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준 약물 취해 50명에 성폭행…그녀, 페미 영웅 되다

이해준 2024. 9. 26. 06: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젤 펠리콧이 지난 23일 프랑스 아비뇽의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성폭행 피해자 지젤 펠리콧(71)의 재판 근황을 전하며 "재판을 공개해 익명을 포기한 펠리콧이 아이콘이 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펠리콧은 50년간 함께 산 남편 도미니크 펠리콧(72)에 의해 약 10년에 걸쳐 50명에 이르는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도미니크 펠리콧은 아내의 음식에 진정제를 넣은 뒤 낯선 남성을 불러들여 성폭행했다는 죄를 인정했다.

이 사건의 재판은 3주 전 시작됐다. NYT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아비뇽의 법원에는 여성을 중심으로한 지지자 수십 명이 모여들었고, 펠리콧이 법원에 도착하자 손뼉을 치며 게 연대의 뜻을 표했다. 재판 1시간 30분 전부터 펠리콧을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는 60세 여성 캐서린 아만드는 "품위 있고 당당한 펠리콧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붉은 빛 도는 단발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펠리콧의 얼굴은 TV뉴스는 물론 거리의 벽에도 벽화로 등장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와 작가들은 공개 서한을 통해 펠리콧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재판은 비공개로도 진행될 수 있었지만, 펠리콧이 성폭행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재판을 공개한 것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작가 헬렌 데빈크는 르몽드를 통해 "당신의 용기가 우리에게 힘을 준다. 엄청난 선물에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파리의 도로에 지젤 펠리콧을 응원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수치를 뒤바꾸기 위해"라는 문구가 써있다. AFP=연합뉴스

도미니크 펠리콧을 비롯해 강간 혐의로 기소된 남성 중 십여 명은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 외의 대다수는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NYT는 "법정에서 펠리콧은 고개를 높이 들고 26세에서 74세에 이르는 피고(가해자)들을 지나친다"며 "마른 체형, 뚱뚱한 체형, 수염이 나거나 매끈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결혼하여 자녀를 두고 있다. 트럭운전사, 건설 노동자, 상인, 영업사원, 저널리스트, 교도관, 기술 전문가들"이라고 법정의 모습을 전했다.

법정에는 40명 넘는 피고의 변호인들이 출석했다. 이들은 성관계에 대한 기억과 의식이 없었다는 펠리콧의 주장에 반박했다.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법정에서는 2만 여개의 사진과 동영상 중 27건이 화면에 표시됐다. 신체의 특정 부위와 섹스토이 등이 등장하는 사진 등이다. 펠리콧이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있다. 펠리콧은 "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시도라면 참지 않겠다"라며 반발했다.

지자자의 응원을 받으며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일부 변호인은 펠리콧에게 노출 성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모든 여성이 이런 유형의 사진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펠리콧은 "나와 성관계를 하러 왔다면 나에게 동의를 구해야 했다"라며 "모욕적이다. 강간 피해자들이 고소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나중에는 피고들의 존엄성을 이유로 동영상 공개에 반대하기도 했다. NYT는 "피고는 6~7명씩 나눠 매주 법정에 나온다"며 "펠리콧은 매번 그들 사이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재판이 끝난 후에도 법정 밖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펠리콧은 용감하다. 그는 법원을 떠날 때 그는 항상 고개를 치켜세운다"며 경의를 표했다.

이 기사 어떠세요?
중앙일보 유료콘텐트 '더중플' 오늘의 추천입니다.

성매매 건물로 1000억 벌었다? '재계 30위' 강남사옥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0150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