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배송받자마자 옷을 버리시나요?

김용만 2024. 10. 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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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만들고 너무 빨리 버리는 옷... 도시 고형 폐기물 12%가 섬유 관련

[김용만 기자]

쉬인(Shein)은 실시간 패션과 주문형 패션을 주요 사업 모델로 하는 중국의 거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다. 패스트 패션을 넘어 울트라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고 있다. 쉬인의 '소량 주문, 빠른 대응'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2023년 세계적 의류기업 에이치엔엠(H&M) 매출을 앞질렀다. 매일 신상품을 평균 7200개씩 내는데 이는 옷 백만 벌을 만드는 셈이다. 주요 소재는 원유에서 뽑아낸 화학섬유 폴리에스테르다. 현재 쉬인의 사업은 승승장구하고 있고 전 세계 150곳이 넘는 나라에 진출했다.

쉬인은 유행을 바짝 따라가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신상품은 온라인에 단 며칠간 만 노출된다. 이후 인기도에 따라 대량으로 생산되거나 사라진다. 디자인을 협력업체에 보내면 2시간 만에 옷이 나오고 배송 준비가 끝난다. 마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만 제작함으로써 과잉생산을 최소화하고, 폐기물량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21년보다 2022년에 생산량이 57% 증가했다. 생산량은 매년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탄소 배출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의류 생산과 소비가 탄소 배출의 10%

매일 신상품 수만 개를 쏟아내는 초고속 패션은 유행도 초고속으로 바꾼다. 소비자는 '감정적 진부화'를 느끼면서 새 상품을 산다. 사람들은 온라인 유통 공룡들이 치밀하게 짜 놓은 유혹에서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상업적 성공은 결국 불필요한 구매로 이어진다. 세계은행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 고형 폐기물 중 12%가 섬유 관련 폐기물이다. 이중 상당 부분은 의류 폐기물이다. 의류 생산과 소비는 전체 글로벌 탄소 배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패션 산업은 탄소 배출 비중이 높다. 주 원자재인 합성섬유는 석유에서 생산되며 공급망과 물류 과정이 길다. 그리고 의류 소비와 관리에 추가로 탄소가 배출된다.

SCI 저널 <종합환경과학>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전통적 소비에서는 옷을 120회 입고 버리지만 패스트 패션 소비에서는 7회 입고 버린다고 한다. 옷의 수명이 짧아지다 못해 배송 즉시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국내외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소비 패턴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주문해서 받아보고 입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방식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버려진 옷들은 일부 재활용되지만 거의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2022년 기준 배출된 폐의류 중 68%가 소각됐다. 매립은 18%, 재활용은 13%다. 재활용은 일부 중고로 국내 판매되고 대부분은 해외로 수출된다.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케이포네 매립장에 중고품 옷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 The Or Foundation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세계 4위 중고의류 수출국이다. 흥미로운 점은 수출되는 중고의류는 대개 국산이 아니다. 수입된 옷이 다시 수출되는 모양새다. 수출 대상국은 인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다. 이렇게 수출된 옷들의 현지 재활용 상황도 국내보다 낫지 않다. 오히려 더 열악하다. 상태가 좋은 옷들은 중고 판매되지만 나머지는 전량 소각, 매립된다. 그렇지도 못한 경우는 그냥 바다로 흘러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저비용으로 의류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개발도상국으로 전가하는 셈이다.

옷은 재활용이 어렵다

수선해서 입고, 대물려 입고, 나눠 입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옷은 재활용이 쉽다고 여긴다. 하지만 옷은 재활용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물건이 아니다. 중고 판매 말고는 딱히 활용처가 없다.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테르가 플라스틱 일종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연하다. 그런데도 제조된 다음 소비자 손에 가 보지도 못하고 재고가 되는 의류가 전제 생산량의 20% 가까이 된다고 하니 심한 과잉생산이다. 전 세계가 말이다.

과거에는 모든 것을 수리하고 재활용했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물건을 너무 쉽게 버린다. 흔한 이야기다. 지금도 여전히 다양한 수리, 유지 보수 방식이 있고, 많은 물질이 거래되는 국제적인 재활용 시장이 존재한다. 문제는 효율성 증가에 집중하느라 수리할 필요가 없는 물건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경제 체계이다.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이득을 얻는 과정 뒤에는 쓰레기가 있다. 쓰레기는 우리 일상을 간편하게 만들고, 시간과 노동을 덜어 준다.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소각, 매립으로 처리되지 않은 의류와 기타 플라스틱 폐기물 등이 결국 바다로 모인다. 대한민국 면적보다 큰 쓰레기 영토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구 표면적의 70%인 바다에 쓰레기 국가가 계속 생기고 있다. 단순한 방법이나 기술 발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언젠가는 기술이 해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때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적어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일상을 비싸고 느리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과거의 방법으로는 쓰레기를 줄일 수 없음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용만 기자는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https://www.planet03.com/)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플래닛03'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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