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나혼자산다' 저격?…"방송서 홀로 사는게 복인 것처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방송에서) 나 홀로 사는 게 마치 편하고 복 받은 것처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대한 그간 정치권 비판이 재조명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에서 출산율 반등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며 민관 협력으로 출생률 반전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동석한 박민 KBS 사장에게 "방송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며 "KBS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 홀로 사는 게 마치 편하고 복 받은 것처럼 하는데, (반대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살기 좋은 사회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영화·드라마나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다뤄줘야 한다"면서다.
정치권에선 유명인의 미혼 일상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가 윤 대통령이 언급한 대표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부터 11년간 방영되며 2049 젊은 층 시청률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그간 여러 차례 정치권에서 언급돼 왔다. 나경원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던 2022년 1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흉보는 건 아니지만 혼자 산다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한 걸로 너무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소속인 서정국 국민의힘 의원도 역시 "온통 나혼자 산다거나 불륜, 가정파괴 드라마가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며 "혼인율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 풍조가 만연한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강국창 인구감소대책국민운동본부 회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TV프로그램과 언론이 젊은 층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 주범"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능프로가 출생률에 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2030 세대가 느끼는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TV를 본다고 자녀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듯 출생률의 핵심 요소는 당연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그 논리라면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하는 행복을 보여주면 출생률이 오른다는 건가"라며 "정부도 '할 수 있는 건 다해보자'는 생각이겠지만 직장과 육아 병행 등 더 중요한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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