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쏘는 말조개…번식 늘리려 꾀 부렸지만, 멸종위기 키웠다
번식을 잘하기 위해 꾀를 부리다가 오히려 스스로 멸종위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은 조개가 있다.
소방차가 물을 쏘는 것처럼 강물 위로 물 제트를 쏘는 말조개가 그 주인공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폴란드 과학아카데미 자연보전연구소 등의 연구팀은 최근 '생태학(Ec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8년 5월 폴란드 비아와 타르노프스카(Biała Tarnowska) 강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말조개의 매우 특이한 행동을 관찰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이 보고한 종은 말조개 목(目)에 속하는 민물 조개로 두꺼운 껍질을 지닌 우니오 크라수스(Unio crassus)라는 종이다.
봄이 되면 말조개 암컷은 물가로 이동해서 자신의 몸을 바닥에 고정한 다음 강 중심을 향해 물을 분사한다.
유생 포함한 물을 쏴 물고기 유인
물을 분사하는 것은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분사하는 물속에는 말조개의 유생(幼生, glochidia)이 들어있는데, 젤라틴 성분으로 둘러싸인 유생은 마치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와 비슷한 상태로 돼 있다.
물결이 이는 것을 보고 다가온 물고기가 이 유생을 삼키면, 말조개 유생은 물고기 아가미에 가서 달라붙게 된다.
유생은 물고기 아가미에서 성장하면서 작은 말조개 성체로 탈바꿈한 뒤 물고기에서 떨어져 나온다.
유생이 기생할 수 있는 숙주는 피라미와 유럽몰개(Squalius cephalus), 엄지둑중개(Cottus gobio) 같은 물고기로 한정돼 있다.
연구팀은 말조개가 분사하는 물을 채집해 분석했고, 거기서 살아있는 유생이 있음을 확인했다.
말조개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낮에 3~6시간 동안 평균 91초마다 물을 분사했는데, 분사하는 물의 양은 최대 3.1mL였고, 한 번 분사할 때 최대 1127개의 유생을 운반했다.
물 분사를 멈췄을 때는 육아낭(育兒囊, marsupia) 속의 유생이 모두 방출된 것을 비파괴 검사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엔 먹이 잡는 행동으로 판단
사실 말조개인 우니오 크라수스가 물을 분사한다는 것은 1913년에 처음 보고됐지만, 당시에는 먹이를 얻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됐다.
또, 1932년에는 숙주 물고기를 향해 유생을 보내기 위해 물을 분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도 있었는데, 이번에 구체적으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우니오 크라수스의 이 같은 번식 전략은 다른 말조개보다 한발 앞선 셈이다.
보통은 유생을 그냥 물속에 자유롭게 방출하고, 조금 더 나아간 것이 지나가는 물고기와 얽히도록 점액 실과 함께 유생을 방출하는 정도다.
일부 조개는 껍질과 붙어있는 외투막(mantle)의 날개(flaps)가 미끼처럼 생겨 물고기를 유인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말조개의 모든 개체가 물을 분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일부 서식지에 사는 것만 분사할 수도 있다"며 "이는 서식지 격리 때문에 종 분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 밖 포식자 공격받을 위험 커져
이런 상황에서 말조개는 새로운 번식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문제는 물 분사를 위해 말조개가 물 밖으로 반쯤 기어 나와야 한다는 데 있다.
강 가장자리, 물 밖에서는 밍크나 사향쥐 같은 포식자의 공격을 받기가 쉽다.
더욱이 강 가장자리가 개발·훼손되면 번식에 어려움 겪을 수도 있다.
기후변화로 봄철에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말조개의 번식 전략에는 위협 요인이다.
더욱이 말조개가 물을 분사했을 때 모여드는 특정 종의 물고기 숙주도 적당히 숫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말조개가 번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멸종 위기에 한 발 더 다가서는 '패착'이 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반대로 물고기가 조개에 알 낳기도
1991년 김익수 전북대 교수가 신종으로 학계에 보고한 임실납자루 암컷은 긴 산란관을 낸다.
임실납자루는 민납작조개나 부채두드럭조개의 출수관(물을 보내는 곳)에 산란관을 집어넣고 산란한다.
그러면 임실납자루 수컷은 조개의 입수관(물을 빨아들이는 곳)으로 정자를 집어넣는다.
조개의 몸속에서 수정이 된 수정란은 한 달 정도 발달한 다음 부하가 되며, 새끼 물고기는 천적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조개 밖으로 나오게 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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