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전화 왔을 때,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는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공영 SVT방송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한강은 이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면서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며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방송된 인터뷰는 자택에서 영어로 진행됐다.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사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수상 소식을 전해듣고 "아들과 함께 카밀러(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고 했다. 이어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며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강은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고 거듭 이야기하면서 "그게 내 생각이어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당시에 대해선 "인터뷰할 때 장난인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진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한강은 여러 작품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 등 역사적 사건을 다뤘다.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분명히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강은 "1년에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글을 쓰는 것이 무용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다"면서 "시간을 들여 계속 글을 쓰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림원으로부터)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빨리 끝내고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며 "바라건대 지금 쓰는 짧은 소설을 이달이나 내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그 이후 쓸 것"이라고 밝혔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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