에 앉는다. 차 옆에 오토바이가 서지 않는지, 미행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버릇이 될 정도다. 긴장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스트레스가 있는 셈이다.


📌드라마 카지노 ‘박왕열’, 검거 비하인드

Q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이었나?
한국인 3명이 사탕수수밭에서 사망 상태로 발견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후 드라마 ‘카지노’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2016년 10월 아침에 정보원을 만나서 잠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같이 근무하던 경찰로부터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3명이 총을 맞고 사망했다는 연락이 왔다. 현지 언론에선 피해자가 대만인으로 추정된다고 나왔고, 현지 경찰도 나에게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있냐’는 연락이었다.

내가 확인 차원에서 ‘시신에서 나온 신분증으로 국적 확인했느냐’고 물었는데,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필리핀인은 동아시아인을 외모만 보고 구별하긴 어렵지 않나. 그때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이건 확인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현장에 가보니 대만 영사관 직원도 나와 있었다. 대만은 지문을 확인하려면 본국으로 지문을 보내야 했다. 한국에선 사진만 잘 찍어 보내도 확인이 된다. 지문 사진을 찍어서 한국으로 보내 놓고 기다리면서 피해자들의 옷을 봤는데, 한국어가 적혀 있었다. 곧 한국에서 지문 검사 결과도 회신이 왔는데, 3명 다 한국인이었다.

Q : 놀랐을 것 같다.
필리핀이 아무리 청부 살인이 많다고 하지만, 3명이 동시에 사망하는 건 큰 사건이었다. 한국에선 말할 것도 없었다. 수사를 시작했는데, 사망한 한국인을 아는 교민이 없었다. 그렇게 수소문하다 박왕열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첫 면담에서 “피해자들을 만났지만 약속이 있다고 해서 패스트푸드점 앞에 내려줬다”고 대답했다. 당시만 해도 박왕열은 그냥 참고인이었고, 그렇게 헤어졌다.

(계속)
사건 해결까지 하루에 3~4시간 밖에 못 잤던 이지훈 경감. 잠적과 도주의 귀재였던 박왕열을 어떻게 잡았을까요? 인터뷰는 아래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 李 "지구 끝까지 추적" 통했다…마약왕 박왕열 검거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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