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이 주말 여행지로 딱 좋은 이유

송미정 2026. 6. 4. 12: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식과 역사의 도시, 군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송미정 기자]

고유가 시대라고 한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 소도시 여행이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해외여행은 몇 달 전부터 예약하고 계획해야 하지만 국내 소도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어디로 갈까 여행지를 찾다가 문득 생각했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가 이렇게 많았구나."

그중에서도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군산을 여행지로 정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군산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아점으로 유명한 생선구이집을 찾았다. 주차를 하고 식당까지 걸어가는 동안 고소한 생선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아침을 먹기에는 늦고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식당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 모듬생선구이 군산 생선구이 맛집
ⓒ 송미정
여러 종류의 생선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그중에서도 군산의 대표 생선인 박대구이가 눈길을 끌었다. 평소 입이 짧은 아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역시 생선만 한 밥도둑은 없는 모양이다. 가족 모두 맛있게 첫 끼를 먹으며 군산의 미식 여행을 시작했다.
▲ 이성당 빵들 야채빵과 단팥빵
ⓒ 송미정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군산에는 이성당이 있다. 1945년 문을 연 이성당은 군산을 대표하는 빵집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노란 종이봉투를 든 여행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군산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다.

배를 채운 뒤에는 군산의 역사를 따라 걸었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때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던 중요한 항구도시였다. 그래서 지금도 근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근대역사박물관과 옛 건물들을 둘러보며 아이와 함께 우리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군산에서 가볼만한 곳 중 '철길마을'을 방문했다. 동요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곳이었다. 요즘에는 역세권 아파트가 인기지만, 철길마을은 집과 철길의 거리가 믿기지 않을 만큼 가까웠다. 실제로 기차가 다닐 때는 얼마나 큰 소음과 진동이 있었을지 상상하게 됐다.

철길마을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었다.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고, 달고나 체험을 할 수 있는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한다면 한국의 옛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산의 또 다른 매력은 이동의 편리함이었다. 도시 규모가 크지 않고 주요 관광지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차를 두고 천천히 걸어 다니기 좋았다.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골목 골목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 소고기무국 소고기무국
ⓒ 송미정
다음 날 아침에는 군산에서 유명하다는 소고기뭇국집을 찾았다. 집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부터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드디어 나온 소고기뭇국은 내가 알던 모습과 달랐다. 뽀얀 국물이 아니라 맑고 투명한 국물에 소고기와 무, 대파가 듬뿍 들어 있었다.

'이게 그렇게 맛있다고?'

반신반의하며 국물을 한 숟갈 떠먹었다. 순간 왜 사람들이 줄을 서는지 알 것 같았다. 안 마신 술도 해장될 것 같은 시원한 맛이었다. 소고기뭇국 먹고 싶어 군산에 재방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유명한 어묵집에 들러 어묵도 사고, 길거리 호떡도 하나 사 먹었다. 그렇게 군산에서의 미식 여행이 완성됐다.

여행을 다녀와서 생각해 보니 군산은 화려하거나 거대한 관광지는 아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있고, 걸으며 만날 수 있는 역사가 있고, 오래된 도시만의 정취가 있었다.
▲ 달고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생각나는 달고나
ⓒ 송미정
군산 여행이 편했던 이유는 동선이 좋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첫날 생선구이로 배를 채운 뒤 이성당에 들러 빵을 사고, 근대역사박물관과 주변 거리를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철길마을까지 이동했는데 주요 관광지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아이와 함께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둘째 날에는 군산식 소고기뭇국으로 아침을 시작한 뒤 어묵과 호떡 같은 간식을 즐기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1박 2일 일정으로는 딱 적당한 코스였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유명 관광지를 찍듯이 이동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천천히 걷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해외여행처럼 거창한 계획도 필요 없었다. 주말 아침 차에 올라 두 시간 남짓 달렸을 뿐인데 맛있는 음식과 역사가 있는 낯선 도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다음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군산을 추천하고 싶다. 박대구이 한 점에 밥 한 그릇을 비우고, 오래된 거리를 천천히 걷다 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군산을 찾는지 알게 될 것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나는 이번 군산 여행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