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정서는 여전한데”…하이디라오·탕화쿵푸는 왜 통했나

임유정 2026. 4. 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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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라오·탕화쿵푸 확산…경험형 외식 부상
마라 열풍·중국 여행 증가…“심리 장벽 낮춰”
“당장은 제한적”…C-프랜차이즈, 장기 변수 부상
하이디라오 영등포점.ⓒ데일리안

외식 시장에서 중국 프랜차이즈가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유사 프랜차이즈 만들기를 넘어 현지화 전략으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외식 시장 경쟁의 기준이 과거와 달리 ‘국적’이 아닌 ‘경험과 취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사회의 반중(反中) 정서는 여전히 높다. 지난해 동아시아연구원이 국내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양극화 인식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인상은 부정적 답변(71.5%)이 훨씬 많았다. 2030세대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강했다.

특히 중국은 위생 논란이 반복되며 전반적으로 신뢰도가 낮은 국가로 인식돼 왔다. ‘알몸김치’, ‘오줌맥주’ 등 일부 식품 안전 이슈가 국내에 알려지며 불신이 확산된 탓이다. 식품 생산·유통 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의 불투명성이 맞물리면서 위생에 대한 부정 인식이 누적돼 왔다.

그럼에도 한국의 소비 현장만 놓고 보면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외식·음료 프랜차이즈는 오히려 서울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단기간에 ‘핫플’ 이미지를 형성해 SNS 노출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출점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하이디라오다. 하이디라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177억원으로 전년(780억원) 대비 5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9억원에서 20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2년 412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3년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배경에는 음식 자체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흐름이 있다. 한때 마라탕은 소수 취향의 음식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대중 메뉴에 가까워졌다. 배달의민족 데이터에서 마라탕은 10대 주문 메뉴 1위를 기록했고, 농식품 분야 보고서에도 마라탕 유행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하이디라오가 통했던 이유는 맛만이 아니라 서비스 설계에 있다. ▲무료 네일아트 ▲생일 축하 이벤트 ▲수타 퍼포먼스 ▲대기 손님을 위한 간식과 놀이 요소는 이 브랜드를 단순한 훠궈집이 아닌 “비싸지만 한 번쯤 갈 만하다”는 ‘콘텐츠형 외식 공간’으로 인식을 바꿔놨다.

마라탕 프랜차이즈인 탕화쿵푸 역시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매장은 400개를 넘어섰고,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다. 대학가와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혼밥·배달 친화형 메뉴’로 자리 잡으며 일상 소비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에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는 최근 마라탕 열풍에 편승해 ‘한국식 마라탕’ 출시를 예고했다. 중국 프랜차이즈에 빼앗긴 수요를 되찾기 위해, 강한 향신료를 완화한 현지화 전략으로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김말이와 김치만두 등 국내 식재료를 활용한 토핑 옵션도 갖췄다.

건대입구역 인근 양꼬치 거리.ⓒ뉴시스

중국 브랜드의 한국 공략은 훠궈와 마라탕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른 중식 브랜드도 한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밀크티다. 먼저 중국 밀크티 브랜드인 차지(Chagee·패왕차희)가 올해 2분기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차지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7038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해외 매장은 208개다. 이 밖에 2024년 1월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들인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차백도는 현재 국내 매장 수를 20개 이상으로 늘린 상태다.

국내 주요 상권에선 중국 밀크티 브랜드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헤이티는 2024년 3월 서울 압구정에 첫 매장을 낸 뒤 홍대, 명동, 가로수길로 매장을 확장했다. 또 다른 중국 밀크티 브랜드인 차백도도 2024년 한국에 진출한 뒤 매장 수를 18개까지 늘렸다.

이 밖에도 양꼬치 등 일부 중식 메뉴는 이미 국내 외식 시장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상태다. 이른바 ‘칭따오에 양꼬치’로 대표되는 조합은 하나의 소비 공식처럼 자리 잡았고, 이는 과거 이국적인 음식이었던 중식이 일상적인 외식 선택지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정서와 소비의 분리’ 현상이 뚜렷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 이미지가 소비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최근에는 경험과 재미, 가성비 등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여행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 여행이 다시 늘어나면서 현지 음식과 브랜드를 직접 경험한 소비자들이 국내에서도 유사한 소비를 이어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틱톡, 샤오홍슈(小红书) 등 중국 기반 플랫폼을 통해 확산된 콘텐츠 역시 영향을 미쳤다. 현지 먹거리와 매장 경험이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중국 외식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체감되는 중국 외식 브랜드의 영향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C-프랜차이즈’의 진출이 지속해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외식업계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향후 중국산 농식품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에는 ‘중국산은 믿기 어렵다’거나 ‘위생 수준이 낮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미지 개선과 가격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주력 소비층의 중국산 농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 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진출한 중국 외식 브랜드는 직영점 중심 운영이 많아 가맹사업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가맹점이 수백 개 단위로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면 국내 외식업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가맹사업 관련 규제가 까다로운 편이어서 해외 브랜드가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이 같은 제도적 요인도 중국 프랜차이즈의 확산 속도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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