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부러진 반려견, 다시 학대 주인 품으로…황당한 동물보호법

김정재 2026. 5. 1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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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동물보호팀의 격리 조치를 받은 고양이의 모습. 이 고양이는 발견 당시 두개골이 골절된 상태였다. 사진 동물보호단체 카라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올해 초 자신의 집에서 반려견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A씨와 교제 중이던 미국 국적의 여성 B씨가 다친 강아지를 발견하고, A씨 몰래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하면서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동물보호단체에도 이 사실을 알렸지만, 반려견은 결국 A씨에게 돌아갔다. B씨를 돕던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A씨가 소유권을 주장해 지자체에서도 돌려 줄 수밖에 없었다”며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며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40대 남성 김모씨는 3년 전 동거 여성과 다투다가 반려견이 짖자, 서울 노원구 아파트 9층 베란다에서 강아지를 던져 죽게 했다. 이후 구청은 아파트에서 동거 여성에게 또 다른 반려견이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긴급격리 조치를 했다. 하지만 얼마 후 동거 여성이 “강아지를 돌려받고 싶다”며 소유권을 주장해 구청은 반려견을 돌려줘야 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해당 남성이 이 사건으로 집행 유예를 선고받아 언제든 다시 집을 드나들 수 있는 상태가 됐다”며 “만약 강아지가 학대를 당해도 직접 신고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더 이상 보호해줄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성남시 동물보호팀의 격리 조치를 받은 고양이의 모습. 이 고양이는 발견 당시 양쪽 고막이 손상된 상태였다. 사진 동물보호단체 카라


동물을 학대한 사람이라도 지자체에 격리·보호된 반려동물을 손쉽게 다시 찾아가는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보호법은 소유자로부터 학대받은 동물을 발견할 경우 긴급격리 조치하도록 규정(제34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학대행위자가 동물 보호비용을 부담하고 사육계획서 등을 제출해 소유권을 주장하면 반환하도록 규정(제41조)돼 있어서다. 심지어 학대행위자가 학대로 기소된 경우에도 반환을 요구하면 반환해야 한다.


法, 학대자라도 소유권 주장하면 반환토록 규정


동물을 학대한 사람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제도적 맹점이 동물 학대 재범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선고된 동물학대 관련 사건 1심 판결문 45건을 분석한 결과, 30건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학대한 사례로 파악됐다. 특히 동물학대 45건 중 동물보호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례가 4건으로 동종 재범자가 약 8%에 달했다. 김광현 국회 입법조사관도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피의자 중 동종 재범자가 7~10%가량”이라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지난 4월 26일 학대자로부터 받아낸 소유 포기 각서의 모습. 사진 동물보호단체 카라


현재는 민간 단체가 학대자를 찾아다니며 ‘소유권 포기 각서’를 포함한 ‘양도 확약서’를 받아내는 실정이다. 지난 4월 말 성남시에서 한 부부의 반려묘가 두개골이 골절되고 고막이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물 보호단체인 ‘카라’는 주인인 부부의 학대로 반려묘가 다쳤다고 의심하고 분당경찰서에 관련 사안을 신고했다. 성남시청에서도 긴급 격리 조치를 취했다. 카라는 이에 더해 부부를 직접 찾아가 읍소해, 해당 고양이를 카라 측에 넘긴다는 소유권 양도 확약서를 받아내야 했다. 나중에 부부의 학대 정황을 확인해도 소유권을 주장하면 고양이를 다시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윤성모 정책변화팀 활동가는 “이렇게 해결이 된 경우는 드물고, 설득에 실패하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학대 행위자 동물 사육 제한해야”


전문가들은 해외처럼 사육금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법 전문 한주현 변호사는 “해외 국가는 동물학대 사건의 발생 시점부터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학대를 당한 동물과 학대자가 기르는 다른 동물에 대한 압수·몰수 등 보호 절차를 촘촘히 마련하고 있다”며 “미국·영국은 동물 학대자가 동물 관련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까지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학대 행위자의 동물 사육을 제한하는 취지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여야 양쪽에서 약 20건이 발의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현재 개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27년 사육금지제도 도입을 목표로 구체적인 안을 마련 중이다. 죽임·상해 등의 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1~5간 소유·보호·관리를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사회적 관심도 커진 만큼 관계 부처와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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