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의 ‘팀 퍼스트’…축구명가 되살렸다

이해준 2026. 9. 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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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FC서울 감독은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던 2024년 취임 기자회견의 약속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홈에서 광주FC전 5-0 승리 후 기뻐하는 모습. [뉴스1]

FC서울은 늘 스타들의 팀이었다.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그리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의 제시 린가드까지, 서울은 언제나 팀보다 선수의 명성이 더 높았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엔 과거처럼 이름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독보적 스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서울은 17승 5무 4패로 K리그1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울산HD와의 격차는 무려 16점. 최다 득점(52골)과 최소 실점(21실점)을 동시에 달성하며 공수에서 빈틈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2016년 이후 10년 만의 K리그1 정상 탈환이 눈앞이다.

그런 면에서 김기동(55)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연상케 한다. 퍼거슨은 데이비드 베컴이나 로이 킨처럼 팀을 흔드는 슈퍼스타를 가차 없이 내치며 “그 어떤 선수도 클럽보다 위대할 수 없다”는 철칙을 증명했다.

김 감독은 구타가 싫어 축구를 그만뒀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가 “맞으면서 운동하고 싶지 않다”며 6개월 만에 유니폼을 벗었다. 중3 때 신생팀이 창단되면서 다시 축구화를 신었는데 선배가 없어 맞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교 역시 창단팀에 진학해 중3부터 고3까지 4년간 내리 완장을 찼다. 그는 일찌감치 불합리에 타협하지 않는 리더로 컸다. 체벌 대신 말로 동료를 설득하고 하나로 묶는 법도 체득했다.

2024년 서울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그는 ‘팀이 먼저’라는 원칙을 단 한 걸음도 물리지 않았다. “골을 넣고 싶지 궂은 수비를 누가 좋아하겠나. 하지만 리빌딩의 핵심은 희생이다. 팀에 필요한 자리에 먼저 가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지난해 기성용과 린가드가 떠났을 때 일부 팬들은 “팀의 정체성이 사라졌다”고 비판했지만, 김 감독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입증했다.

현재 서울은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다. 클리말라(10골 1도움), 정승원(8골 5도움), 이승모(6골 2도움), 송민규(5골 4도움)를 비롯해 무려 14명이 골망을 흔들었다. 최근 4경기에서만 17골을 퍼부으며 ‘기동타격대’, ‘기동 매직’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김 감독은 “과거엔 몇몇 스타가 서울의 색깔을 규정했지만, 지금은 모든 선수가 함께 새로운 팀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폭력은 경멸하지만 소통에는 누구보다 진심이다. 출전 명단에서 빠진 선수와는 식사를 함께하며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 게으른 선수에겐 운동장에서 답을 찾을 기회를 더 주지만, 팀워크를 망치는 선수에 대해선 “그냥 내보내야죠”라고 답했다. 사람 좋은 미소 뒤에 서슬 퍼런 칼도 품고 있다.

동기부여의 승부사이기도 하다. 주축 공격수 송민규가 포르투갈로 이적한 직후 맞이한 광주FC전에서 그는 선수단을 향해 “1위 질주는 우리 모두의 힘으로 해낸 것이다. 오늘 져서 ‘송민규가 없어 졌다’는 소릴 듣지 말자”고 불을 질렀고, 팀은 5-2 대승으로 화답했다.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김 감독은 들뜨지 않는다. “지금의 상승세는 삼일천하로 끝날 수도, 10년을 갈 수도 있다. 진짜 중요한 건 내년과 내후년”이라며 이미 다음을 준비 중이다. 수준급 골프 실력(핸디 2)을 자랑하면서도 “부임 초기엔 눈치가 보여 채를 잡지 못했다”던 그는 이제 종종 선수들과 필드에 나가 호흡을 맞출 만큼 안팎으로 탄탄한 신뢰를 쌓았다. 서울이 찾던 진정한 스타는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에 있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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