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등 3인방 기소, 김익래 수사는 미지수…한 법조인의 의문

하준호 2023. 5. 2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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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피의자 3인방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 외에 주가조작에 가담한 측근 등 주변 인물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R사 라덕연 대표 등 핵심 3인방이 26일 구속기소됐다. 사진은 지난 11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호송되는 라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단성한)는 26일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라덕연(42) R투자자문사 대표와 투자자 모집책으로 꼽히는 H투자자문사 대표 변모(40)씨, 프로골퍼 출신 안모(33)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및 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라씨의 투자금 관리책으로 꼽히는 장모(35)씨와 시세조종 매매팀을 총괄한 박모(37)씨, 투자 유치 및 고객 관리를 맡은 조모(41)씨 등 핵심 가담자 3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기소된 라씨·변씨·안씨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약정하고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일임업을 하면서 ▶투자자로부터 신분증과 차명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개설·관리하거나 투자자 몰래 신용대출을 받고 ▶이 돈으로 8개 종목(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서울도시가스·삼천리·선광·하림지주·세방)에 대한 통정매매로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수익금의 절반을 자신들이 관리하는 법인이나 음식점 매출로 가장해 수수료로 받아 챙긴 혐의도 적용됐다.

사건을 수사한 합수1팀(팀장 이승학)은 라씨 일당이 시세조종으로 거둔 범죄수익을 약 7305억원으로 특정했다. 당초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2642억에 4663억원이 추가됐다. 수사팀은 이 중 약 1944억원을 수수료로 받는 과정에서 S골프연습장·N갤러리·R방송제작사·W라운지바 등 법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세금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조세포탈 혐의도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라씨 일당의 범죄수익은닉·조세포탈 창구로 이용된 법인은 2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세 사람이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곳이다.

검찰은 서울 강남구 소재 S골프연습장이 투자자 모집책이자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회수하는 창구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S골프연습장 출입이 통제된 모습. 연합뉴스


앞서 이달 초 라씨 일당의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비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선 수사팀은 이후 의사 등 일부 거액 투자자와 투자자문사 직원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그러나 라씨 일당은 줄곧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출석을 요구할 경우 라씨 일당이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지난 9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부터 확보했다.

또한 지난 11·12일 이들을 차례로 구속한 뒤엔 의사들을 상대로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진 현직 병원장 주모(51)씨의 자택과 병원을, 지난 22일엔 라씨의 투자금 관리책 장씨의 주거지·사무실과 라씨가 인수한 인터넷매체 기획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지난 24·25일엔 각각 키움증권·KB증권 본사와 NH농협은행 지점,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을 압수수색해 CFD·블록딜 관련 자료와 라씨 등의 거래 명세서 등을 확보하는 등 증거 보강에 주력했다.

수사팀은 또 범죄수익 환수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전담 검사를 투입해 지난 17일 라씨 일당의 부동산·예금·주식·암호화폐, 법인 명의 부동산 사무실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152억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보전했다. 지난 19일엔 서울 신사동 N갤러리와 갤러리 대표의 자택 및 거액 투자자 중 한 명인 진모(42)씨의 주거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수억원에 달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에텔 아드난, 김창열 등 유명 화가의 그림 12점과 파텍필립·바쉐론콘스탄틴 등 명품 시계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라씨 일당이 이 같은 고가의 물건을 수수료 세탁 창구로 활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소 전날(25일)까지도 갤러리 소재 그림 10점과 고가의 명품 시계·가구 등을 추가 압수했고,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비밀사무실과 청담동 W라운지바에 있는 그림 16점에 대해서도 압수 절차를 밟고 있다. 결과에 따라 환수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라덕연씨 일당의 혐의와 증거 보강을 위한 자료를 확보했을 뿐 김익래 전 다우키움증권 회장 등에 대한 수사엔 26일 현재 아직 나서지 않았다. 뉴스1


핵심 피의자들을 기소했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수사팀은 라씨 일당을 기소하기 전까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폭락 전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공매도한 의혹을 받는 김익래 전 다우키움증권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에 대해선 아직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 압수수색 당시에도 김 전 회장이나 전·현직 주요 임직원 사무실은 대상이 아니었다.

거액 투자자 중 한 명이자 하위 투자자를 유치한 의혹을 받는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과 가수 임창정씨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의문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익명을 전제로 “이 정도로 규모가 큰 사건인데도 주요 참고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아직 한 건도 하지 않은 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며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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