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결과 어떻든 권력 재편? [신율의 정치 읽기]

2026. 5. 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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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6월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시된다. 사진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출근하는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나라 정치판에 중요한 의미를 던진다. 물론 다른 선거들도 정치판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판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선거로 여겨져왔다. 지방선거에서 이긴 쪽이 중앙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지방선거 결과가 각 정당 내부의 권력 구도를 바꾸고, 더 나아가 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어떤 방식으로 권력 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선거에서 승리와 패배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다. 즉, 민주당 우위가 뚜렷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당초 예상처럼 15 대 1 정도로 민주당이 압승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이 16개 광역단체 중 15곳을 가져가면, 당연히 민주당이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호남 지역 기초단체장 중 몇 곳을 조국혁신당이나 기타 다른 정당 혹은 무소속에 빼앗기면, 민주당 내 친명계는 정청래 대표를 향해 ‘텃밭도 지키지 못한 당대표’라며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이런 비판이 어느 정도 호응을 얻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 결과도 달라진다. 결국 15 대 1 스코어를 기록하더라도 호남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에 따라 현 지도부는 흔들릴 수 있다.

만일 14 대 2 혹은 13 대 3, 아니면 12 대 4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상황은 더욱 달라진다. 먼저 14 대 2 스코어를 생각해보자. 민주당이 패배한 두 곳이 대구·경북 지역이고, 민주당이 호남 지역 기초단체장을 석권했다면, 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은 제기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패배한 두 곳 중 한 곳이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만일 전북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다면, 민주당 지도부는 지진을 만난 셈이 될 것이다. 즉, 재선을 노리는 정청래 대표의 앞길에 상당한 어려움이 초래될 수도 있다. 전북지사로 누가 당선되느냐는 민주당 내 권력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하는 일종의 바로미터다.

만일 13 대 3 혹은 12 대 4로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해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지역이 많아질수록, 이른바 ‘상징성’을 갖는 지역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징성이 높은 대표적 지역을 꼽자면, 서울과 부산 정도다. 만일 민주당이 이 두 곳 중 하나라도 잃게 되면 수적(數的)으로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이겼지만, 사실상 패배라는 평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졌잘싸’, 즉 졌지만 잘 싸웠다고 주장할 수 있다. 상징적 지역을 수성했으니, 비록 수적으로는 밀렸지만 2018년 지방선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선전을 거뒀다고 자평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국민의힘 내부 갈등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 지도부에 반감을 가진 비주류는 국민의힘 지도부 덕분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후보들의 각개전투 덕분에 승리한 것인데, 왜 거기에 숟가락만 얹으려 하느냐고 비판하며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이런 반발은 더욱 거셀 것이다. 오세훈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오지 말라고 하면서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는 함께했기 때문에,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기’ 논란은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곧 지방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장동혁 대표는 계속 당의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미이고, 현 지도부와 비주류 간의 한판 승부는 불가피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지역이 부산 북구갑이다. 해당 지역 재보궐선거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승리해 의원직을 갖게 되면, 이는 곧 보수 재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즉, 비주류의 구심점이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다. 장동혁 대표로 상징되는 이른바 강성 세력은 당내 권력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만일 한 전 대표가 패배하더라도, 강성 세력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한동훈 후보가 2등을 하고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패배 원인이 한동훈 전 대표가 아니라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측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패한 한 전 대표는 ‘강성 보수 세력의 희생양’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치를 감정으로 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늦었더라도 지금 후보 단일화에 나서는 것이 국민의힘 지도부의 합리적 선택이다. 단일화에 나서면 승리할 경우와 패배할 경우 모두, 당 지도부가 할 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국민의힘 지도부가 그런 합리적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선거가 우리 정치판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또 있다. 경기 평택을에서 조국 후보가 당선되느냐 역시 정치판의 주요 변수다. 대선 구도가 달라진다는 뜻이지만, 민주당 내부 권력 구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오히려 후자로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알려진 바로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는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는 행사이지만, 동시에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전당대회 성격도 가질 수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미 그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기정사실화된다면, 조국 후보의 당락은 합당 과정과 합당 이후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국 후보가 당선된 상태에서 합당이 이뤄지는 것과 조국 후보가 낙선한 상황에서 합당이 추진되는 것은, 조국혁신당의 협상력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조국 후보의 당락은 민주당 내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일 8월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가 재선에 성공하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성사된다고 가정하면, 조국 후보의 당락은 새로운 대선 후보가 등장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는 곧 정청래 대표의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친청계의 정치적 기반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친문 세력이라는 점이다. 정청래 대표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과 합당은 하되, 조국 후보가 당내에서 친문 세력의 상징으로 부상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가장 좋은 경우의 수다. 이 시나리오 역시 결국 조국 후보 승패와 직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2호(2026.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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