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파병' 첫 언급 푸틴 "우리가 알아서 할 일"
[윤현 기자]
▲ 2024년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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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보도와 위성사진에 대한 질문에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성사진은 진지한 것이고, 만약 사진들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를 반영한다는 것이 틀림없다"라고 밝혔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고,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했으며, 이 조약에는 북러 상호 군사원조 관련 조항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가 이 합의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한 적이 없다"라며 "우리는 우리의 북한 친구들과 협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군 배치가 확전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지적에 "우크라이나 상황을 확전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다"라며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인들이 분쟁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우크라 "훈련 마친 북한군, 쿠르스크 전장에 배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북한군 첫 번째 병력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전장에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HUR)은 이날 자국군이 작전 중인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장병을 목격하고 이 같이 밝혔다며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가 보도했다.
러시아 남서부의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면서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접경 지역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장성 3명과 장교 500명을 포함해 약 1만2천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면서 우수리스크와 울란우데 등 러시아 동부 5곳의 군사기지에서 훈련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군이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국방차관을 북한군을 훈련시키고 통제할 책임자로 임명했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북한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2천 명이 훈련을 마치고 러시아 쿠르스크주와 로스토프주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군이 위성정보와 감청, 러시아군 내부 정보원 등을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입수했다"라면서 "러시아에서 훈련을 마친 북한군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들이 도착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우크라 전쟁 투입, 북한군 무기 사용해 볼 기회"
이와 관련해 외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들했던 북러 관계를 극적으로 변화시켰고, 냉전 시대의 군사조약을 부활시켰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쿠르스크를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에게 베팅했다"라며 "북한군 투입이 러시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베를린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데르 가부에프 소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절실히 필요한 재정이나 식량, 연료를 제공하거나 첨단 무기 설계와 미사일 기술 이전, 해저 전쟁에 관한 북러 과학자 협력 등으로 보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소모전이 되면서 군인과 탄약이 부족해진 푸틴 대통령이 자신들을 도울 의사가 있고, 도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인 북한과 손을 잡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북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북한에는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라며 "현대 전쟁에서 북한 무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한국이 사용하고 있는 서방의 방공 시스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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