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놓고…트럼프와 이란, 한쪽은 거짓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핵심 쟁점을 놓고 입장차가 노출됐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의 ‘영구적인 무료 통행’이 이뤄질 거라고 강조했지만, 이란은 오히려 미국이 해협에 대한 통행료 징수를 공식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될 서명식에 앞서 14일 이미 합의안에 대한 전자서명을 완료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서명까지 끝낸 최종 합의안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개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MOU 서명식이 열리는 19일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개방될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해협이) 완전히 개방될 거라는 합의를 이뤘고, 거기엔 통행료가 없다는 것”이라며 해협 통과는 ‘무료’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이란의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오히려 “종전 MOU를 통해 이란의 ‘통행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최종 합의안에 ‘호르무즈해협의 향후 해상 항행 서비스 관리는 이란과 오만이 결정한다’는 표현이 명문화됐다”는 관계자의 발언을 근거로 제시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BC와 인터뷰를 통해 “최종 협상을 진행하는 60일 동안은 선박이 무료로 통과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란에 돈 안준다더니…“트럼프, 한국 등 참여 재건기금 검토”
영구적 무료 통행이 합의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통행료 미징수 기간은 일단 핵 협상 기간인 60일로 제한됐다는 것을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가 하락을 위해 완화했던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재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호르무즈해협이 곧 열려 이곳을 통과하는 석유량이 증가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다.
MOU 체결에 따른 이란에 대한 금전적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인 2015년 체결됐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언급하며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을 매수해 협상을 성사시키려 했던 것”이라며 “그 협정으로 현금 70억 달러(약 10조원)가 이란에 전달됐고, 이후 수십억 달러가 더 지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안은 오바마 시절의 끔찍한 문서와는 다르다”며 합의에 따른 즉각적인 금전적 보상이 없다고도 했다.
밴스 부통령도 “디지털 방식으로 이미 합의에 서명했고, 돈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MOU 체결과 관련해 대가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란이 농축(핵)물질 보유분을 제거하고 검증 체계를 허용하는 조치에 나선다면 제재 완화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의 합의 이행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를 약속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에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동결 자금 일부가 해제돼야 추후 핵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해상봉쇄 해제, 군사작전 종료, 동결자금 해제 등 세 가지를 핵 협상 진행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대(對)이란 핵심 압박 수단인 동결자금은 1000억 달러(약 15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16일부로 지난 4월 13일부터 시행한 이란 항구 해상봉쇄를 해제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 협상을 포함한 최종 종전 합의에 동의할 경우 한국과 일본, 유럽 기업이 출자한 3000억 달러(약 453조원)의 이란 재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메흐르통신 역시 14일 MOU 초안에 미국과 동맹국이 조성한 3000억 달러 재건기금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밴스 부통령은 CBS 인터뷰에서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면 접근할 수 있다”며 재건 기금 조성 논의를 사실상 인정했다. 사실상 동맹국 기업들의 민간 투자 기금으로 정치적 부담을 피하면서도 이란에 실질적 보상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보도에 대해 “민주당이 퍼뜨린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란의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MOU 서명식 후 핵협상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는 게 자신의 서명 조건이었다면서 “이란이 이를 위반해 핵무기를 보유하려 할 경우 지옥 같은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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