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가 보이지 않자, 비로소 마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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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핵발전소를 등진 마을은 이름을 모르는 덩굴나무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 마을 사람들도 기장처럼 '핵발전소에 연루되어 끌려다니며' 살고 있을까, 아마 그렇겠지 생각했다.
핵발전소 건물을 올리고 원자로를 늘리는 동안에는 저 건물에 사람이 많이 드나들었을지도, 공장처럼 바쁘게 돌아갔을지도, 그래서 돈을 좀 벌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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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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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핵순례단이 걷는 길 뒤로 한빛핵발전소가 보인다 |
| ⓒ 정윤영 |
영광에서, 울진과 경주에서 청와대로 가는 탈핵순례단의 첫날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순례를 시작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현수막 속 문구였다.
"산재보험도 없이 원전 설비를 만졌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게 없는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핵발전소 노동자(https://omn.kr/2iew5)라는 말이 떠올랐다. 원전 설비를 만져야만 하는 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언들을 떠올리며 다시 걸었다.
핵발전소가 보이지 않자 비로소 마을이 보였다
둥근 지붕이 시야에 보이지 않자 동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핵발전소를 등진 마을은 이름을 모르는 덩굴나무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깊게 얽히고 길게 뻗은 덩굴나무는 커다란 그늘을 만들었고, 순례단은 내리꽂듯 뜨거운 햇살을 피해 나무 아래로 걸었다. 위를 올려다보면 덩굴나무는 우산인 듯, 또 하늘에 놓인 초록색 다리인 듯 보였다.
땀이 흐르고 목이 마르는 더운 날이었지만, 오래된 나무와 무성한 풀에서만 나는 초록의 향이 느껴졌다. 싱그러운 그 향을 맡는 것만으로 온도가 낮아지는 듯, 주변이 시원해졌다. 방사선과 핵 폐수는 눈에 보이지도, 냄새가 나지도 않으니, 가끔 보이는 방사선 비상경보 설비나 대피 시설 안내판, 송전탑만 아니면 평범한 시골 마을이다.
동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건물이 눈에 띈다. 복지회관 건물은 크고 네모반듯했고 아주 새것이었다. 핵발전소에서 지역 기금으로 만든 것인지 '삶에 에너지를 드리는 한수원'이라는 글자가 새로 지은 듯한 복지회관에 적혀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도 기장처럼 '핵발전소에 연루되어 끌려다니며' 살고 있을까, 아마 그렇겠지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은 시설이 들어서면, 일자리도 생기고 마을이 살기 좋아질 거라는 한수원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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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발전소 근처, 이제는 쓰지 않아 폐허가 되어버린 공간들이 눈에 띈다. |
| ⓒ 정윤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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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전탑뷰라고 해야 할까. 읍내에 조성한 작은 공원 앞, 송전선로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었다. |
| ⓒ 정윤영 |
순례 첫날의 마지막 일정은 한빛원자력본부에서 개최한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설명회·토론회가 열리는 장소였다. 한빛원자력은 한빛 7호기와 8호기 신규 건설뿐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수조에 저장되어있는 사용후핵연료를 밖으로 꺼내 부지 내 저장시설에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물론 반대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를 임시 보관, 중간 저장 시설이라고 하지만 사실 원전 내 저장시설은 핵폐기물 영구 처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주민들은 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하거나 완벽하게 처분하는 곳은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
한수원은 처분 기술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하지만, 한국은 아직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중간저장시설이 영구처리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영광 주민들은 지역이 장기간 방사성폐기물을 떠안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원전 추가 건설과 핵폐기물 반입에 반대하고 있다.
행사장 입구에는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출입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했다. 일부 주민들은 구호가 적힌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행사장 출입이 제한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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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핵순례 열흘째. 전북도청에서 삼례읍까지 걷는 길에 만난 이는 탈핵순례를 사람을 '살리는 투쟁'이라고 했다. |
| ⓒ 정윤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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