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 돈 빌려준 연예인, 증여세?… 전문가 의견은
코미디언 이진호가 연예인들에게 급전을 핑계로 돈을 빌려 불법도박 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한 누리꾼이 “이진호에게 돈을 빌려준 연예인들을 국세청에 신고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진호가 갚을 능력이 없으니 사실상 증여받은 것이나 다름없음으로 증여세 대상이 되며, 그가 세금을 낼 수 없으니 돈을 빌려준 연예인들이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빌린 돈이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진호에게 돈을 빌려준 연예인들을 국세청에 신고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국세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진호에게 ‘증여’의 형태로 금전을 빌려준 연예인들을 전수조사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증여세를 즉각적으로 부과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진호가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만큼 ‘무상으로 이전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1항에서 명시한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증여세는 원래 증여를 받은 사람이 낸다. 글쓴이 주장대로 이진호가 빌린 돈이 ‘증여’받은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세금은 이진호가 내야 한다. 그러나 글쓴이는 현재 이진호에게 변제 능력이 없어 증여세를 추징하기 어려울 테니 빌려준 사람이 함께 부담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같은 법에 따르면) 증여자는 수증자가 납부할 증여세를 연대해 낼 의무가 있다.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강제징수를 해도 증여세에 대한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라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진호는 사기 및 불법도박 혐의로 피소당할 위기에 놓인 만큼 당분간 피해자들에게 피해 금액을 변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국세청은 수사기관과 공조하여 이진호에게 ‘증여’의 형태로 금전을 빌려준 연예인들을 전수조사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2(증여세 납부의무) 제6항 제2호의 단서에 따라 즉각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이 같은 주장과 함께 국세청에 민원 신청 했음을 인증하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 글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련 연예인들이 세금 징수를 당할 수 있는지에 이목이 모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초에 이진호가 빌린 돈이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김앤현법률사무소의 김현정 변호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돌려받을 의사를 가지고 돈을 빌려줬다면 증여세가 발생할 여지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간에 돈이 오갔다면 ‘증여’로 추정이 돼서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으나 제3자끼리의 금전 거래는 증여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웨이브의 신윤석 파트너변호사도 “차용증이 있거나 구두로라도 ‘언제까지 갚겠다’는 약속이 오가면 증여가 아닌 대여로 본다. 보통은 지인 간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를 증여로 보진 않는다”면서 “돈을 빌린 사람도 증여 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았을 테니 양측의 의사 모두 대여에 가깝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법률사무소 고려의 최승윤 대표변호사는 “관련 법에 따르면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무상으로 받거나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받으면 증여 재산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자가 연간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진호가 돈을 빌린 연예인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부터 방송인 이수근, 가수 영탁, 하성운 등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호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려 불법도박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그는 “2020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됐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진호는 “지인들의 따끔한 충고와 제가 사랑하는 이 일을 다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도박에서 손을 뗄 수 있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은 상태였다”면서 “매달 꾸준히 돈을 갚고 있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꼭 제힘으로 빚을 다 변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에 나오는 유명인으로서 본분을 잊고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망쳐버린 지난날이 진심으로 후회스럽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숨기기에 급급했던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경찰 조사 역시 성실히 받고 제가 한 잘못의 대가를 치르겠다”고 했다.
2005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진호는 SBS ‘웃찾사’와 MBC ‘하땅사’, tvN ‘코미디 빅리그’ 등 공개 코미디와 JTBC ‘아는 형님’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날 오전 넷플릭스 새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리벤지’ 제작발표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불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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