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러브버그는 '해충'이 되었다

조해민 2025. 8. 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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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러브버그 방제 조례, 발의에서 통과까지

글쓴이는 서울환경연합 활동가입니다. 본 기사를 통해 러브버그 방제 조례안에 대응하며 겪은 과정과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조해민 기자]

2025년 7월 첫째 주, 서울시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대발생하며 SNS와 각종 언론이 떠들썩했습니다. 그리고 예보와 같이 4,5일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러브버그는 자취를 감추었는데요.

러브버그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현재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곤충 혐오, 포퓰리즘 정치, 외국인 혐오, 극우화 등 잠재해 있던 사회적 갈등이 러브버그를 통해 첨예하게 드러났죠. 비록 러브버그는 사라졌지만 이 갈등과 대립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어떻게 대화하고 화해하며 통합으로 나아가야할까요? 앞으로 세 편에 걸쳐 러브버그 대발생 사태를 돌아보며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

2024년 7월, 서울연구원 유튜브 채널에 한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러브버그, 익충인가요? 해충인가요? 서울시 도시해충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영상에는 기존의 인간-곤충 관계를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러브버그는 익충이지만 시민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다면 해충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포럼에서 김선주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에 민감한 곤충의 대량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시민의 안전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현재 법령상으로는 질병 매개 곤충에 한해서만 행정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 대상 범위를 '대유행 도시 해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에 응답하듯, 2024년 8월 서울시의회에는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아래 조례안)이 발의됐습니다.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은 러브버그처럼 생태계에 이로운 곤충이라도 시민에게 정신적 피해나 불편을 준다면 방제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조례안 입법예고 마감일을 이틀 앞둔 시점, 서울환경연합,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봉산생태조사단, 은평민들레당, 생명다양성재단, 풀씨행동연구소 등 57개 시민단체가 함께 '대발생 곤충 방제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연명서에는 곤충학자 정부희 박사도 개인 연명 의사를 밝혔죠.

시민모임이 이 조례안을 우려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조례안에서 말하는 '대발생 곤충'과 '정신적 피해'의 기준이 모호해 결국 어떤 곤충이든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이른바 '곤충 데스노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둘째, 조례안은 '친환경 방제'를 명시하고 있지만, 특정 곤충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방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셋째, '친환경 방제'는 조례에서 우선 고려 사항일 뿐 살충제를 남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시민모임은 조례안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서울시의회 입법예고 사이트에 의견을 남기도록 독려했습니다. "침묵의 봄을 되풀이하고 생태 재앙을 초래할 조례안, 절대 반대합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조례안,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등 조례안 반대 의견이 하루 만에 380건 넘게 등록됐습니다. 지방 조례안 입법예고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습니다.
 서울환경연합 SNS에 올라온 러브버그 조례 입법예고 캠페인
ⓒ 서울환경연합
2024년 8월 27일, 시민모임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곤충 데스노트 조례안 폐기하라'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시민들의 반대의견을 대신 전했습니다. 왜 이 조례안이 불필요하며 불가능하며 위험한지 우려의 뜻을 강하게 전했습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러브버그는 생태학적으로 익충이라는 것이 알려져있는 종"이라며 "익충과 해충이라는 구도도 잘못되었지만, 단지 못마땅하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과학적인 사실을 뒤집는 것은 거짓을 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조현정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기획팀장은 "유해야생동물 지정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하고 논쟁이 끊임없는데 하물며 곤충의 개체수가 많다고, 단순히 징그럽다는 이유로 눈앞에서 물건을 치우듯이 없앨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울환경연합
몇 주 후인 9월 6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러브버그 방제 조례안은 이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었습니다. 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에서도 그대로 가결될 가능성이 컸습니다. 시민모임 활동가들은 회의장 건물 앞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온라인 생중계로 회의를 지켜보다가 다함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안건에 러브버그 방제 조례안이 상정되지 않고 보류 결정된 것입니다. 380명 시민의 적극적 정치 참여로 이루어낸 결과였기에 더욱 기뻤습니다.
 시민모임 활동가들이 러브버그 방제 조례안 보류 결정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 대발생 곤충 방제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민모임
러브버그 방제 조례안,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2025년 6월 서울환경연합 게시물에 달린 댓글 캡처 이미지
ⓒ 서울환경연합
올여름 러브버그가 대규모로 발생했을 때, 서울환경연합 블로그와 SNS에는 '조례안 반대 활동을 철회하라'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습니다. 카카오톡이나 전화로도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데 아직도 반대하느냐"는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조례안이 얼마나 조용히 통과됐으면 시민들이 그 존재조차 몰랐을까,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2025년 3월, 돌연 제정되었습니다. 이 조례에 따라 현재 서울시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나 불편을 주는 곤충이 발생할 경우, 시장이 '친환경적 방제'를 지원하거나 방제 시설 설치 및 용품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곤충을 어떤 기준으로 방제할 것인지, '친환경 방제'란 무엇을 뜻하는지, 그것이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러브버그 방제 조례 제정 윤영희 의원 보도자료 캡처
ⓒ 윤영희 의원실
조례안을 발의한 윤영희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일부 환경단체가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며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아닌, 친환경적인 방제 방식과 연구를 통해 곤충 대발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조례에 명확히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설명과 달리, 올해 3월 통과된 조례는 지난해 7월에 공개된 원안과 단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입법예고 의견을 통해 전한 우려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반대 의견으로 보류됐던 조례임에도 불구하고 재발의나 재입법예고 없이 그대로 통과됐습니다.

조례안을 심의한 3월 5일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김태희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민 생활에 여러 불편과 지장을 주는 곤충이 익충이라고 그대로 방치하기는 어렵다." 저는 이 말이 무섭게 들립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권력을 가진 관리자가 인간에게 유익한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생명을 제거하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평구 봉산에 설치한 끈끈이롤트랩에 소형 숲새류 깃털이 달라붙어있다.
ⓒ 봉산생태조사단
특정 종이 떼로 나타난다면 거기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를 묻고 듣는 것은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없어졌으면 좋겠다고'라는 입장이라면 해결은 쉽고 빠를 수 있습니다. 나와 무관한 타자로 분리하고 없애버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 마주한 상황이 지금의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볼 때가 아닐까요? 러브버그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 사회는 과연 러브버그가 던진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요? 함께 지켜봐야하겠습니다.
 달큰한 헛개나무 향기에 이끌린 러브버그 한 쌍. 꽃가루와 꿀을 먹으며 식물의 수분을 매개한다.
ⓒ 서울환경연합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환경연합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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