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청량리~블루칩 광운대~상봉까지...꿈틀대는 서울 동북권 트라이앵글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 브랜드를 ‘서울원’으로 확정하고 올해 11월 공동주택 분양에 나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약 15만㎡ 대지에 주거 공간부터 호텔, 쇼핑몰, 오피스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복합용지에 들어서는 공동주택 ‘서울원아이파크’는 지하 4층, 지상 47층, 6개동으로 구성됐다. 전용 59~244㎡, 1856가구 아파트가 들어선다.
서울원아이파크가 들어서는 부지 맞은편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남쪽에는 월계한진한화그랑빌(3003가구), 북쪽에는 월계시영(3930가구)아파트다. 월계한진한화그랑빌은 석계역, 월계시영아파트는 광운대역에 좀 더 가깝다. 월계시영아파트는 일명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이라 불리며 재건축 투자자에게 널리 알려진 단지다.
서울원아이파크를 필두로 한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인근 단지가 들썩이고 있다. 2002년 준공한 월계한진한화그랑빌 전용 84㎡는 올해 8월 9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전용 84㎡가 9억원 이상 거래된 것은 2022년 6월(9억4500만원) 이후 처음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줄곧 하락한 이 단지는 올해 3월만 해도 같은 면적 매물이 7억9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하지만 2분기부터 꾸준히 8억원 중후반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현재 나온 매물은 대부분 9억원 초중반대에 호가가 형성됐다.
월계시영 역시 시세가 회복되는 분위기다. 전용면적 59㎡는 올해 9월 7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연초 대비 약 5000만원가량 뛰었다. 이곳은 2021년 9월 한때 10억원에 육박했으나 건축비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여파로 이후 줄곧 하락세였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월계시영 또한 조금씩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광운대역 주변에는 개발 호재가 여럿 있다. 이미 지난 7월 ‘서울아레나’가 착공에 들어갔다. 최대 2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첨단 공연 전문 시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기업 유치에 나선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S-DBC) 사업 또한 호재다.
월계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신규 주택 공급을 통한 인구 유입, 각종 기업이나 문화시설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 등으로 광운대역 주변이 변화하고 있다”며 “그동안 소외됐던 서울 동북권 개발이 본격화되면 지역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들썩이는 서울 동북권
각종 개발 호재 등에 업고 질주
올해 상반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그동안 소외 지역으로 평가받았던 서울 동북권에서도 조금씩 온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동북권을 대표하는 3개 축을 중심으로 지역 랜드마크 단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3개 축은 광운대역 일대와 청량리역, 상봉역 등이다.
3곳은 서울 동북권에 위치했다는 점 외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해당 지역 교통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단지 새 아파트가 많지 않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그만큼 새 아파트나 정비사업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 매물은 희소가치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청량리역(동대문구), 상봉역(중랑구), 광운대역(노원구)이 위치한 서울 동북권 3개구에서는 올해 2분기 총 2191건 아파트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1261건) 대비 7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동북권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단연 청량리역 일대다. 청량리역 주변에 지어진 60층 이상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준공 후 자리를 잡아가면서 주변 지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 준공한 이 단지는 65층 초고층 아파트라는 점 외에도 서울 철도 교통의 요지로 떠오른 청량리역 초역세권 단지라는 점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올해 2월 전용 84㎡ 59층 매물이 18억793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난 7월에도 같은 면적 38층 매물이 1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11억~14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준공 후 대폭 상승했다. 현재 나온 매물은 전용 84㎡ 기준으로 17억~18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올해 6월 무순위 청약에서 1가구 모집에 약 4만5000명 청약자를 모아 화제를 모은 용두동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역시 인기가 높은 단지다.
지난해 6월 준공한 이 단지는 전용 84㎡ 9층 매물이 올해 8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올해 6월 33층 매물이 14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2개월 만에 1억6000만원 상승했다.
청량리역은 현재 1호선과 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등이 지나고 있으며 GTX-B노선과 GTX-C노선 또한 확정됐다. 면목선은 지난 6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며 예비타당성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강북횡단선 역시 청량리역을 지날 잠재 노선으로 꼽힌다. KTX까지 포함하면 몇 년 후 청량리역은 10개 이상 노선이 지난다. 다른 어떤 역과 비교해도 많은 노선이 지나는 교통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워낙 청량리 일대 개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일까.
청량리 일대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다. 청량리6구역과 7구역, 8구역, 9구역 등 재개발과 미주아파트 재건축 등이 대표적이다. 청량리7구역은 이미 착공했으며 8구역 또한 올해 8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스타트
서울 동북권 숨은 진주 상봉역 일대
서울 동북권 관문인 청량리역 일대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청량리와 가까운 중랑, 노원구까지 파급력이 퍼지는 모양새다. 이 중 상봉역 일대는 서울 동북권 ‘숨은 진주’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중랑구청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중랑구에서 진행 중인 도시정비사업은 크고 작은 사업을 포함해 40개가 넘는다. 서울 25개 자치구 평균인 37.8개보다 많다. 중랑구가 서울 외곽에 있고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땅값이 비싸지 않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중랑구에서도 상봉역 일대는 중심이라고 할 만하다. 지금도 서울 지하철 7호선과 경의중앙선, 경춘선 등이 지나고 있으며 몇 년 안에 GTX-B노선도 이용할 수 있다. 중랑구청은 GTX-B 개통 시기에 맞춰 상봉~망우역 일대에 지상 최고 19층, 연면적 21만8539㎡ 규모의 강북권 최대 복합환승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상봉9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상봉터미널 부지에 지하 8층, 지상 49층, 연면적 약 29만㎡ 규모로 공동주택 999가구 외에도 오피스텔 308실, 각종 판매시설과 문화시설 등이 조성된다. 지역에서는 상봉터미널 부지 개발로 들어선 주상복합 아파트가 일대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상봉역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인근 단지 아파트 가격은 조금씩 회복세다. 상봉역 주변에는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많지 않다. 지역 랜드마크 단지 중 하나로 분류되는 ‘상봉프레미어스엠코’ 전용 107㎡는 올해 7월 1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9월 전고점인 13억7500만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지만 올해 2월 거래(10억9000만원) 대비 1억원 오른 가격이다. 호가는 12억~13억원에 형성되며 계속 오르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청량리역, 상봉역, 광운대역 일대는 서울 동북권에서 워낙 입지가 좋은 지역”이라며 “올해 10월부터 동부간선 지하도로가 착공에 들어갔다. 철도 교통뿐 아니라 도로망이 개선되면 3곳은 주거지역으로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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