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엄마가" 호주 유가족과 함께 운 시민들, 추경호엔 '3분' 야유

김성욱 2024. 10. 2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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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유가족이 만든 노래 부른 하림과 핸드폰 '별빛'들

[김성욱 기자]

▲  2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호주인 고 그레이스 라쉐드(Grace Rached)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Joan Rached)씨가 영어로 된 편지를 읽고 있다. ⓒ 김성욱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에서 유가족이 공연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네가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23살, 그 후의 너의 모습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구나. 너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22년 10월 17일 이른 새벽에 공항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였어.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버를 타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판단해 현관 앞에서 작별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아침 너를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을 거라고 계속 후회하고 있단다.

네가 항상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며 어떤 일이 있건 간에 '엄마 안녕'을 외치며 환하게 미소 짓던 게 너무 그립구나. 그 짧지만 아름다운 순간에 모든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곤 했어. 나는 지금도 가끔 현관문을 바라볼 때면 네가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 모습이 그려져. 네가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엄마가 너한테서 배운 것들이 있단다. 네 덕분에 나는 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었어. 화내지 않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어. 네가 그렇게 살아가고 배우면서 나에게도 이런 것들을 가르쳐 주었지."

26일 오후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호주인 고 그레이스 라쉐드(Grace Rached)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Joan Rached)씨가 영어로 된 편지를 읽다 울먹이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 울었다. 맨 앞줄 지정석에 앉은 여야 정치인들도 정쟁을 멈추고 잠시 함께 고개를 떨궜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추모대회 참석을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는 조안 라쉐드씨는 추모대회가 진행된 3시간 내내 함께 온 두 딸과 울고 웃는 모습이었다. 덤덤하게 딸의 생전 모습을 기리며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라쉐드씨는, "I love you. Mumma(사랑한다, 엄마가)"라는 마지막 줄을 낭독하다 결국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시민들은 조안 라쉐드씨가 무대를 다 내려갈 때까지 박수를 치며 응원을 보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 중 외국인은 26명이다.

"사랑하는 그레이스에게.

나는 네가 우리를 떠날 때의 모습, 행복과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 모습을 영원히 기억할거야. 그리고 네가 얼마나 우리를 사랑했고, 우리가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느끼게 해주었는지 항상 기억할거야. 우리들이 함께 보낸 시간은 축복이었고 네가 우리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단다.

너는 항상 자신의 모든 것을 잘 해왔지. 그래서 엄마는 네가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기를 바랐단다. 너는 이제 막 꿈을 이루기 시작했고 그 꿈을 완성해갈 것이라는 걸 난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지. (중략) 너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 갔고, 주저하지 않았어. 세상이 주는 두려움과 의심에도 흔들리지 않았지.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했고 하나님께서는 너를 축복해주셨어.

23살 이후의 너를 상상할 수는 없지만, 엄마는 매일 너의 두 동생들을 통해 너를 보고 있어. 너의 두 동생들에게서 너의 영향력과 열정, 그리고 너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레베카는 이제 대학 1학년에 적응 중이고 너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어. 그리고 너처럼 여행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지. 이사벨은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고 너와 같은 모습을 보인단다. 대담하고 유머러스한 재치로 늘 우리를 즐겁게 해줘. 네가 본다면 정말 자랑스러울 거야. 너를 닮아서 둘 모두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너처럼 사랑과 공감의 자질이 가득해.

네 장례식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어. 그 모습을 보며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었어. 성 요셉 교회는 네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추도사를 하던 신부님도 눈물을 흘렸단다. 많은 친구와 지인, 심지어 네가 일하던 촬영장에서 단 며칠 만났을 뿐이라던 사람들까지 모두 네가 그들에게 얼마나 좋은 시간을 선사했는지 얘기해 주었단다.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는 하나도 놀랍지 않았어. 너와 이별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너의 부모였다는 게 자랑스러웠고, 앞으로도 주욱 그럴 거야.

너는 사랑도, 가슴앓이도 알았고, 실패도, 성공도 해봤고, 긴장감도 행복도 아는 인생을 살았지. 열심히 일했고 보람도 얻었지. 젊은 시절 여러 곳을 여행했고 참 많은 것을 배웠지. 나는 늘 누군가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단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단다. 어디를 가든 너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른단다. 그래서 내가 나누는 대화에서 네가 빠지는 날은 하루도 없단다.

네가 이걸 들으면 너무 기뻐할 거야. 2023년 2월, 너의 마지막 직장이었던 electriclime과 네가 공부했던 대학(Univ.of Technology Sydney)에서 너의 이름을 단 장학금을 만들었단다. 이 장학금은 그레이스 라쉐드 인턴십이라고 한단다. 이 프로그램은 UTS 학생들이 업계에 첫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영화 제작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쌓고 기술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거란다. 네 아빠와 나는 너와 같은 성정을 가진 후보자를 선발하는 역할을 맡았단다. 이런 기회를 통해 젊은 여성들이 영화 제작 분야에서 유망한 경력을 쌓을 기회를 얻게 된다니 네가 보았다면 분명 뿌듯했을 거야.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이룬 성과로 영화업계에서 상을 수상했는데, 동료들과 함께 그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 네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단다. 이제 우리에게는 너를 기리는 작품들만 남았구나.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엄마아빠는 정말 자랑스럽구나. 너는 네 이름만큼이나 늘 아름답고 온화하게 삶을 살았지. 그레이스, 너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은 없었을 거야.

네가 많이 보고 싶다. 네가 주님과 함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늘 평안하기를 기도한다.
사랑한다. 우리딸.

엄마가.

Dear Grace,

I can't picture you beyond the 23 years you lived to the fullest. I will forever remember you how you left us, full of happiness and a love for life. I will always remember how you made us feel loved and important. I realise the years you spent with us were a blessing and brought us so much joy. I never wanted you to rush through life because you seemed to have it all under control. You were just beginning to live your dreams and I never had a doubt that you would fulfil them.

The last time I saw you was when you left in the early hours of the morning on Oct 17th that year to go to the airport. I remember we decided that it was easiest to take an Uber because it was so early and so I said goodbye to you from our front door. I have since regretted not driving you to the airport that morning so that I could have spent a little more time with you.

I miss you walking through the front door, regardless of the day you had, you would open the door with your beaming smile yelling 'Hi ma!' making all my worries and thoughts disappear for that brief and so serene moment. I still picture it sometimes when I look towards our front door.

As you were growing up I was learning from you without realising it. Because of you I was able to be a better mother. I am able to communicate without anger, I am able to see things from another person's point of view. You taught me these things because this is how you lived your life. Without hate, without anger. Always with love, compassion and understanding. You knew who you were, and you did not waiver. This world, with all its fears and doubts, did not shake you.

You loved God and God blessed you. Although I can't picture you beyond the 23 years, I see you through your sisters every day. I see your influence and passion in both of them. I see your beauty in both of them. Rebecca is well into her first year of university and she has followed in your footsteps, she also has the travel bug like you. Isabelle is now a teenager in High School and has the exact same mannerisms as you. Her sass and her humorous wit keep us entertained. You would be so proud of them. They are independent thinkers just like you and they have taken on your qualities of love and compassion.

The turnout at your funeral showed us just how many people's lives you touched. St Joseph's was overflowing with so many people who came to say goodbye, and even the beloved priest shed a tear during his eulogy. So many of your friends and acquaintances and even people you met for a few days on some shoots, all expressed how you made their day a better one. Not that this surprised us. Even in your farewell we were honoured to be your parents and we will forever.

You lived love, you lived heartache, you lived disappointment, you lived success, you lived stress, you lived happiness. You worked so hard and you reaped rewards. You travelled so much for your young years and learnt so much. I was always telling your stories to whoever would listen. And I still do.

Not a day goes by where you do not come up in conversation because there are constant
reminders of you wherever I go.

You would be so delighted to know that a scholarship was set up in your name in February 2023 between your last place of work, electriclime and the University of Technology where you studied. They called it the Grace Rached Internship. The program gives students from UTS the opportunity to get first-hand experience in production and grow their skills as they take their early steps in the industry. Your father and I are involved in selecting candidates which encapsulate your spirit. You would be so proud knowing this gives young females the opportunity to build a promising career in film production. We hope you like it.

Right up until just a couple of months ago, you have been winning awards for your accomplishments in the production industry, I only wish you were here to celebrate the successes with your peers. Instead, we are left with the pieces of honouring you. As difficult as this is, we are so very proud. You lived life with beauty and grace. Not a better name could have been chosen for you.

I miss you. I have no doubt that you are with our Lord and pray that you are at peace. I love you.

Mumma."


"내려가" "어딜 오나" 추경호 발언한 3분 내내 '야유' 보낸 시민들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시민추모대회는 정확히 오후 6시 34분에 시작했다. '오후 6시 34분'은, 참사가 일어난 당일 이태원역 1번 출구 골목 부근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신고가 처음 이뤄진 시각이다. 이로부터 4시간 여 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6분까지, 시민들은 총 11건의 112신고로 압사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경찰에 알렸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고, 참사는 일어났다.

그러나 지난 17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받았다. 앞선 9월 30일 용산경찰서 관계자들만이 1심에서 유죄를 받았을 뿐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9월 30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뒤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여전히 현직을 유지하고 있고,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2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지난 8월 웃으며 퇴임했다. 159명이 죽은 이태원 참사가 2년이 되도록 정치적 책임을 진 이는 여전히 0명이다.

그래서인지 정부·여당을 향한 시민들의 눈초리는 매서웠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추모사를 위해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은 추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3분 내내 "내려가", "국민의힘이 여길 어디라고 오나"라며 거친 욕설과 야유를 보냈다. "정치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우리 이웃의 아들과 딸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고 한 추 원내대표는 2시간 30분여 진행된 이날 추모대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여권에서 함께 했다. 야권에선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수십 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젠 '진상 규명'의 시간… "시민 여러분, 함께 해달라"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뒤로 시청 외벽이 추모의 보랏빛으로 물들어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9월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린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 규명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유가족들은 추모대회 전 참사 현장인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을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을 지나, 서울시청 앞 광장까지 행진하는 동안 중구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 들르기도 했다. 가족들이 든 손팻말도 '10.29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습니다'였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이자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민씨는 시민들을 향해 "지금껏 걸어온 길보다 진상규명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멀고 험하다고들 한다"라며 "이제 막 걸음을 뗀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감시자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 드린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생존피해자인 이주현씨는 "아직도 피해자로 분류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수많은 생존피해자들이 있다"라며 "특조위가 수동적으로 피해 구제 신청인들만 조사하는 태도가 아니라, 숨겨진 피해자들을 찾아내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송기춘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2년 전 10월 29일 밤의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왜 희생자와 피해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들이 행해졌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우리들이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의문과 요청에 답할 것"이라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고 거짓이 드러나지 않을 리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반대에 부딪혔던 특조위는 참사가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흘러서야 가까스로 출범한 상태다. 본격적인 조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준비단계에 있다.

유가족이 직접 쓴 노래 '별에게'… 시민들의 '별빛' 플래시와 가수 하림

▲  2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대회에서 가수 하림이 유가족 최정주씨(고 최유진씨 아버지)가 작곡한 '별에게'라는 노래를 직접 부르고 있다. ⓒ 김성욱
▲  2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대회에서 시민들이 가수 하림씨의 요청에 따라, 그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휴대폰 플래시를 켰다. 가수 하림씨가 이날 부른 노래는 유가족 최정주씨(고 최유진씨 아버지)가 작곡한 '별에게'다. ⓒ 김성욱

이날 추모대회 끝 무렵에는 가수 하림씨가 무대에 섰다. 그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최유진씨의 아버지 최정주씨가 작곡한 노래를 처음 소개하며 직접 불러 보였다. 하림씨와 지인이라는 아버지 최정주씨는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그의 딸 최유진씨도 음악가였다고 한다.

하림 : "2년이 지나고 다시 또 겨울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지 걱정이 되고, 그 추위에 또 여러분들은 또 얼마나 슬프고 긴 겨울을 보낼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노래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게, 저 한 사람의, 한 음악가의 도리로서 이 자리에 나왔고요.

또 오늘은, 오래 전 저의 지인이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온 연락이 너무 슬픈 연락이어서 말문을 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태원 희생자 최유진 양의 아버지 최정주님이 만드신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아버지의 입장으로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담아서 만든 노래를 녹음을 하고, 이제 많은 분들께 이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마 곧 들으실 수 있게 될 텐데요. 처음으로 이 자리에서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유진 양은 음악가였습니다. 아마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저의 후배로 같이 활동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같은 음악가의 마음으로, 떠나간 희생자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면서, 아버님이 만드신 노래, 노래 제목은 '별에게' 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했으면 좋을 행동이 있어서 한번 말씀 드려볼 게요. 보통 공연 때, 사람들이 이렇게 휴대폰 플래시를 들어서 불을 켜줍니다. 보통 가수들을 응원하는 의미로 킵니다만, 이게 꼭 별 같잖아요. 그래서, 노래가 올라갈 때 한 분 두 분씩 아마 그 '별'을 켜주시면, 저 하늘에서도 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번 부탁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별에게'라는 노래, 무대 앞으로 나가서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수 하림씨가 유가족이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그의 부탁대로 모두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뒷면의 플래시를 켰다. 어두워진 서울광장이 수많은 불빛들로 빛났다.

'별에게'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최유진씨 아버지 최정주씨 작곡)

나는 아직 너를 보내지 못한다
너는 아직 너는 내 안에 숨쉰다
나는 아직 너를 보낼 수가 없다
너만 오직 너만 내 안에 있단다

수많은 날들이 있었고
빛나던 너가 있었고
아름다웠던 우리가 있었다
이렇게 덧없이 떠날 줄 난 미처 알지 못했고
눈을 감아도 선명한 네 얼굴

나는 네가 있어 웃을 수 있었다
우린 아직 못한 말들이 많잖아
나는 다시 너를 만나야 한다
너는 오직 너는 내 심장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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