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교실은 침묵하는데, 교육감 선거는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김대성 기자]
|
|
| ▲ AI생성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교육감 선거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진보 교육감', '보수 교육감' 구도로 소비된다. 누가 더 진보적인지, 누가 더 보수 진영의 적자인지 경쟁하고, 진보 진영 안에서, 보수 진영 안에서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된다. 시민단체와 각종 단일화 기구들이 난립하고, 선거인단 모집과 운영 과정에서의 잡음, 공정성 시비, 부정 논란까지 끊이지 않는다. 정치 중립을 이유로 정당의 이름조차 걸 수 없는 선거가, 정작 현실에서는 정당 정치보다 더 노골적인 진영 대결과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지금의 교육감 선거는 누구를 위한 선거인가?
문제는 교육감이 결코 상징적인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감은 예산, 인사, 정책, 학교 운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그래서 흔히 '교육 소통령'이라고까지 불린다. 그만큼 한 사람의 철학과 판단은 교실 수업의 방향을 바꾸고, 교사의 업무를 바꾸고, 학생들의 배움의 조건을 바꾼다. 그런데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를 뽑는 과정이 정작 정책 검증보다 진영 단일화에 매몰돼 있다면, 이는 단순한 선거의 혼탁함을 넘어 교육자치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다.
더 답답한 것은 교육의 직접 당사자인 교원들이 이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원은 교실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다. 교육정책을 실제로 실행하고, 그 효과와 부작용을 가장 먼저 체감하며, 어떤 공약이 현실적이고 어떤 정책이 현장과 괴리되어 있는지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현장의 전문가다. 그런데도 교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이유로 교육감 선거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 후보의 SNS에 '좋아요' 하나 누르는 것마저 부담스럽고, 공약에 대한 평가와 토론도 자유롭게 하기 어렵다. 교육은 교원이 책임지고 실행하는데, 정작 교육의 방향을 좌우하는 선거에서는 교원의 입이 막혀 있는 셈이다.
정치적 중립은 교육을 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장치이지, 교육 당사자의 입을 막기 위한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제도는 묘한 역설 속에 놓여 있다. 정작 교원은 침묵을 강요받는데, 교육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외곽 시민단체와 정치적 성향을 가진 조직들은 교육감 후보 단일화와 선거 구도 형성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학교 현장은 발언권이 없고, 현장 밖의 정치적 목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이것이 과연 교육자치인가.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인가.
교육감 직선제가 가진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다. 주민이 직접 교육의 수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분명 중요한 민주주의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단지 '직접 뽑는다'는 형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의의 정당성, 절차의 공정성, 충분한 정보 제공, 정책 검증, 당사자의 참여, 숙의의 과정이 함께 작동해야 비로소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교육감 선거는 '직접 선출'이라는 외형만 남아 있을 뿐, 그 안을 채워야 할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들은 무너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선거가 다가오지만 시민 다수는 여전히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어떤 교육 철학을 가졌는지, 어떤 공약이 현실 가능한지, 그 정책이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어렵다. 이름은 낯설고 정보는 부족한데, 선거판의 뉴스는 단일화 갈등과 진영 싸움으로 채워진다. 교육정책의 수장을 뽑는 선거가 정작 교육 이야기 없이 흘러가기도 하는 기이한 풍경이다.
교육의 위기라는 말은 수십 년째 반복돼 왔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교사들은 소진되며, 학생들이 마주하는 교육 환경의 격차와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정책 결정권자인 교육감을 뽑는 구조 자체가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면, 교육이 좋아지지 않는 이유도 그 안에서 찾아야 한다. 현장을 모르는 정책,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공약, 보여주기식 슬로건으로 만들어진 행정은 결국 학교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단일화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 검증의 장이 되어야 한다. 교원, 교직원, 학부모, 학생 등 교육 구성원들이 후보의 공약을 검토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하며, 그 평가가 시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현장의 경험과 전문성이 선거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넓혀야 한다. 무엇보다 교원의 정치참여권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의 전면 허용 여부를 떠나, 최소한 교육정책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공약을 검증하며 공론장에 참여할 권리까지 봉쇄하는 현실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교육을 바꾸고 싶다면, 학교를 살리고 싶다면, 가장 먼저 교육감 선출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교육의 이름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더 이상 정치의 그림자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그리고 교육의 당사자들이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선거가 되도록, 지금 제도의 개선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교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선거에서 지워진다면, 그 선거가 만들어낼 교육정책 역시 현장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은 현장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교육감 선거 역시 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별의별 교육연구소장(상인천초등학교 교감)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법은 3개월 보장했지만...아이는 하루도 머물지 못했다
- '장특공제' 개편, 역풍 없다
- 국힘 '윤 어게인' 부활, 걱정된다
- 부산은 붙고, 경남은 벌어지고...요동치는 낙동강벨트
- "2시간 먼저 퇴근할게요"...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 쌍방울 대북송금 유죄 근거 '김태균 회의록', 실체 논란...왜?
- "도와드릴까요" 소리가 끊이지 않아...그 마라톤 대회의 정체
- 장성철, 미국 다녀온 김대식에 "책임져라"... 방미 일정 맹공
- 오세훈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재판, 지방선거 이후 진행
- 화물연대 조합원 친 운전자에 구속영장 신청, '살인 혐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