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소박하고 은은하게 전국의 봄 장식하는 찔레꽃
4월만 해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서 긴소매 옷을 입고 외투도 챙겨 다녔는데 5월이 되니 낮엔 덥다 싶을 정도로 기온이 올라갔네요. 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도 하죠.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날 등 많은 기념일이 있기도 해 여러 행사로 분주하게 보내고 있을 텐데요. 식물도 5월이 되면 분주합니다. 대부분 잎을 내고 쑥쑥 자라나 면적이 넓어져요. 본격적으로 광합성을 시작하기 때문이죠. 덕분에 햇빛을 가려 아래로는 그늘이 집니다. 어두운 숲속에서 눈에 잘 띄기 위해 5월부터는 흰색 꽃이 많이 핀다는 것도 몇 번 언급했었는데요. 2화에 다뤘던 아까시나무를 비롯해, 이팝나무(14화)와 때죽나무(38화)도 있고, 쥐똥나무라든지 국수나무 등 여러 나무가 흰색 꽃을 피우죠. 여러 흰 꽃 중에서도 이번 달에는 향이 좋은 찔레꽃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찔레꽃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가시가 많은 식물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볕이 잘 드는 냇가나 산기슭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낙엽관목이에요. 변변한 간식이 없던 시절, 봄에는 찔레나무의 새 줄기를 잘라서 껍질을 벗겨 먹곤 했죠. 맛이 달달하면서도 살짝 떫은맛도 있고 맛나게 먹었어요. 꽃잎도 따다 먹었습니다. 찔레꽃이 피는 5월은 곧 모내기가 시작되는 계절인데요. 이 시기에 가뭄이 잘 들곤 했다 보니 ‘찔레꽃가뭄’이라고 불렀죠. ‘찔레꽃 필 무렵에는 딸네 집에도 안 간다’는 속담도 있죠. 찔레꽃이 필 무렵은 흔히 보릿고개라고 하는 춘궁기로, 딸네 집도 끼니가 어려운 처지니 가지 말라는 뜻이에요. 이럴 때 연한 찔레순이나 꽃잎을 따서 먹으면서 배고픔을 잠시나마 잊었겠죠.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라는 가사가 나오는 ‘찔레꽃’이란 노래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으로 시작하는 ‘찔레꽃’ 노래도 있죠. 우리가 아는 찔레꽃은 붉은색이 아니라 흰색이고 간혹 연한 분홍색이 있는 정도인데 이 가사의 붉게 피는 찔레꽃은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남쪽 나라는 남해안을 가리키고 이 찔레꽃은 바닷가에 붉게 피는 해당화를 말한다고 합니다. 해당화도 가시가 무척 많거든요. 남해안에선 해당화를 찔레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요.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찔레꽃’ 노래는 보통 2절까지 부르지만 원래는 3절까지 있었다고 해요. ‘연분홍 봄바람이 돌아드는 북간도 아름다운 찔레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가사가 나온다는데, 해당화가 북간도에 피었을 리는 없고, 분류학이 체계를 잡기 전이므로 가시가 있는 붉은 꽃 중 어떤 것을 지칭했을 것이라고도 하죠.

찔레꽃에는 또 한 가지 잘 몰랐던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데요. 찔레꽃의 학명은 ‘Rosa multiflora’이고, 영어로는 ‘wild rose’ ‘baby rose’라고 합니다. 찔레꽃인데 이상하게도 ‘장미’와 연관된 단어들이 보이죠.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이름 찔레꽃을 풀어보면 ‘가시(찔레) 달린 꽃’을 뜻합니다. 가시가 많아서인지 뭔가 찌르는 것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이름이 붙여졌지만 찔레꽃을 야생 장미, 들장미라고도 하죠. 사실 찔레꽃은 장미목 장미속 장미과 식물이에요.
장미의 한자 이름(薔薇)에서 ‘장(薔)’이 담장(墻)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야생 장미에서 시작된 이름인 걸 알 수 있죠. 지금은 장미 하면 생일이나 집들이, 결혼기념일, 성년의날 등 어떤 것을 기념하고 축하할 때 많이 선물하는 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요. 우리가 알고 있는 장미는 18세기 말 야생 장미를 개량해서 만들어 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찔레꽃은 장미의 조상 모습을 간직한 거죠.

화려한 장미와 수수하지만 원래의 모습으로 피는 찔레꽃이 모두 눈에 띄는 5월입니다. 누군가는 크고 화려한 장미를 좋아하겠지만 작고 은은한 향을 풍기며 우리나라 들녘을 장식한 찔레꽃을 선호할 수도 있죠.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예전 모습을 잃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한 찔레꽃을 보며 어린 시절 행복했던 어느 날을 회상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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