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10살 전 사망” 근육 줄고 머리 커지는 ‘이 질환’… 왜 생기는 걸까?

임민영 기자 2024. 10. 2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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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병이?]
카나반병 때문에 목을 가누지 못해 머리에 보조장치를 착용한 모습./사진=The Times of Israel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뇌는 우리 몸의 전반적인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유전자 변이 때문에 발생한 뇌 손상으로 빠르면 5살, 늦으면 10살 전에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겪는 ‘카나반병(Canavan disease)’에 대해 알아봤다.

카나반병은 뇌가 스펀지처럼 퇴화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유전질환이다. 카나반병은 뇌와 척수에 손상을 일으키는 ‘백질이영양증(leukodystrophy)’의 일종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며 여러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카나반병은 ASPA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발병한다. ASPA 유전자는 아스파토아실라제(aspartoacylase)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데, 아스파토아실라제는 N-acetylaspartic acid (NAA)를 대사하는 분해효소다. NAA는 뇌 백질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ASPA 유전자 변이에 의해 아스파토아실라제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으면 뇌에 NAA가 축적된다. 이는 뇌 백질에 손상을 일으켜 카나반병으로 이어진다. 카나반병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된다.

카나반병은 1931년 미국 신경학자 미르텔 카나반이 처음 보고하면서 질환명이 정해졌다. 카나반병은 주로 독일, 폴란드 지역에 사는 유대인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전질환이라는 특징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카나반병은 유대인 기준 신생아 1만3500명 당 1명꼴로 발병한다.

카나반병 환아와 가족/사진=The Canavan Research Foundation
카나반병 환자들은 대부분 중증 환자로, 신생아나 영아기에 처음 증상이 나타난다. 카나반병을 가진 환아들은 처음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그런데, 생후 3~6개월이 되면 목을 가누지 못하고 머리가 지나치게 크고 근육의 긴장이 떨어져 늘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주변 자극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환아들도 있다. 삼킴장애를 경험하면서 식이장애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다. 카나반병 환자들은 근긴장도 감소와 함께 발달 지연이 나타나 대부분 독립 보행을 못한다. 정상적인 성장 단계를 거치지 못해 지적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진행될수록 시신경위축으로 인해 시력이 떨어지며 청력소실도 일어날 수 있다. 환자에 따라 근육의 긴장이 과도하게 떨어져 다리가 뻣뻣해지고 팔, 다리, 손가락 등이 마비되기도 한다.

아직 드물지만, 카나반병 경증 환자들의 사례도 최근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중증 환자처럼 머리가 큰 특징이 있지만, NAA가 덜 축적돼 뇌 백질 손상이 적다. 따라서 또래 아이들처럼 자랄 수 있으며 예후가 좋은 편이다. 반대로 중증 환자들은 증상이 계속 악화하다가 10세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나반병 환아/사진=The Canavan Research Foundation
카나반병은 영아가 근육 긴장도가 떨어지고 큰머리증을 보이며, 목을 가누지 못할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병원에서는 뇌척수액 내 NAA 농도와 소변검사 등을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CT나 MRI로 뇌 백질 변화를 확인하기도 한다. 아스파토아실라제 유전자 검사로 확진할 수 있다.

카나반병은 완치법이 없지만, 여러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은 있다. 환자들은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기 때문에 기도 확보를 항상 해야 한다. 근육 위축 속도를 늦추기 위해 꾸준히 물리치료로 운동 기능을 향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에 따라 발작이 일어나면 항경련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경직이 심할 경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보톡스 치료를 할 수 있다. 뇌 백질 손상과 NAA 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여러 약물 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카나반병은 유전질환이어서 예방할 수 없다. 가족들은 미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스파토아실라제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양쪽 부모 모두에게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 발병하기 때문에 부모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픽​=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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