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막대로 길고양이 내리친 학대범… “쓰레기봉투 자꾸 뜯어서”

“잡아서 다른 곳 옮기려 했다” 주장
다른 고양이 학대 정황은 확인 못해

동물보호단체 '동아이'가 공개한 당시 현장 CCTV 화면. 왼쪽 사진은 남성이 고양이를 공격하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 오른쪽은 쇠막대기로 머리를 맞고 도망치던 고양이가 고통으로 길 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영상 중 한 장면. '동아이' 인스타그램 캡처

충남 천안에서 쇠막대기로 길고양이를 때리는 등 학대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천안서북경찰서는 21일 동물보호법 위반 및 절도 혐의로 30대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4일 자정쯤 서북구 성성동 한 마트 주차장에 마련된 고양이급식소에서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임의로 데려간 혐의를 받고 있다.

마트에서 키우다시피 한 고양이가 사라져 CCTV를 돌려본 직원들은 A씨가 쇠막대기로 고양이를 때리고, 담뱃불로 머리를 지지는 등 학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A씨가 통 덫을 챙겨와 새끼 고양이를 잡아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제보를 받은 천안 지역 동물보호단체 ‘동아이’는 다친 고양이를 구조한 뒤 동물학대와 절도 및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 CCTV 수백대를 분석해 A씨를 전날 인근 자택에서 검거했다.

통 덫을 놓고 고양이(노란 원)를 포획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A씨. '동아이' 측은 "밥을 주는 척 하고 통 덫으로 고양이를 잡으려다 잡히지 않자 쇠막대기로 내려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동아이' 인스타그램 캡처

구조된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앓는 상태에서 골반이 부러지는 등 피해를 입어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 근처에서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자꾸 뜯어서 지저분해지고 보기가 좋지 않아 잡아서 다른 곳에 옮길 목적으로 그랬다”고 진술했다.

학대 이유에 대해서는 “(고양이를) 잡으려고 하니까 다른 고양이가 달려들면서 방해를 놓길래 못 오게끔 (흉기를) 휘두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라진 고양이의 행방에 대해서는 “서울로 가던 길에 휴게소에서 풀어줬다”고 설명했다.

동네 주민과 동물보호단체 등은 이전에도 꼬리가 불에 탄 채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목격했다며 A씨가 계획적·상습적으로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납치해왔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며칠간의 CCTV를 분석해봤지만 다른 추가 범행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A씨를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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