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넘는 BMW 타려고 5천만원車로 다운계약…연두색 번호판 피했다[2024 국감]

심나영 2024. 10. 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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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연두색 번호판 회피 꼼수" 지적
다운계약에 보험 바꿔치기
탈세의혹까지 번져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한 각종 편법과 이로 인한 탈세 의심 정황이 발견됐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 등록된 법인차 중 수입차 수는 4만7242 대로 집계됐다. 이중 일반소비자 가격 8000만원 이상 승용 · 승합차는 1만8898대다. 이 가운데 차량가액을 8000만원 이하로 일반 소비자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량 수는 6290대에 달한다. 올 상반기 등록된 차량은 모두 신차로, 법인이 최초취득가를 신고한 것이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장에서 김 의원은 “구입가격 축소 신고로 인한 취득세, 등록세, 개별소비세 등 탈세 규모도 상당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BMW 뉴 M8 컴페티션 쿠페.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한 예로 A 법인이 취득가 5690만 9091원으로 신고한 BMW ‘M8 쿠페 컴페티션 ’ 은 차량판매사이트에 (6일 현재 ) 2억4940만원으로 안내돼 있다. 기본가에 차량을 구매했을 경우 내야 할 세금 (취득세, 등록세, 개별소비세, 서울시 기준 공채할인) 추산액은 3008만3000원이지만, 구매가액을 낮게 신고한 A법인의 세금 추산액은 762만5817원이다. 2200여만원의 세금을 덜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은 "현행법상 자동차 등록을 ‘신고제’ 로 하고 있어 이 같은 꼼수 등록과 탈세가 가능할 것"이라며 "차량 구매자(법인 포함)는 차를 등록할 때 제조사가 만들어 발급한 차량 제작증에 적힌 ‘ 자동차 출고 가격’ 을 ‘신고’하면 그대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두색 번호판 회피를 위한 수법도 더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수입차 업체가 차량의 주민등록증 역할을 하는 ‘ 차대번호 ’ 까지 변경해 다운 계약서용 할인판매의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차대번호는 제조국, 제조사, 차종, 배기량, 모델 연도, 생산공장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알파벳과 고유번호 숫자 등 17 자리로 구성돼 있다. 제조국과 제조사는 국제기준에 따르지만 차종, 배기량, 제작연도, 생산공장, 고유번호는 제조사가 자체 부여한다. 차량 생산 시기를 의미하는 모델 연도는 10번째 칸에 기재한다.

문제는 ‘ 자동차 차대번호 등의 운영에 관한 규정 ’ 에 따라 생산연도를 임의로 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량의 실제 생산 시기와 관계없이 24개월 내에서 생산연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차량이 부식되면 차대번호의 재부여도 가능하다.

A 법인의 ‘M8 쿠페 컴페티션 ’ 차량의 경우 신규등록 차량이지만 국토부에 등록된 모델 연도는 2020년이다. 김 의원은 “현 제도상 제조연도를 포함한 차대번호를 제조사가 부여하게 돼 있다” 며 “수입차 회사가 차대번호 부여의 허점을 이용해 실제 제작연도와 차대번호 상 제작연도를 다르게 만들어도 국토부 등 관계기관이 확인하지 못하는 시스템” 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엔 자동차보험 가입자를 바꿔치기하는 방식도 나타났다. 차량 등록 시 차대번호로 가입된 개인보험 가입증명서를 제출해 개인차량인 것처럼 속여 일반 번호판을 발급받고, 법인 명의로 변경하는 수법이다.

B 딜러사의 경우, 차량가액이 다운계약서를 쓰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금액의 경우 차량을 개인등록으로 일반번호판을 받고 법인 보험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출고하면 된다고 권유했다. 차량등록 시 보험 가입 여부만 확인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고가 법인 차량에 대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법인 차량의 사적 사용이 증가하자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으면 운행경비와 감가상각비 등을 인정받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이 제도 시행 뒤 고가 수입차 판매가 감소하기도 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 등록 수입 차량은 4만 22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229대)보다 8029대 줄었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며 원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차량 가격을 불러주는 대로 인정하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신종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꼼수 등록을 막고 세원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차량 등록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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