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3년 만에 선보인 더 뉴 K8 하이브리드가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 그랜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순한 부분변경이 아닌 전면적인 상품성 개선을 통해 디자인부터 주행 성능까지 전방위적 변화를 꾀한 K8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K8의 전면부는 기아의 최신 디자인 언어인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되어 확연한 변화를 보인다. 전장은 기존보다 35mm 늘어난 5,050mm로, 존재감이 한층 강화됐다. 측면에서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날렵한 루프라인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디자인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가장 매력적이며, 특히 실버 컬러에서는 차체의 곡선미가 돋보인다. 그랜저의 미래지향적 '로보카' 디자인과 대비되는 세련된 유럽풍 감성이 특징이다. 테일램프 아래쪽 범퍼가 튀어나온 후면 디자인은 깊은 눈매의 인상을 준다.
K8 하이브리드에는 1.6L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강력한 성능과 함께 복합연비 18.1km/L의 경제성을 갖췄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다. 현대기아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5년 전과 비교해 신뢰도가 크게 향상됐으며, 엔진 개입 시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해졌다. 특히 도요타 하이브리드 대비 정숙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형제 차종인 그랜저, 쏘렌토, 싼타페 등과 비교했을 때 초반 가속이 가장 부드럽고 강력하다는 평가다. 고속 주행 시에도 여유로운 출력을 보여주며, 브레이크 시스템도 이전 모델보다 크게 개선되어 페달 조작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K8 하이브리드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승차감이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전방 카메라로 도로 상황을 미리 인식해 서스펜션을 선제적으로 제어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를 통해 거친 노면에서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다양한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K8 하이브리드는 그랜저보다 승차감이 우수하다. 특히 저속에서 과속방지턱이나 맨홀 통과 시 차체의 흔들림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다만 고속에서 자잘한 노면 요철을 완벽하게 걸러내지는 못하는 한계도 있다.
아쉬운 점은 이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경험하려면 약 5천만 원에 육박하는 상위 트림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K8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려면 이 옵션은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내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실버 라이닝 다크 우드그레인 내장재의 조화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듀얼 무선충전 시스템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동시에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다만 충전 속도가 다소 느린 것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UV-C 살균 기능이 포함된 콘솔암레스트는 위생에 민감한 현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cc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OTA 무선 업데이트 기능도 첨단 기술의 면모를 보여준다.
안전 측면에서는 차로 유지 보조 2,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전 트림에 기본으로 탑재한 점이 돋보인다. 이는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아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K8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372만 원부터 시작해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블랙이 5,167만 원에 책정됐다. 18.1km/L의 복합연비를 고려하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대다.
다만 5,050mm의 긴 전장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공간이 예상보다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평가가 있다. 뒷좌석 헤드룸과 레그룸이 그랜저보다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고속 주행 시 자잘한 노면 진동이 실내로 전달되는 점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K8 하이브리드는 '국산 프리미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꼽힌다. 오랜 시간 그랜저의 그늘에 있던 K8이 이번 모델을 통해 당당히 '준대형 세단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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