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회용 컵 보증금제 D-2, 자영업자 “차라리 전국 시행하지 왜 우리만…”

장정욱 2022. 11.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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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일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제주·세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대상
일부 매장 컵 회수기 등 준비 덜 돼
인력·시간·비용 지적하며 ‘형평성’ 비판
내달 2일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세종시 어진동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설치한 일회용 컵 무인 회수기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저는 개인적으로 스테인리스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쓰는 사람이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누구 못지않게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일회용 컵 보증금) 정말로 환경보호를 위한 제도라면 이런 식이면 안 된다. 전국적으로 시행한다더니 다 빠져나가고 세종과 제주만 남았다. 우리도 영세 자영업자다.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나? 결국 우리만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 이틀을 남겨둔 시점에 커피 전문점들의 준비 부족과 제도 불신은 여전했다. 컵 회수기를 아직 설치하지 않은 곳도 있었고, 직원들이 일회용 컵 회수기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반환한 컵을 저장할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곳도 다수였다. 무엇보다 비용과 인력 부담이 가장 고민이자 불만이었다.


취재진은 29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여러 곳을 둘러봤다. 비교적 한가한 오후 3시 이후 방문한 매장들은 이미 무인회수기를 설치한 곳도 있고 아직 준비하지 못한 매장도 있었다. 정부가 제도 시행에 맞춰 내달 2일 ‘컵 반환 도우미’를 지원하는 내용도 잘 몰랐다.


매장 점주들의 공통된 걱정은 보증금 지급에 따른 카드수수료와 라벨(인식표) 비용 부담이었다. A 매장 점주는 “요즘 90% 이상 카드로 결제하는, 결국 컵 반환비 카드수수료는 우리 몫이 된다”며 “컵 보증금이 매출로 잡히면서 세금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매장 스스로 보증금 반환 라벨을 구매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소량 구매가 안 돼 라벨을 사는 데만 2~300만원의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점주로서는 목돈을 들여 푼돈으로 회수해야 하는 게 불만이었다.


B 매장 점주는 “차라리 전국시행이었으면 본사 차원에서 대량 구매해서 각 매장에 나눠주면 되는데 세종과 제주만 하다 보니 그게 안 된다”며 “하루 2~30잔 파는 우리가 수천 장의 라벨을 구매해서 놔두는 건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반환한 컵을 정리하고 씻어야 한다는 걸 부담스러워 했다. 손님들이 마신 컵을 반환하면 직원들은 이를 최종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좁은 공간에 사용한 컵을 따로 쌓아두는 것 자체가 일이다. 무엇보다 이물질이 묻은 컵을 다시 씻어야 하는 게 문제였다.


B 매장 매니저는 “손님이 무인 회수기를 통해 반납하는 시스템인데, 그렇게 반납한 컵을 정리하는 건 우리 몫”이라며 “무엇보다도 씻지 않은 컵을 쌓아두면 냄새가 나니까 우리가 컵을 씻어야 하는 게 가장 부담”이라고 말했다.


매장에서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던 소비자 정아무개(38) 씨 역시 “테이크아웃 커피는 대부분 길거리나 야외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컵을 씻어오는 경우는 드물 것”이며 “매장안에 손님들이 간단하게나마 컵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반환한 컵을 회수하는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컵 수거업체 선정도 매장이 직접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매장마다 수거업체가 다를 수 있고, 무엇보다 일정량이 충족되지 않으면 수거업체에서 컵을 회수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커피 전문점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반납한 일회용 컵을 매장 안에서 보관하기 위해서는 컵 세척이 필요하고, 이에 따르는 노동력 문제가 고민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은 소비자가 마시고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 컵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C 매장 직원은 “(수거)업체에서는 반환한 컵이 최소 1000개 이상은 돼야 가져갈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정도를 모으려면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며 “한 달 동안 냄새나는 컵을 어디에 보관하며 어떻게 관리를 하겠냐”고 하소연했다.


환경부가 자동 라벨기와 무인 회수기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결국 모든 작업은 우리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라며 “인력 부담을 줄이려고 비싼 키오스크(무인주문기)까지 들여놨는데 말짱 도루묵이 됐다”고 비판했다.


D 매장 점주 또한 “환경부는 라벨 부착기, 무인 회수기 지원해주면서 마치 인력이나 금전 손실 없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처럼 말하는 데 결국 라벨을 붙이는 것도, 회수된 컵을 씻고, 정리하고 보관하는 것도 모두 우리 몫”이라며 “솔직히 라벨 부착기나 무인 회수기 모두 노동력 감소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매장에서 공통으로 제기한 큰 불만은 ‘형평성’ 문제였다. 일부 매장에서는 차라리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제주와 세종에서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커피 전문점은 세종 177곳, 제주 355곳이다. 세종은 전체 커피 전문점 가운데 5%가량이 대상이다.


E 매장 점주는 “전체 매장(커피 전문점) 가운데 5%만 참여해서 환경보호라는 목적 달성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계속 적자를 보면서 겨우 가게를 하는데 왜 매번 우리 같은 작업 업체들만 피해를 봐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작 하루 수백 잔 파는 시외 대형 커피숍은 제외하면서 하루 열 잔, 스무 잔 파는 영세 업체만 시험대상이 돼야 하냐”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도 그렇고 정부는 늘 다루기 쉬운 프랜차이즈만 희생양으로 삼는다. 우리도 로열티 지급하면서 장사하는 영세사업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30일 커피 전문점 점주 등을 초청해 정부세종청사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더불어 다음 달 2일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에 맞춰 200여 개 매장에 ‘컵 반환 도우미’를 배정하기로 했다. 컵 반환 도우미는 소비자의 자원순환보증금앱 설치, 간이회수기 사용 안내, 컵 반환 및 분리배출 안내 등의 역할을 맡는다.


소비자 참여 독려를 위해 지역사랑상품권도 나눠준다. 환경부는 제도 시행 2주간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구매하고 개인사회관계망(SNS)에 인증을 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문화상품권 등 경품을 제공한다. 자원순환보증금앱을 통해서는 일회용 컵을 반납한 소비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세종 지역화폐인 ‘여민전’ 3000원권을 제공한다.


지난 5월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 공개 시연회에서 환경부 직원이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고 자원순환보증금(300원)을 반환받는 과정을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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