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만들지 못한 결승골, 울산 현대 승부차기로 눈물

심재철 2024. 4. 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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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결승 진출

[심재철 기자]

장대비가 내린 요코하마에서 울산 현대가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연장 후반이 끝날 때까지 80분이 넘는 시간을 필드 플레이어 1명이 더 많은 상태로 공격을 퍼부었지만 끝내 결승골을 뽑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운명의 승부차기는 러시안 룰렛이라는 별명처럼 울산 선수들에게 가혹한 결과를 보여주고 말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24일(수)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 인터내서널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2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두 번째 게임에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 연장 후반까지 3-2(두 게임 합산 점수 3-3)로 끝난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아쉽게 지는 바람에 결승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게 됐다.

3골 내주고 2골 따라붙은 울산, 오프 사이드로 취소된 골들 아쉽다

예상 못한 빗줄기가 게임 초반에 울산 현대 선수들을 크게 흔들어 놓은 듯 보였다. 30분도 안 되어 요코하마 F. 마리노스가 3-0까지 멀리 달아난 것이다. 첫 골을 내준 것부터 센터백(김영권, 황석호)의 호흡이 엉망이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13분,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미드필더 남태희의 패스가 울산 현대 센터백 두 선수 사이로 느리게 굴렀는데 뒤에서 돌아들어오는 우에나카 아사히를 밀어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7분 뒤에도 울산 현대 수비수들은 상대 팀 골잡이 안데르손 로페스에게 어정쩡한 거리를 주고 말았다. 얀 마테우스의 짧은 패스를 받은 로페스가 김영권을 등지고 돌아서며 왼발로 정확하게 차 넣을 때까지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일주일 전 호랑이굴에서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오는 2차전 게임 흐름을 맞이한 것이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세 번째 골이 29분에 남태희의 두 번째 도움으로 나왔다. 첫 골 주인공 우에나카 아사히가 돌아서며 오른발 감아차기를 멋지게 꽂아넣은 것이다. 조현우 골키퍼가 몸을 날리지도 못했다.

29분만에 홈 팀 요코하마 F. 마리노스가 3-0 점수판을 만들었으니 더 볼 것도 없는 게임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은 34분에 미드필더 이규성을 빼고 보야니치를 들여보내 대반전 드라마를 펼치기 시작했다.

35분에 따라붙는 첫 골이 오른쪽 코너킥 세트피스로 나왔다. 최근 최고의 왼발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이동경이 올려준 코너킥을 수비형 미드필더 마테우스 살레스가 헤더로 돌려넣은 것이다.

그로부터 4분 뒤에 더 놀라운 일이 요코하마 F. 마리노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벌어졌다. 교체 멤버 보야니치의 기막힌 스루패스를 받아서 달려들어간 엄원상이 유연한 방향 전환 드리블을 시도했을 때 수비수 카미지마 다쿠미가 미끄러지며 팔을 뻗어 공을 막아버린 것이다.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알리레자 파가니(이란) 주심은 어김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핸드 볼로 끊어버린 카미지마 다쿠미는 직접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 중요한 페널티킥(42분)을 보야니치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차 넣어 3-2로 따라붙은 것이다. 두 게임 합산 점수 3-3이 된 상태에서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선수 인원이 10명으로 줄었으니 이제 울산 현대의 진정한 뒤집기 골만 확인하면 되는 게임으로 변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 이동경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린 순간부터 불운이 스며들었다. 후반 시작 후 2분도 안 되어 설영우가 밀어준 공을 보야니치가 달려들어 오른발로 시원하게 차 넣었다. 예상보다 빨리 울산 현대가 한 발 앞서나가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그러나 VAR 온 필드 리뷰가 시행되더니 골 취소 판정이 나왔다. 보야니치의 슛이 오른발 끝을 떠나는 순간 오프 사이드 포지션에 있던 루빅손이 상대 골키퍼 윌리엄 포프의 시야를 가렸다는 해석이었다.

연장에서도 울산 현대 교체 선수 김민우의 밀어넣기 골이 VAR 시스템으로 취소 판정을 받았다. 116분 김영권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이 상대 골키퍼 포프의 몸에 맞고 나와 김민우에게 굴러간 것이었지만 이미 김영권의 오른발 끝을 떠나는 순간 김민우는 오프 사이드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장 후반 추가 시간에 고승범의 오른발 슛이 짜릿한 결승골로 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골키퍼 윌리엄 포프가 오른손을 뻗어 기막히게 막아낸 덕분에 야속한 승부차기로 넘어가야 했다.

여기서 먼저 찬 울산 현대는 '마틴 아담, 켈빈, 고승범, 이청용' 네 명의 교체 멤버 키커들이 침착하게 골을 넣었는데 마지막 키커로 나온 김민우의 왼발 슛이 빗맞아 비교적 느리게 굴러가는 바람에 윌리엄 포프 골키퍼가 자기 왼쪽으로 몸 날려 막아냈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다섯 명의 키커는 조현우 골키퍼를 상대로 모두 골을 넣고 미소를 되찾은 것이다. 그 중에서 울산 현대 소속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아마노 준이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네 번째 키커로 나와 왼발 킥을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는 묘한 순간도 있었다.

센터백 퇴장으로 인한 역전패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며 살아남은 요코하마 F. 마리노스는 5월 11일과 25일로 예정된 홈&어웨이 결승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알 아인 FC를 만난다.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결과
(4월 24일 오후 7시,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요코하마 F. 마리노스 3-2 울산 현대 [골-도움 : 우에나카 아사히(13분,도움-남태희), 안데르손 로페스(20분,도움-얀 마테우스), 우에나카 아사히(29분,도움-남태희) / 마테우스 살레스(35분,도움-이동경), 보야니치(42분,PK)]
- 두 게임 합산 점수 3-3, 연장 후 승부차기 5-4로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결승 진출!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선수들(4-5-1 포메이션)
FW : 안데르손 로페스
MF : 에우베르(46분↔에두아르두), 남태희(46분↔야마네 리쿠), 사카키바라 케이고(81분↔미즈누마 고타), 우에나카 아사히(62분↔가토 렌), 얀 마테우스(81분↔미야이치 료)
DF : 나가토 카츠야(105분↔아마노 준), 하타나카 시노스케, 카미지마 다쿠미(39분-퇴장), 마츠바라 켄
GK : 윌리엄 포프

울산 현대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이동경(69분↔이청용), 주민규(69분↔마틴 아담)
MF : 루빅손(95분↔켈빈), 이규성(34분↔보야니치), 마테우스 살레스(82분↔고승범), 엄원상(82분↔김민우)
DF : 이명재, 김영권, 황석호, 설영우
GK : 조현우

결승 일정(왼쪽이 홈 팀)
5월 11일(토) ☆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 - 알 아인 FC(아랍에미리트)
5월 25일(토) ☆ 알 아인 FC(아랍에미리트) -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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