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패션업계를 휩쓸던 라이선스 브랜드의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 미국 스포츠 구단, 방송사, 다큐멘터리 채널 등의 이름을 활용한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매출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라이선스 브랜드 시장 급냉각
F&F의 MLB 의류 브랜드는 2023년 4분기에 전년 대비 13% 감소한 66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상반기 한 자릿수 성장에서 하반기 두 자릿수 매출 하락으로 급격히 전환된 것이다. MLB는 2017년 F&F가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후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해 초기 몇 년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 신화를 썼으나, 27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F&F의 또 다른 라이선스 브랜드인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역시 2012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감소했다. 더네이처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의류 브랜드도 2016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2023년 매출이 2% 감소했으며, 이는 2022년 22% 증가에서 급격히 반전된 결과다.
로고 숨기는 소비 트렌드로 변화
라이선스 브랜드의 인기 하락은 소비 패턴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른바 '올드 머니 미학'으로 불리는, 브랜드 로고를 과시하지 않는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로고가 두드러진 라이선스 브랜드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한국 백화점 머천다이저는 "한국의 라이선스 브랜드 수가 600개를 넘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게다가 로고를 숨기는 소비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어 라이선스 브랜드는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패션 산업 성장 둔화 전망
맥킨지의 '2025년 패션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패션 산업의 매출 성장은 낮은 한 자릿수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비자들은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가격에 더욱 민감해졌으며, 이는 라이선스 브랜드의 성장 둔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의 60% 이상이 패션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이 비율이 75%에 달하고 2025년 말까지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컬렉션에 자주 투자하기보다 가격 대비 가치, 내구성,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브랜드 차별화 전략 필요성 증가
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명확한 가치 제안 없이는 프리미엄 가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품질, 장인정신,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으며, 브랜드들은 가격 책정의 배경에 있는 실질적인 가치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또한 브랜드들은 더 유연한 가격 모델, 충성도 인센티브, 재판매 이니셔티브 등을 통해 변화하는 소비자 기대에 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격 대비 가치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추지 못하는 브랜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새로운 성장 전략 모색해야
라이선스 브랜드들은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도와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유럽의 인플레이션 하락과 관광 증가, 미국의 고소득층 소비자 회복력, 아시아의 새로운 성장 동력 등을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이 여전히 아시아 지역의 중심이지만, 거시경제적 역풍에 시달리면서 브랜드들은 일본, 한국, 인도와 같은 다른 아시아 시장으로 초점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지역 다변화 전략은 라이선스 브랜드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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