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경의 창]모두가 보던 올림픽, 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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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개막했지만,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JTBC가 단독 중계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왜 그래요"라고 물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그 당연함이 더 이상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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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시청권' 보장 재설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개막했지만,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단순한 홍보 부족으로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한국 방송 생태계에서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온 '보편적 시청권'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JTBC가 단독 중계한다. JTBC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2032년까지 네 차례의 동·하계올림픽과 북중미 월드컵, 2030년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했다. 투입된 비용은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상파 3사(KBS·MBC·SBS)는 재판매 협상에 나섰지만, 조건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올림픽 중계에서 빠졌다. 지상파 3사가 올림픽 중계에서 배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지상파 중심으로 유지돼 온 보편적 시청권 체계는 사실상 붕괴됐다. 과거 올림픽은 별도의 선택 없이도 자연스럽게 시청되는 국가적 이벤트였다. 이제 올림픽은 시청 방법을 알아야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이 변화는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왜 그래요"라고 물었다. 이는 단순한 인식 부족을 넘어, 국가적 관심사가 더 이상 국민 전체에게 고르게 전달되지 않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반론도 있다. 케이블·IPTV 보급률이 높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모바일 시청이 일상화된 만큼 시청에서 소외되는 가정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기술적 접근성만 놓고 보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보편적 시청권은 '볼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쉽고 자연스럽게 함께 보느냐'의 문제다.
지상파 방송은 별도의 가입이나 요금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재에 가깝다. 반면 케이블·IPTV·OTT는 선택과 비용, 정보 접근을 전제로 한다. 이 차이는 스포츠 이벤트의 사회적 파급력을 약화시키고, 올림픽을 '국민적 경험'이 아닌 '관심 있는 사람의 콘텐츠'로 바꾼다.
JTBC의 선택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 중계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방송사로서는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를 전적으로 시장 논리에 맡겨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 연대와 공공성의 문제다.
해외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을 법과 제도로 보완하고 있다. 특정 이벤트를 보호 대상으로 지정해 무료 중계를 의무화하거나, 유료 중계 시 공공 채널과의 병행 중계를 요구한다. 한국 역시 유사한 논의가 있었지만,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보편적 시청권을 과거의 유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환경 변화에 맞게 재설계할 것인가. 지상파 독점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벤트만큼은 최소한의 공공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중계권 분리 판매, 일정 경기의 의무 무료 중계, 공공·유료 병행 중계 모델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중계권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함께 볼 수 있느냐'다.
올림픽은 여전히 국민의 행사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그 당연함이 더 이상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편적 시청권은 시장 논리에 밀려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에 맞는 재설계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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