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호박의 계절이지만, 이건 맛이 없어요 [자연과 가까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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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기자]
가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내가 사는 캐나다 밴쿠버 지역도 이상기온으로 여전히 덥다. 지금쯤이면 매일 비가 와도 놀랍지 않은 이 동네가 요새는 가물어서 걱정이다. 7월 이후로 변변한 비가 제대로 내린 적이 없기 때문에 사방이 가물고, 최근에는 산불이 났는데도 못 잡고 있다. 태양은 뜨겁고, 그래도 그 덕에 토마토도 고추도 아직 건재하다.
날씨가 갑자기 변할까 봐 부지런히 수확을 해대고는 있지만, 여전히 열매를 달고 또 열심히 익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특히나 호박이 신이 났다. 여름 동안에는 오히려 너무 더워서 제대로 일을 못하던 호박들이 여기저기 숨어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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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이 습격을 하는 바람에 급히 따서 후숙 중인 맷돌호박들. |
| ⓒ 김정아 |
나는 맷돌호박 하나와 조선호박 하나를 심었다. 그러나 호박의 위세는 정말 대단해서 뒷마당 전체를 다 덮어버렸다. 한국에 살 때에는 마트에서 애호박만 사서 먹었는데, 텃밭에서는 조선호박이든 맷돌호박이든 완숙되기 전에 따서 먹는다. 그게 애호박보다 더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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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박을 채썰어서 부침가루와 달걀을 넣고 부쳐 먹으면 맛있다. 방아잎을 추가하면 금상첨화! |
| ⓒ 김정아 |
캐나다인들도 방아잎을 먹는다. 감초향 민트(licorice mint)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독특한 허브는 다른 민트들과 달리 마당을 점령해서 번지지 않기 때문에 더 사랑을 받는다. 물론 그 향이 특별하기 때문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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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밭에서 딴 한국 찰옥수수. |
| ⓒ 김정아 |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만, 애국자여서라기 보다는 고향의 맛이 그리워서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한국에선 흔하던 것들이 갑자기 귀해지기 때문이겠지. 깻잎도, 미나리도, 더덕도, 도라지도 다 조금씩 마당에서 자라면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할로윈 장식용 호박은 맛이 없다
다시 호박 이야기로 돌아와서, 서양에도 물론 다양한 종류의 호박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어로는 호박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것이, 영어로는 펌킨(pumpkin)과 스쿼시(squash)로 나뉜다. 우리는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 호박은 무조건 펌킨으로 배웠지만, 일반적으로 맛있게 먹는 호박들은 전부 스쿼시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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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을 파내고 촛불을 켜두면 가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장식이 된다. |
| ⓒ 김정아 |
그래도 음식인데 먹지 않고 버려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펌킨호박이 스쿼시 호박보다 별로 맛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당분이 적고 그 대신 단백질이 높기 때문이다. 덕분에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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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어머니 레시피로 만든 호박파이. |
| ⓒ 김정아 |
추수감사절 때 이 호박파이를 먹게 된 사연은, 처음 서양인들이 미 대륙에 정착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주민들은 호박을 많이 키웠고, 그래서 가을에 그들은 서양 정착민들에게 이 호박을 선물로 주며 사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게 기원이 되어서 50년 후에 이것을 기준으로 한 호박파이 레시피가 프랑스 요리의 이름으로 처음 등장하게 되었고, 점차 멋진 요리로 탄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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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채반에서 한나절 말린 후 냉동하면 보관이 잘 된다. |
| ⓒ 김정아 |
이번에 다 수확은 못하고 한국에 오느라 호박 몇 개를 급히 썰어서 살짝 말려 냉동을 하였다. 완숙되지 않는 조선호박도 말리면서 왔다 갔다 집어 먹으니, 딱히 간식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바짝 말린 맷돌호박도 감말랭이처럼 입안에 물고 있으니 풍미가 있고!
그래도 이렇게 한국 호박을 넉넉히 먹었으니,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남편과 함께 서양 호박 파이도 만들 것이다. 가을은 호박의 계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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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비슷한 내용이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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