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년 세계 경제 암흑기 예고…국내 산업동향도 ‘먹구름’

장정욱 2022. 11. 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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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기조 내후년까지 계속
주요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발생
국내 수출·생산·소비·투자 모두 내림세
내년 성장률 1%대…“장기 침체 대비”
경제 침체 위기가 제기되는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매장들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데일리안 DB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이 최소 2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산업 현실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각종 경제·산업지표는 연신 하락하고 고물가·고환율은 끝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중·장기 경기 하강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경제클럽 주최 행사에서 “아마도 2024년에나 우리가 명목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 발언은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던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그때까지 경기 침체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침체 신호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세계 종합 채권 지수에 따르면 2000년 집계 시작 이후 처음으로 만기 10년 이상 각국 국채 평균 금리가 해당 국가 1∼3년물 국채 금리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채권시장은 만기가 길수록 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높은 수익률(이자)이 보장된다. 하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이와 연동되는 단기채권 금리 또한 오르게 된다. 이 경우 경제 선순환이 어려워 금융기관이 자금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경기침체가 심화하게 된다.


결국,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이율보다 높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669%로 전일 대비 0.025%p 올랐지만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17%p 떨어진 연 3.606%를 나타냈다.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상황으로 이는 지난 21일 이후 계속되고 있다.


산업활동 지표도 경기 침체 국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5.4(2015년=100)로 전월 대비 1.5% 줄었다.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10월 수출은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승용차 등 완성차 생산이 줄고 반도체 조립 장비 생산도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0.8% 줄면서 2020년 12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많이 감소했다.


10월 산업활동동향 인포그래픽. ⓒ통계청

소비도 줄었다.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20.4(2015년=100)로 0.2%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외 이슈를 중심으로 하방 요인이 많아 수출 제조업 둔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내수가 회복 흐름을 유지해 내느냐가 관건인데, 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금리도 오르는 만큼 경기 흐름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무역수지는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한국경제 대들보인 수출은 2년 만에 증가세가 줄었고, 수입은 에너지 가격 급증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은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9.9% 늘어난 59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증가세가 수출 증가율을 웃돌며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67억 달러 적자를 내면서 7개월째 적자를 이어갔다.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제성장률 전망 지표도 속속 조정되고 있다. 특히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밑돌면서 내년 경제성장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OECD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기존 2.2%에서 낮춘 것이다. 한국은행도 기존 2.1%에서 1.7%로 조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3%에서 1.8%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와 한국경제연구원은 각각 1.9% 성장을 예측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를 전망했고, ING은행 경우 0.6%까지 낮게 전망하기도 했다.


경제전문가 전망에 따르면 한국 경제 회복은 빨라야 내후년에야 기대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3일 경제·경영학과 교수 204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3.9%가 2024년이 돼야 경제가 정상궤도로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5년 이후’라는 응답도 24.0%에 달했다. 응답자 77.9%가 회복 시점을 2024년 이후로 전망한 것이다.


KDI는 지난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에는 대외 여건이 조금 더 나빠져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크게 둔화하고 하반기에 다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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