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자체 반도체 개발에 ‘1경’ 투자···‘타도 엔비디아’ 빅테크 참전에 시장 ‘쑥’
투자금 1경원.
챗GPT를 개발한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던진 숫자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AI 반도체 제조를 위해 최대 7조달러(약 9300조원) 규모 펀딩을 추진한다고 알려졌다. 알트만 CEO는 최근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행사에서도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공언했다. 그는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전 세계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트만이 던진 AI라는 메가 트렌드는 반도체 시장 격변을 불러오고 있다. AI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를 이뤄낸 엔비디아가 질주하는 동안 글로벌 빅테크들은 앞다퉈 자체 AI 반도체 생산 경쟁에 돌입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I 반도체 기업 설립을 위해 1000억달러(약 133조원) 규모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는 중이다. 글로벌 AI 반도체 전쟁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발걸음도 ‘자의 반 타의 반’ 빨라졌다.

어쩌면 3월 또다시 순위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엔비디아가 시총 1위로 올라서는 그림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조9747억달러(2월 27일 기준)로 MS(3조285억달러)와 애플(2조8017억달러)에 이은 3위다. 지난해 5월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9개월 만에 시총 2조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기업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이런 상승세를 감안하면 ‘갓비디아(신과 엔비디아의 합성어)’가 몇 개월 내 MS마저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흘러나온다.
MS와 엔비디아 주가를 끌어올린 공통적인 키워드는 AI다. MS는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 투자자로 각광받았다. 구글에 밀렸던 검색엔진 ‘빙’도 AI 챗봇 기반 기능을 얹으며 다시 살아났다. 엔비디아는 AI 시대를 현실로 끌어낸 핵심 제품, AI 반도체의 ‘넘사벽’ 선두 주자다. 엔비디아는 원래 게임기, 가상자산 채굴 등에 쓰이는 그래픽저장장치(GPU)가 주력이었다. 10년 동안 꾸준히 AI에 집중한 결과, AI 반도체에서 대체 불가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가 만드는 AI 전용칩 수요가 워낙 커, 시총 1위에 등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병렬 처리 GPU, 고성능칩 진화
AI 반도체가 뭐길래 ‘1경’ 투자까지 언급될 만큼 폭발적일까.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추론한 결과를 도출한다. 학습 데이터를 단시간에 받아들이고 처리하기 위해 특별한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이 프로세서가 ‘AI 반도체’다. AI 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 초전력으로 실행하는 효율성 측면에서 특화된 비메모리 반도체로, AI의 핵심 두뇌에 해당한다.
AI 반도체가 개발되기 전에는 핵심 두뇌 역할을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가 담당했다. 컴퓨터 입력, 출력, 명령어 처리 등을 다루는 두뇌 CPU는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직렬 처리한다. AI를 처리할 성능을 갖췄지만 애초부터 AI용으로 개발된 제품이 아니라 비용이나 전력 소모에서 비효율적이었다.
3D 게임 같은 고사양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GPU는 그래도 AI 반도체에 가까웠다. AI에서는 대규모 연산을 동시에 하는 병렬연산(Parallel Arithmetic)이 관건인데, GPU는 병렬연산이 가능하다. GPU 전문기업인 엔비디아가 AI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역시나 GPU도 한계는 뚜렷했다. AI 맞춤형이 아니라 역시 성능 낭비가 컸다. 이런 이유로 GPU의 병렬 처리 특성은 유지하면서 AI만을 위한 전용 반도체가 등장했다. FPGA나 ASIC(잠깐용어 참조) 형태의 NPU(신경망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가 이에 해당한다. FPGA는 칩 내부 하드웨어를 목적에 따라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해 유연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ASIC은 특정 목적에 맞춰 제작된 주문형 반도체로 고효율이 강점이다.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는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뉴런)와 연결고리(시냅스) 구조를 모방했다.

손정의 참전에 역대급 ‘큰 장’
AI 반도체 시장은 확장 일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해 534억달러(약 71조원)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이 4년 뒤인 2027년에는 1194억달러(약 159조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업계도 재편 움직임이 분주하다. 요약하면 엔비디아 대(對) 글로벌 빅테크다.
엔비디아의 독식 체제가 글로벌 빅테크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수요가 몰리다 보니 GPU 기반 AI 가속기는 주문부터 수령까지 1년이 걸린다. 가격은 지난해 초 2만5000달러에서 1년 만에 4만달러로 뛰었다. 게다가 각 사의 AI 서비스가 구현하는 성능이 다른데도, 동일하게 엔비디아 AI 가속기를 쓰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역대급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곳은 챗GPT 개발사 오픈AI다. 자본 조달 규모는 5조~7조달러(약 6600조~9300조원)로 그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투자 ‘1경원’ 시대를 열게 된다. 앞서 그는 대만 TSMC를 포함한 반도체 제조사, 중동 투자자 등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새로운 칩 출시를 논의했다. AI 칩에 탑재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제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CEO도 차례로 만났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AI 칩 전쟁에 참전한다. 블룸버그는 “손 회장이 AI 칩 공급을 위해 1000억달러(약 133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준비 중”이라며 “성공한다면 챗GPT 등장 이래 AI 분야에서 가장 큰 투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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