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김종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결심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
ⓒ 연합뉴스 |
김진성씨는 이 대표로부터 위증을 교사받았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이 대표가 2018년 12월 22∼24일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2002년 검사 사칭 사건'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위증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KBS와 김병량 시장 사이에 '이재명을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철호 KBS PD에 대해서만 고소취소하기로 협의했다'는 위증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법정에서 "제 죄(위증)를 인정한다"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100%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검찰은 양형기준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황. 그런데 이 대표 측이 튼 녹음파일에서는 이들의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 흘러나왔다. 약 5년 9개월 전 녹음파일 속 김씨는 "제 기억으로는 KBS하고 우리 캠프 관계자하고 또 (김병량) 시장님이 교감을 갖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방청석의 취재진이 녹음파일의 발언을 세세하게 알아듣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공판이 끝난 후 당시 법정에서 틀었던 총 11분1초 분량 전화통화 파일의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 내용을 자세히 보면 검찰 공소사실과 모순되는 상황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다음은 녹취록 중 대략 중반까지다. 핵심적인 내용은 여기에 모두 들어있다. 다소 길지만 왜곡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부분 인용이 아닌 전체를 적는다. (괄호 안 표기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넣은 것이다.)
"그 선거판에서 이재명이 주적... 분위기 그렇게 계속 몰아"
- A 변호사(이하 변) : 예.
= 김진성(이하 김) : 사실 이제 저희도 KBS를 고소했지만,
- 변 : 예.
= 김 : 뭐 선거(2002년 6월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직면했기 때문에,
- 변 : 예.
= 김 : 이 KBS 상대해가지고 이게 정말 실익이 있을 것이냐,
- 변 : 예.
= 김 : 언론에 또 거꾸로 더 나오면 실익이 없는 거냐 하는, 굉장히 그 후보(김병량) 입장에서 고민이 될 때였습니다.
- 변 : 예, 예.
= 김 : 예. 그래서 아마 제 기억으로는 KBS하고 우리 캠프 관계자하고 또 시장(김병량),
- 변 : KBS하고 누구요?
= 김 : 그날 선거 캠프 관계자.
- 변 : 예, 누군지 기억나세요?
= 김 : 그건 누군지 제가 기억이 안 납니다. 예.
- 변 : KBS는 누군데요?
= 김 : KBS도 그건 어떤 특정인 당사자하고 협의를 했는지는 제가 내용을 모르고요.
- 변 : 그럼 협의를 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 김 : 예, 예. 시장님(김병량)이 교감을 갖고 계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변 : 뭘 갖고 있다고요?
= 김 : KBS와 교감을 갖고, 갖고 있다는 것으로 제가 들었다고.
- 변 : 아니, 교감을 갖고 있다는 게,
= 김 : 예.
- 변 : KBS의 누구하고 누가 만나서 얘기를 했다거나, 어?
= 김 : 예.
- 변 :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냔 말이죠.
= 김 : 그것은 제가 사실 확인은 뭐 거기 배석을 했다든가,
- 변 : 예.
= 김 : 누굴 만났다고 들었다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 변 : 아, 그때 당시에 그런 말은 못 들었다고요?
= 김 : 네, 네.
- 변 : 그럼 교감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고요?
= 김 : 근데 시장님(김병량)하고 이제, 제가 이제 저녁에, 아침에, 어... 미팅을 하니까 진행 안 했지만, 그때 저한테 슬쩍, 슬쩍 하시는 말씀이 있었죠. 이 대응에 대해서.
- 변 : 뭐라고 하는데요?
= 김 : 일단 뭐 지금 이재명 지사 문제하고 KBS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정리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는데,
- 변 : 예, 예.
= 김 : KBS 측에서 그런 요청이 오는 것 같다라고 말씀을 하신거죠.
- 변 : 그런 요청이 왔다?
= 김 : 예, 예.
- 변 : 요청이 왔겠죠. 근데 요청이 오고,
= 김 : 분명히 요청이 왔었던 분위기입니다, 그때는.
- 변 : 예, 요청이 왔는데,
= 김 : 네.
- 변 : 그래서 인제 그러면 요청이 오면 취하, 취하해주는 대신에, 어?
= 김 : 예.
- 변 : 이재명을 좀 주범으로 몰게, 몰자, 어?
= 김 : 예, 예.
- 변 : 그런 내용의 협의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냐는 거죠.
= 김 : 그렇게까지는, 주범으로 몰자라고까지는 표현을 안했던 거 같고요.
- 변 : 음...
= 김 : 어차피 그 이재명 시장, 저... 변호사(이재명) 곤란할 거 아니냐, 어?
- 변 : 예.
= 김 : 그니까 움직임이 둔화될 거 아니냐라는 취지로는 얘기를 했죠.
- 변 : 아...
= 김 : 예, 예. 그때 그 당시는 이재명 현 지사님, 그니까 편하게 그냥 이재명 당시 변호사로 표현하겠습니다.
- 변 : 예.
= 김 : 예. 그때 이 변호사께서는 굉장히 선거에 대한 가장 큰 아킬레스로 작용을 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믿고 있었거든요.
- 변 : 예, 예, 예.
= 김 : 네, 네.
- 변 : 저희가 지금 저기, 김 대표님(김진성)을 통해서,
= 김 : 네.
- 변 : 확인해야 되는 거는, 그래서 KBS 사람들이 이제 이 변호사, 이재명 변호사를 주범으로 몰고 가려는 진술을 했다, 어?
= 김 : 네, 네, 네.
- 변 : 그게 사실과 다름에도, 어?
= 김 : 네.
- 변 : 아무튼 그런 취지거든요. 그런 취지로 이제 그런 식의 얘기가 시장님(김병량) 캠프하고 KBS 사이에 있었다.
= 김 : 네.
- 변 : 그런 취지의 말씀은 그런데 들은 적 없다는 거죠?
= 김 : 네, 네, 네.
- 변 : 여보세요?
= 김 : 그때 정황상, 그 분위기상은,
- 변 : 예.
= 김 : 당연히 그런, 이재명 시장을 압박하는 것을 KBS와 협의를 했던 분위기가 맞고요.
- 변 : 예.
= 김 : 그 당시 누가 협의 대상자였는지,
- 변 : 예.
= 김 : 누가 그 현장에 있었는지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고요.
- 변 : 그러니까 저희는 이제 구체적인 팩트를 좀 확인하려고 하는 건데,
= 김 : 네, 네.
- 변 : 그런 분위, 분위기였는,
= 김 : 변호사님 말씀하신 의, 의, 의중은 제가 충분히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예.
- 변 : 근데 그러면 누구랑 누구랑 만났다더라, 누가 만났는지는 모르는데, 응?
= 김 : 예, 예.
- 변 : 뭐 그런 얘기도 들어본 적은 없고요?
= 김 : 아... 그... 누가 연결했는지는 모르지만,
- 변 : 예.
= 김 : 그 KBS의 소위 좀 고위직,
- 변 : 예.
= 김 : 고위직을 그, 교감을 하고 있다라는 얘기는 제가 들었습니다.
- 변 : 고위직과 교감을 하고 있다?
= 김 : 예, 예, 예.
- 변 : 누가?
= 김 : 후보님(김병량)이.
- 변 : 후보님이?
= 김 : 예, 예. 당시 이제 출마,
- 변 : 그, 그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는데요?
= 김 : 시장님(김병량)한테 들었고, 그 당시에 저희 캠프 관계자의 저기, 어디 정책팀에 있었, 누군지를 제가 기억을 못하겠습니다.
- 변 : 누군지 명확하게 기억을 못하는데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거를 들었, 말을 들었다?
= 김 : 예, 예.
- 변 : 음... 그, 어떤 얘기를 들었다고요, 다시 한번 얘기해보세요.
= 김 : 그니까 이제 그... 이재명 변호사하고 최철호 PD를 다시, 다시, 같이 고소를 한 상태잖아요?
- 변 : 예.
= 김 : 그러면 우리가 선거에 영향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 변 : 예, 예.
= 김 : 일단은 KBS를 좀 원활하게 풀어주고,
- 변 : 예, 예.
= 김 : 이재명 지사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 변 : 예, 예.
= 김 : 효과적이지 않겠느냐.
- 변 : 예.
= 김 : 아무튼 이재명이가 지금 우리 그, 선거판에 있어서는,
- 변 : 예, 예.
= 김 : 가장 주적이라고 이제 표현하고 있으니까.
- 변 : 예, 예, 예.
= 김 : 음, 그래서 아마 그 분위기를 그렇게 계속 몰아갔던 거는 있었던 거 같습니다.
둘 사이의 대화는 이후 비슷한 내용이 좀더 오가다가 A 변호사가 "증인신문 하게 되면 다시 제가 연락드릴게요"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이 녹음파일은 왜 마지막 날 공개됐을까
이 녹음파일은 왜 마지막 결심공판이 되어서야 법정에서 공개됐을까? 녹음파일을 재생하기 전 이승엽 변호사의 발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해당 통화 녹음파일은 (수사기록) 목록에도 없다"면서 "그러다 보니 (변호인이) 등사 신청도 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그 점을 생각하면서 대화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녹음파일이 재생된 뒤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수십 년 변호사로서 법정을 드나들었지만 요즘처럼 검찰이 이렇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압수한 것들 중에 A변호사와의 통화 녹취 파일을 (검찰이) 지금까지 일부러 안 낸 것은, 수사 목록에도 안 써놓은 것은 저에게 유리한 증거가 상당히 있어서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 순서 상 검찰의 진술 및 구형 이후 이 대표 측의 최후변론과 진술이 이어졌기 때문에, 이 대표 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검찰은 특별히 반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앞선 구형에서 검찰은 위증 범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요청하면서 "본인(이재명)이 만든 거짓 주장이 기정사실인 것 마냥 김진성에게 여러 차례 반복 주입하고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은밀히 본인의 주장을 보냈다. 현직 도지사라는 우월적인 권력을 악용해 집요하게 김씨를 회유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의 선고는 오는 11월 25일 오후 2시로 잡혔다.
[보도 후] 검찰의 반박 "녹취내용은 위증교사 후 확인하는 대화"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간 후 약 5시간 후인 5일 오후 4시39분 서울중앙지검은 입장을 보내왔다.
검찰은 "위 녹취내용은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행위 후에 김진성이 이재명 대표 측에서 증언을 원하는 허위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대화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즉, 검찰이 위증교사 행위로 특정한 시기는 2018년 12월 22~24일인데, 위 전화통화는 그 이후인 2019년 1월 8일이라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일과 24일 김진성에게 전화하여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진성에게 일방적인 주장을 주입식으로 설명한 뒤 그에 대해 증언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김진성은 위증을 해주기로 수락하였다"면서 "이후 이 대표는 2018년 12월 31일 및 2019년 1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김진성이 작성한 진술서를 검수하며 김진성이 자신의 요구대로 위증할 것임을 확인한 다음, 2019년 1월 8일 자신의 변호인으로 하여금 김진성과 통화하며 김진성이 증언해 주기로 한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대로 증언할 것인지 등을 재차 확인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한 과정에서 김진성이 위 변호사와의 통화를 녹음한 것"이라며 녹음 주체가 김씨임을 밝혔다.
검찰은 "김진성 또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재명의 변호인이 '김진성의 숙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고, 따라서 이재명이 주입식으로 설명한 내용대로 답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면서 "위 녹취서는 이재명의 위증교사 혐의를 더욱 뚜렷하게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이재명, 3년 구형한 검사 향해 "왜곡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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