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결과 어떻든 권력 재편? [신율의 정치 읽기]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지방선거 결과가 각 정당 내부의 권력 구도를 바꾸고, 더 나아가 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어떤 방식으로 권력 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선거에서 승리와 패배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다. 즉, 민주당 우위가 뚜렷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당초 예상처럼 15 대 1 정도로 민주당이 압승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이 16개 광역단체 중 15곳을 가져가면, 당연히 민주당이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호남 지역 기초단체장 중 몇 곳을 조국혁신당이나 기타 다른 정당 혹은 무소속에 빼앗기면, 민주당 내 친명계는 정청래 대표를 향해 ‘텃밭도 지키지 못한 당대표’라며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이런 비판이 어느 정도 호응을 얻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 결과도 달라진다. 결국 15 대 1 스코어를 기록하더라도 호남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에 따라 현 지도부는 흔들릴 수 있다.
만일 14 대 2 혹은 13 대 3, 아니면 12 대 4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상황은 더욱 달라진다. 먼저 14 대 2 스코어를 생각해보자. 민주당이 패배한 두 곳이 대구·경북 지역이고, 민주당이 호남 지역 기초단체장을 석권했다면, 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은 제기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패배한 두 곳 중 한 곳이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만일 전북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다면, 민주당 지도부는 지진을 만난 셈이 될 것이다. 즉, 재선을 노리는 정청래 대표의 앞길에 상당한 어려움이 초래될 수도 있다. 전북지사로 누가 당선되느냐는 민주당 내 권력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하는 일종의 바로미터다.
만일 13 대 3 혹은 12 대 4로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해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지역이 많아질수록, 이른바 ‘상징성’을 갖는 지역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징성이 높은 대표적 지역을 꼽자면, 서울과 부산 정도다. 만일 민주당이 이 두 곳 중 하나라도 잃게 되면 수적(數的)으로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이겼지만, 사실상 패배라는 평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졌잘싸’, 즉 졌지만 잘 싸웠다고 주장할 수 있다. 상징적 지역을 수성했으니, 비록 수적으로는 밀렸지만 2018년 지방선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선전을 거뒀다고 자평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국민의힘 내부 갈등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 지도부에 반감을 가진 비주류는 국민의힘 지도부 덕분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후보들의 각개전투 덕분에 승리한 것인데, 왜 거기에 숟가락만 얹으려 하느냐고 비판하며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이런 반발은 더욱 거셀 것이다. 오세훈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오지 말라고 하면서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는 함께했기 때문에,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기’ 논란은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곧 지방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장동혁 대표는 계속 당의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미이고, 현 지도부와 비주류 간의 한판 승부는 불가피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지역이 부산 북구갑이다. 해당 지역 재보궐선거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승리해 의원직을 갖게 되면, 이는 곧 보수 재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즉, 비주류의 구심점이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다. 장동혁 대표로 상징되는 이른바 강성 세력은 당내 권력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만일 한 전 대표가 패배하더라도, 강성 세력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한동훈 후보가 2등을 하고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패배 원인이 한동훈 전 대표가 아니라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측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패한 한 전 대표는 ‘강성 보수 세력의 희생양’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치를 감정으로 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늦었더라도 지금 후보 단일화에 나서는 것이 국민의힘 지도부의 합리적 선택이다. 단일화에 나서면 승리할 경우와 패배할 경우 모두, 당 지도부가 할 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국민의힘 지도부가 그런 합리적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선거가 우리 정치판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또 있다. 경기 평택을에서 조국 후보가 당선되느냐 역시 정치판의 주요 변수다. 대선 구도가 달라진다는 뜻이지만, 민주당 내부 권력 구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오히려 후자로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알려진 바로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는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는 행사이지만, 동시에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전당대회 성격도 가질 수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미 그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기정사실화된다면, 조국 후보의 당락은 합당 과정과 합당 이후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국 후보가 당선된 상태에서 합당이 이뤄지는 것과 조국 후보가 낙선한 상황에서 합당이 추진되는 것은, 조국혁신당의 협상력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조국 후보의 당락은 민주당 내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일 8월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가 재선에 성공하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성사된다고 가정하면, 조국 후보의 당락은 새로운 대선 후보가 등장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는 곧 정청래 대표의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친청계의 정치적 기반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친문 세력이라는 점이다. 정청래 대표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과 합당은 하되, 조국 후보가 당내에서 친문 세력의 상징으로 부상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가장 좋은 경우의 수다. 이 시나리오 역시 결국 조국 후보 승패와 직결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2호(2026.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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