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겁다" "언젠가는 한번 박살" 천적 고영표 향한 SSG의 극찬과 다짐
배중현 2024. 6. 27. 17:01
"언젠가는 한번 박살 내야죠."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이 사이드암스로 고영표(33·KT 위즈)를 두고 한 말이다.
고영표는 'SSG 천적'이다. 2015년 데뷔해 통산 57승을 기록 중인데 이 중 11승(19.3%)을 SSG전(전신 SK 와이번스 포함)에서 따냈다. SSG전 통산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06, 9이닝당 볼넷은 0.79개에 불과하다. 2020년 이후 SSG전 전적은 12경기 8승 1패 평균자책점 1.98이다.
지난 25일 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천적다웠다. 인천 SSG전에 출격한 고영표는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쾌투로 승리했다.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한 뒤 첫 등판이었던 지난 19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5이닝 6실점)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6회 말 1사까지 16타자 퍼펙트로 SSG 타선을 잠재웠다.
이숭용 감독으로선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KT 단장 출신인 이숭용 감독은 고영표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본 야구 관계자 중 한 명이다. SSG 사령탑으로 고영표를 처음 상대한 이 감독은 "상대 팀으로 만나니까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준비했는데도 느낌이 다르더라. 정말 업그레이드되고 있구나 싶었다. 더 좋은 투수가 됐다는 걸 느꼈다"고 극찬했다.
SSG 타자들은 너나 할 거 없이 고영표에게 약하다. 고영표 상대 홈런을 4개(팀 10개)나 뽑아낸 한유섬의 통산 맞대결 타율은 0.205에 머문다. 추신수(0.200) 박성한(0.138) 김성현(0.188) 등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타자 에레디아(0.333) 정도만 강점이 있는데 앞뒤 타자들이 범타로 물러나 대량 득점이 쉽지 않다.
이강철 KT 감독으로선 고영표의 결장이 아쉽다. 고영표는 팔꿈치 문제로 4월 5일 1군 제외돼 두 달가량 공백기를 가졌다. 이 기간 KT는 SSG와의 두 차례 3연전에서 모두 1승 2패로 밀렸다. 이강철 감독은 "영표가 있었으면 SSG에 이렇게 많이 안 졌을 거"라고 곱씹었다.
이숭용 감독은 설욕을 다짐했다. '천적 관계'를 털어내지 못하면 향후 순위 경쟁에서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KT가 5강 경쟁에 뛰어들면 고영표가 SSG전에 '표적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이숭용 감독은 "지고는 못 산다"며 "어떻게 보면 우리 선수들이 더 반성해야 한다.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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