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미국의 침공, 충격적인 국민의힘 반응

박성우 2026. 1. 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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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주권 침탈·국제법 위반 등 국제질서의 붕괴는 안중에도 없는 위험천만한 안보관

[박성우 기자]

 지난 3일 화염이 치솟고 있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푸에르테 군사 기지
ⓒ AFP/연합뉴스
미국이 주권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무력으로 침공해 현직 대통령을 체포·압송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이 규정하는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힘이 곧 법'이라는 19세기의 제국주의 논리가 21세기 국제 질서를 다시금 유린하려는 움직임이다.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대한민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내놓은 논평은 그들의 외교·안보관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통상적인 우려의 문장조차 단 한 줄 없이, 오로지 이 사태를 국내 정치적 공격의 호재로만 삼으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와 같은 길 접어들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를 이재명 정부 비난을 위한 낡은 색깔론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외세의 침공마저 두둔한다는 점이다. 조 대변인은 마두로 정권의 실정을 나열하며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도한 돈 풀기와 권력의 독주, 야권 탄압과 언론 압박이 일상화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라며, 현 정부를 마두로 정권과 동일시하는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 국민의힘 누리집 갈무리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4일 "베네수엘라가 던지는 경고, 대한민국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았다.

조 대변인은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되며 현지 정세는 급격한 혼란 국면"이라며 "베네수엘라에 체류 중인 교민과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가 시급하다"라고 운을 뗐다. 국민의 안전을 우려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마땅한 책무를 언급한 듯 보이지만 이어진 문장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교묘하게 비트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는 "군사 작전 종료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동맹국인 미국과의 소통조차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외교·안보 무능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이재명 정부를 비난했다.

이는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비판이다. 교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무력 침공에 있다. 혼란을 야기한 당사자인 미국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그 후폭풍을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오히려 한국을 포함해 동맹국에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무력 침공을 저지른 미국의 외교적 결례를 탓해야 할 것이다.
 미국 백악관의 엑스(옛 트위터) 긴급대응 계정은 3일(현지시간) 뉴욕에 있는 마약단속국(DEA) 사무실에서 구금 상태로 복도를 걸어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영상을 공개했다.
ⓒ 백악관 긴급대응 엑스 계정 게시물 갈무리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를 이재명 정부 비난을 위한 낡은 색깔론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외세의 침공마저 두둔한다는 점이다. 조 대변인은 마두로 정권의 실정을 나열하며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도한 돈 풀기와 권력의 독주, 야권 탄압과 언론 압박이 일상화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라며, 현 정부를 마두로 정권과 동일시하는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와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혼란의 정점은 미국의 군사 침공으로 인한 대통령 납치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말하는 '같은 길'이 담긴 함의는 무엇인가.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을 펼친다면, 베네수엘라처럼 외세의 무력 침공을 받아서라도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기에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실로 위험천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베네수엘라의 주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불법 침략 행위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듯한 태도를 보면 과연 그들이 대한민국의 주권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묻게 한다.

불법적인 무력 개입으로 한 나라의 수장이 납치되는 상황을 정부를 향한 경고 수단으로 삼는 것은, '외세의 주권 침탈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자국의 주권 수호보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실로 위험천만한 안보관이다.

김민수 "베네수엘라, 총칼이 아닌 법률로 민주주의 해체됐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인식 또한 궤를 같이한다. 김 최고위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마두로 축출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민주주의 안정을 강조했다"며 차베스와 마두로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독재를 완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칼이 아닌 법률로써 민주주의는 해체된다"며 "독재는 항상,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 김민수 최고위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인식 또한 궤를 같이한다. 김 최고위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마두로 축출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민주주의 안정을 강조했다"라며 차베스와 마두로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독재를 완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칼이 아닌 법률로써 민주주의는 해체된다"라며 "독재는 항상,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시작된다"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글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허점을 지적하는 듯하지만, 정작 그는 마두로 정권의 비민주성을 비판하기 위해 미국의 무력 침공이라는 가장 반(反)민주주의적 행위는 용인하고 있다. 법률로 민주주의가 해체되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군홧발로 타국의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대통령을 납치하는 행위에는 왜 침묵하는가.

그는 "민주주의와 자유는 결코, 공짜로 지켜지지 않는다"라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응원한다"라고 했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마차도에 "인기가 없다"라며 퇴짜를 놓고 미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며 매장된 석유 자원도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했다. 이것이 베네수엘라 국민의 진정한 자유라고 보는 것일까.

마두로 정권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그의 실정과 독재적 행태에 대한 비판은 분명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베네수엘라 국민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내부의 문제다. 어떤 명분으로도 타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일국의 대통령을 체포하고 정권을 전복할 권리는 없다.

유엔군의 정신마저 저버릴 생각인가
 대한민국이 오늘날 존재할 수 있는 근간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불법적인 무력 침략에 공동으로 맞선다는 국제법적 원칙과 연대였다. 그 희생으로 세워진 나라의 제1야당이 미국의 불법적 침공에 눈감고 이를 국내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은 그들이 흘린 피에 대한 모독이자 자기 부정이다.
ⓒ 유엔 디지털도서관
이처럼 국민의힘의 이번 논평들에서 국제법 위반, 무력 침공, 주권 침탈에 대한 비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로지 이재명 정부 공격과 좌파 정권의 몰락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인 주권 존중과 평화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힘 있는 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약소국의 지도자를 언제든 무력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약육강식의 질서를 대한민국 제1야당이 승인하는 꼴이다.

기실 이러한 국민의힘의 태도는 약육강식의 질서 대신 평화를 추구한 국제법에 입각해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도운 유엔군과도 극명히 대비된다. 과거 압도적인 전력으로 한국을 침공한 북한군을 막아 세운 건, 무력 침탈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기치 아래 모인 국제연합(UN·유엔)군이었다.

1950년 6월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제83호를 통해 "북한 당국에 그들의 군대를 38선 이북으로 즉시 철수시킬 것을 요청"함과 동시에 "유엔 회원국들이 무력 공격을 격퇴하고 해당 지역의 국제 평화와 안보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원조를 대한민국에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결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2026.1.4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 연합뉴스
이처럼 대한민국이 오늘날 존재할 수 있는 근간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불법적인 무력 침략에 공동으로 맞선다는 국제법적 원칙과 연대였다. 그 희생으로 세워진 나라의 제1야당이 미국의 불법적 침공에 눈감고 이를 국내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은 그들이 흘린 피에 대한 모독이자 자기 부정이다. 주권 수호라는 보편적 가치마저 망각한 채 외세의 주권 침해를 훈계의 수단으로만 삼는 국민의힘의 안보관은, 국제 사회의 평화 질서를 지켜내야 한다는 유엔군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국내 정치에 악용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너진 국제법 질서에 대한 엄중한 우려와 불법적인 무력 사용에 대한 단호한 규탄이다. 타국의 불행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며 은연중에 외세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듯한 태도는, 결국 우리 자신의 안보와 주권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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