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휴학 감사’ 파장 확산…“자율권 침해”
신대현 2024. 10. 2. 16:58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학생들의 집단 휴학을 승인한 가운데 교육부가 고강도 감사에 착수하자 의대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대를 둔 다른 대학들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지만, 이대로라면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이나 등록금 납부 거부에 따른 제적 처리를 맞을 판국이라서 ‘집단 항명’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는 지난달 30일 의대생들의 올해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휴학 승인 권한이 대학 총장에게 있지만, 서울대는 학칙상 각 단과대학 학장에게 있다. 이에 의대학장이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휴학 신청을 승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대는 휴학 승인 사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대로 휴학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유급 혹은 제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월부터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휴학 신청, 수업 거부 등을 이어오며 의대 학사 운영에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서울대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감사관실과 실무 부서 직원들로 12명의 감사반을 편성해 서울대에 급파했다. “감사 결과 중대한 하자가 확인되면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을 예정”이라며 엄포를 놨다. 전날 현지 감사 추진 계획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현행 고등교육법 60조는 교육부에 ‘학교가 학사 등에 관해 교육 관계법령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하면 기간을 정해 학교의 경영자(이사장)나 총장에게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현행법에 따라 서울대의 입학 정원 감축, 모집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므로 휴학 승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육부가 서울대에 대한 고강도 현지 감사에 착수한 것은 다른 대학으로 의대생 휴학 승인이 확산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맥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동맹휴학 신청이 승인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대학들에) 요청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엄정한 조치’를 예고했지만 안팎에선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의대학장들이 모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건의했던 의대생 휴학 승인 문제를 검토하며 집단 유급·제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턱대고 휴학을 승인하면 올해 예과 1학년과 내년 신입생 7500여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심이 깊은 상황에서 서울대가 돌발 휴학 승인에 나섰으니 정부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는 게 한 의학교육계 원로의 해석이다.
의대 교수들은 서울대 감사에 대해 “자율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달 21일 실시한 교수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3%가 ‘의대생들의 휴학을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교육부는 서울의대 학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대해 현장 감사 등으로 탄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무슨 권리로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려는 것이냐”라며 “교육부는 마땅히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수, 학장의 노력을 지지하고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교수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대학을 길들이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면 전국 대학의 교수회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이미 정상화가 불가능해진 교과 과정을 1년 미뤄서라도 제대로 이수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정치적이라고 폄훼하거나 그들에게 비정상적이고 부실한 교육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대를 보유한 다른 대학 총장과 학장에게 학생들의 휴학 신청 승인을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행위, 교육파괴 난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교육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양심을 저버린 행위다. 폭압에 맞서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휴학 신청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울의대생 휴학 승인으로 촉발된 파장은 다른 대학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마비된 상태에서 이대로 학생들이 11월 중순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휴학 승인 말고는 유지할 방법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재적생 1만9374명 가운데 653명만 2학기 등록금을 납부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2학기 등록금 납부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24개교는 등록금 납부 기한 연장을 검토 중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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