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한강 "매우 놀랍고 영광…작가들 노력이 영감 줬다" [한강 노벨문학상]
소설가 한강이 10일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이날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영광스럽고 여러분들의 지지에 정말 감사드린다. 그저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영어로 약 7분간 진행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학상을 받게 된 데에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고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며 “한국 문학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강은 어느 작가로부터 가장 큰 영감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어릴 때 옛 작가들은 집단적인 존재였다”면서 “그들은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단호하다.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내 영감이 됐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영감을 준 몇몇 작가를 꼽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 작가인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는 질문에 한강은 『사자왕 형제의 모험』 책을 좋아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인간과 삶, 죽음에 대한 의문을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연관 지을 수 있었다”면서도 “그(린드그렌)가 내 어린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작가 한강’을 막 알게 된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자신의 작품으로는 가장 최근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롯해 『흰』, 『채식주의자』를 권했다.
한강은 “가장 최근에 낸 『작별하지 않는다』는 인간의 행위에 직접 연결돼 있고 『흰』은 상당히 자전적인 내용이어서 아주 개인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도 있다”면서 “『작별하지 않는다』로 시작해봐도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인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3년에 걸쳐 썼는데 그 3년은 여러 이유로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서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 나무의 이미지를 찾아내기가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한강은 서울의 집에서 아들과 저녁식사를 마쳤을 때쯤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들과 저녁식사를 막 마쳤을 때였다. 한국은 저녁 8시쯤이었고 아주 평화로운 저녁시간이었다”며 “누군가 전화를 해서 (수상소식을) 알려줬고 당연히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한강은 또 “오늘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좀 읽고 산책을 했다. 아주 편안한 하루였다”며 “아들도 놀랐지만 (수상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을 어떻게 축하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 오늘밤 아들과 차를 마시며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앤더스 올슨 노벨문학상 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에서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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