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차 서점 북바이북이 쌓은 ‘시간들’ [공간을 기억하다]

장수정 2024. 9.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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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의 이야기⑫] 경기 고양시 북바이북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상암동·광화문을 거쳐…11년 버틴 북바이북의 뚝심

북바이북은 2013년 아직 미디어시티가 갖춰지지 않았던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약 6평의 작은 책방으로 시작한 북바이북은 이후 북토크를 포함한 각종 책 관련 행사들로 상암동 주민, 나아가 ‘열혈 독자’을 사로잡았다.

당시엔 하루도 빠짐없이 행사를 열며 작가,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욕심을 내 매장을 확장하기도 했다. 한때는 3개의 매장을 동시 운영하기도 했으며,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대형 행사들로 100명에 달하는 참가자들까지 소화하며 작가와 독자들, 또 독자들을 서로 ‘연결’하는 ‘서점’의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었다. 포털 업체에서 근무하며 온라인 콘텐츠를 수시로 접하고, 또 생산했던 김진양 대표가 ‘대면 소통’을 꿈꾸던 중 떠올린 것이 ‘서점’이었다. 지금은 서점이 책 관련 행사 및 모임을 주도하고, 커피와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것이 낯설지 않지만, 당시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일본의 유명 서점들을 모티브 삼아 행사와 맥주로 책과 독자들을 연결하는 남다른 시도로 북바이북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며 무려 11년 동안 독자들을 만나왔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친언니와 함께 북바이북을 이끌고, 또 확장하며 10여 년의 세월을 함께 했지만, 지난해 언니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지금은 김 대표가 홀로 북바이북을 맡고 있다. 동시에 북바이북도 ‘변화’를 맞게 됐다. 약 100여명의 독자들이 모이는 행사를 수시로 운영하며 활발하게 운영이 되던 광화문을 떠나, 경기 고양시 삼송동의 조용한 골목에서 ‘책’과 ‘독서’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된 것. 김 대표는 “그동안에는 오피스 상권에 있어서 퇴근 후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있었다. 지금은 이곳에 오픈한 지 8개월이 지나 동네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데, 초기에는 힘들기도 했다. 손님들과 소소하게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책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지금의 북바이북의 분위기를 귀띔했다.

◆ “결국은 사람”…대면’으로 확대하는 의미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것에 공허함을 느낀 김 대표가 콘텐츠로 ‘직접’ 소통하기 위해 서점 문을 연 만큼 커피 또는 맥주와 함께 책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함께 소통하는 재미는 곧 북바이북의 색깔이기도 하다. 사업 확대를 시도했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지금은 고양시 삼송동으로 매장도 옮겨 많은 독자들을 아우르는 것이 쉽지는 않아졌지만, 그럼에도 북바이북이 쌓아온 시간과 경험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 북토크를 열 때만 해도 이런 것들이 많진 않았다. 출판사 대표님들을 비롯해 출판 업계 분들이 좋게 봐주셨다. 그 후로 연결이 되기도 하고, 작가님이 소개를 해주기도 하셨다. 그 이후로 쭉 이어진 것 같다”고 북바이북의 알찬 행사가 가능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1200회가 넘는 북토크를 진행했다. 지금은 공간이 좁아져 작가님들을 모시기가 쉽지 않다. 상암동에서는 4~50명의 독자들을 수용했다면, 광화문에서는 100명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모이기도 했다. 정유정 작가를 비롯해 김보통 작가 등 유명 작가들과 독자들이 소통하는 행사들을 열었었는데, 지금은 공간이 좁아져 쉽지 않아졌다”고 어려움을 표하기도 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러면서도 “그런데 신인 시절 연락을 해준 것에 감사해 보답하기 위해 찾아주신 작가님들도 있다”라고 앞으로도 북바이북의 정체성인 북토크는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10명 내외의 독자들과 소소한 행사를 열기도 하지만, 사인회를 열어 짧지만, 확장된 만남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동국 작가와 정유정 작가님이 사인회를 열 땐 서점 바깥에 줄이 서 있었다”고 당시 풍경을 설명하면서 “사실 이곳에서 100명을 모으긴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100명이 모이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도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책, 즉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곧 서점이라고 믿었다. 김 대표는 “독자들과 작가님들이 만날 때를 보면 표정이 확 바뀌는 순간이 있다. 좋아던 작가님을 만나서 기분이 바뀔 수도 있고, 혹은 좋은 책을 만나거나 분위기 때문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 걸 체감할 때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흥을 돋게 만드는 데 재미를 느끼나 보다. 그런 분들을 가끔씩 만난 것이 저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는 경험담을 전하며 북바이북이 지금처럼만 꾸준히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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