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은 저금리 아닌 문재인 탓" 언론보도는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기자]
▲ 주택가격에 금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언론 논조는 불과 1~2년 사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부동산값 급등, 저금리 아닌 정부 정책 탓”이라고 보도했던 <국민일보>는 지난 2022년 12월 13일에는 “정책도, 공급도 무의미… 2023년 부동산 시장, 금리에 달렸다”라고 보도했다. |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
[검증대상] "집값 폭등은 저금리 아닌 문재인 정부 정책 탓" 언론보도
- "주택 가격 오를 때는 '문재인'이고 내릴 때는 '기준금리'?"(네이버 댓글 masa***)
- "작년 재작년에 정부였다며?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였다며, 집값에 가장 영향 미친 게 금리 때문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정부에서 폭등시켰다며. 집값 떨어져서 말 나오니 금리라고 말 바꾸는 거 보소."(다음 댓글 '내***')
주요 언론에서 지난 1월 30일 국토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주택가격에 가장 큰 영향 미치는 요인은 기준금리"(연합뉴스 등)라고 보도하자, 독자 댓글에 '언론의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다수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집값 폭등 원인이 '주택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같은 정부 정책 탓이라고 비판했던 언론이 정작 윤석열 정부 들어 집값이 하락하자 '금리 탓'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실제 '집값 폭등은 저금리가 아닌 문재인 정부 정책 탓'이라는 언론 보도를 검증했다.
▲ 기준금리 변동추이(위)와 주택가격 추이(아래). 아래 그래프에서 첫번째 파란색 배경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며 대출총량규제를 시행한 시기. 빨간색 배경은 저금리 및 대출총량규제 미시행 시기, 두번째 파란색 배경은 기준금리 인상 및 대출총량규제를 시행한 시기.(출처 : 국토연구원, '주택시장과 통화(금융)정책의 영향관계 분석과 시사점', 2023.1.30) |
ⓒ 국토연구원 |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0.5%까지 떨어지면서 2021년 상반기까지 집값이 폭등했고, 2021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집값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는 부동산 가격과 정반대로 움직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금리도 떨어지고 이에 따라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 유동성이 늘어나 집값이 오른다. 반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반대로 시중 자금이 금융기관으로 몰리고(유동성 감소) 대출 금리도 올라 집값이 떨어진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구입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기 주택 수요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8월 보고서(이슈노트 '주택시장 리스크 평가')에서 "기준금리의 인상은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기준금리가 100bp(1%p) 인상될 경우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에 비해 주택가격을 1차 연도말 0.4~0.7%, 2차 연도말 0.9~2.8% 정도 각각 낮추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 역시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토교통부 소속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에서 지난 1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주택시장과 통화(금용)정책의 영향관계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75%에서 0.5%까지 1%p 이상 떨어지고 집값이 폭등했던 2019년~2021년 사이 '기준금리'의 주택가격 변동 기여도는 50~60% 수준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대출 규제' 기여도는 그사이 40%에서 18%로 떨어졌고, '주택 공급' 기여도는 8.5%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한국부동산원 아파트매매가격지수 기준).
문재인 정부도 2020~2021년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 저금리라고 계속 밝혔지만, 당시 대부분 언론은 주택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등 정부 정책 탓으로 돌렸다.
특히 <국민일보>가 지난 2021년 1월 6일 "부동산값 급등, 저금리 아닌 정부 정책 탓"이라는 제목으로 "정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인 (2020년) 3, 5월을 전후해 유의미한 가격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면서 "규제 위주의 정부 대책이 오히려 매매가·전세가 동반 상승의 주범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하자, 국토교통부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은행금리 인하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있다"고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 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지난 2021년 12월 주요 언론들은 주택산업연구원 보고서등을 근거로 금리가 더 오르더라도 주택 공급 부족으로 2022년 집값이 더 오를 거라고 전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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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문재인 탓'은 대통령선거를 3개월 정도 앞둔 지난 2021년 12월에도 계속 이어졌다. 당시 2021년 8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고 정부도 집값 하락을 경고했지만, 주요 언론은 여전히 주택공급 부족 때문에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거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이 공동 출연한 건설업계 싱크탱크인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2021년 12월 14일 '2022년 주택시장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년간 주택가격 변동 영향 요인을 상관계수로 분석한 결과 주택수급지수 > 경제성장률 > 금리 순으로, 수급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새해에도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 2.5%, 전셋값 3.5% 상승이란 전망을 내놨다.
서로 상반된 두 연구 결과에 대한 언론 보도량은 주산연 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쳤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해 당시 중앙일간지, 경제일간지, 방송사, 전문지 등 26개 언론사 보도를 분석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련 보도는 12월 14일과 15일 양일간 19개 매체에서 사설 3건 포함 31건이었던 반면, 국토연구원 관련 보도는 12월 24일 9개 매체 10건에 그쳤다. 국토연구원 관련 보도에는 '국책연구기관의 정부 감싸기'(디지털타임스)로 평가 절하하는 기사도 포함돼 있었다.
▲ 2021년 12월 24일 국토연구원 '주택가격 변동 영향 요인과 기여도 분석’ 보고서 관련 언론 보도. 9개 언론사에서 10건을 보도했다.(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중앙일간지, 경제일간지, 방송사, 전문지 등 26개 언론사, 2021년 12월 24-25일 보도 분석) |
ⓒ 김시연 |
1년 뒤 집값 하락하자 "부동산시장, 금리에 달렸다"
결과적으로 주산연의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2022년 한 해 동안 기준금리가 1.0%에서 3.25%까지 2%p 이상 수직 상승하면서 집값 상승률이 떨어지고 거래량이 줄며 본격적인 집값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언론도 지난해 하반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고금리 탓'을 하기 시작했다.
2021년 집값 폭등이 저금리 탓이 아니라고 보도했던 <국민일보>도 지난해 7월 국토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금리 상승기 진입 후 1년 뒤부터 집값 떨어진다"고 보도했고, 지난 12월 13일에는 "정책도, 공급도 무의미... 2023년 부동산 시장, 금리에 달렸다"는 정반대 보도를 내보냈다.
그렇다고 기준금리 인상만 집값을 떨어뜨리고, 기준금리 인하는 집값에 영향을 덜 미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금리 인상기보다 금리 하락기에 집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더 즉각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7월 8일 보고서('주택 가격에 대한 금리의 시간 가변적인 영향 연구')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 인하는 초기부터 빠르게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반면, 금리 인상은 12~15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가격을 하락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 예측한 주산연 "금리보다 수급 영향 커... 지금은 예외적 상황"
그럼에도 주택산업연구원은 여전히 금리보다 수급이 주택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했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물가를 잡으려고 인위적으로 급격하게 상승시키거나 경제위기 때 하락시킨 것처럼 인위적으로 금리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면서 "결국 주택 가격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건 수급과 경제성장률이라는 논조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는 기준금리를 급격히 내리진 않고 낮은 상태를 계속 유지했다"면서 "(금리 인상이 주택 가격 하방 요인이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금리 기여도가 60%를 차지할 만큼 높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금리 영향이 크고 서울과 수도권 수급이 부족한데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예외적인 상황이고 시장이 조금만 안정되면 공급이 부족한 지역부터 주택 가격이 반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의견]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은 수급보다 금리 영향 커"
주산연 주장과 달리 부동산정책 전문가들은 국토연구원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 영향이 더 컸다고 보고 있었다.
배문성 외국계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문재인 정부 초반 기준금리를 1.5%(2017년 11월)와 1.75%(2018년 11월)로 단 두 차례 올렸는데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면서 침체기가 왔고, 2019년 7월 이후 경기 침체 때문에 0.5%까지 지나치게 끌어내렸기 때문에 집값이 폭등했다"면서 "2020~2021년 2년간 서울지역 입주 물량은 장기 평균보다 많았는데도 집값과 전세값이 폭등했다는 건 공급이 아니라 금리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집값 하락은 금리 인상이 인위적이고 급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준금리가 3%대까지 올라온 건 예상 못한 급격한 상승으로 볼 수는 있지만, 0.5%였던 기준 금리를 인하 이전 수준인 1.25%까지만 올렸어도 이렇게 빨리는 아니여도 집값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동했을 것"이라면서 "금리 인상 초반인 1% 수준에서도 세종, 대구 등 주요 도시 집값이 하락했으며 서울도 거래가 위축됐다"고 반박했다.
수년간 건설업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해 11월에 펴낸 책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에서도 "상승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목소리가 커진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에 실패한 정부 실책을 공급 부족 프레임으로 비난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금리와 부채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간과해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도 1일 <오마이뉴스>에 "2020년 이후 전 세계 자산시장과 주식시장이 폭등한 건 금리 인하로 돈값이 싸졌기 때문이지, 주택 수급은 결정적 요인이 아니었다"면서 "건설업계에선 집값이 오를 때만 주택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논리로는 지금은 왜 집값이 폭락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도 주택 공급을 많이 하면서 세금도 강화하고 대출을 규제했지만, 낮은 금리가 자산시장을 끌어올리는 힘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언론은 정부가 공급을 등한시하고 세금으로 해결하려다 실패했다는 프레임을 짜고 일부 부동산 전문가 목소리를 확대 재생산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금리 요인과 더불어 경제성장률도 중요하다"면서 "노무현 정부 때 기준 금리가 높고 정부가 강력히 규제했는데도 집값이 많이 오른 건 성장률이 높아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가 금리를 극복할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기준 금리가 동결되고 하반기 중에 꺾인다고 해도 경기 침체 때문에 집값이 다시 상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증 결과] "집값 폭등은 저금리 아닌 문재인 탓" 언론 보도는 '거짓'
문재인 정부 당시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집값이 폭등했지만, 대부분 언론은 주택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등 정부 정책 실패 탓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금리보다 주택 수급이 집값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설업계 주장과도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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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은 저금리 아닌 문재인 정부 정책 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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